의사 7명에서 3명으로…전공의 파업 첫날에도 정부·의료계 대립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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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8-21 21:01 수정 2020-08-2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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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경북대병원은 21일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 수를 7명에서 3명으로 줄였다. 이날 시작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집단 휴진(파업) 탓이다. 평소에는 인턴 3명, 레지던트 3명, 교수 1명으로 구성된 근무조가 3교대로 환자를 돌본다. 하지만 당분간 교수들이 3명씩 조를 짜 근무하기로 했다. 7일 하루 진행된 1차 파업과 달리 이번에는 시한도 없다. 당분간 교수들이 계속 응급실을 지켜야 할 상황이다. 병원 관계자는 “지금은 괜찮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 코로나19 검사도 차질
전국 대형병원 인턴과 4년 차 레지던트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안 등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이날 오전 7시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각 병원은 진료와 수술 일정을 미리 줄이고 대체인력을 투입한 덕분에 큰 혼란이 빚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22일 레지던트 3년차, 23일 1·2년차가 파업에 합류한다. 24일에는 전임의(펠로)까지 동참한다. 전공의는 보통 병원에서 진료와 수술을 돕고, 전임의는 외래진료와 함께 진료와 수술을 진행한다. 다음 주부터는 의료공백이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26~28일에는 개원의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의 2차 전국 총파업이 예정됐다. 14일 1차 때와 달리 이번에는 봉직의(페이닥터·병원에 취업해 급여를 받는 의사)도 참여한다. 전국적 의료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수도권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적으로 확산 중인 가운데 파업이 시작돼 치료와 방역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파업 첫날인 21일 서울의 한 감염병전담병원은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던 전공의가 자리를 비워 외래진료 중이던 이비인후과 전임의가 긴급 투입됐다.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등 일부 병원에서는 코로나19 진단검사 업무를 축소했다. 확진자 접촉 이력이나 증상이 없는데도 검사를 희망하는 사람은 보건소에서 받도록 안내했다. 검사 인력이 부족한 탓이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감염내과 의료진은 대부분 자리를 지킬 계획이지만 다른 진료과에 공백이 생기면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 대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파업 중단이 먼저” vs “정책 철회가 우선”
무기한 파업이 현실화했지만 정부와 의료계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계가 먼저 파업을 중단하면 정책 추진을 유보하겠다”며 의료계에 공을 넘겼고, 의료계는 “정부가 먼저 정책을 철회해야 파업을 유보하겠다”고 받아쳤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21일 브리핑에서 “정부는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집단행동을 중단할 경우 모든 가능성을 열고 성실하고 진지하게 논의해갈 계획이며 협의 기간에 정부의 정책 추진도 유보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대 정원 증원, 공공의대 신설, 한방첩약 급여화, 원격진료 등 의협이 요구하는 4개 정책의 전면 철회는 어렵다고 못 박았다. 손영래 복지부 대변인은 “첩약 급여화는 시민사회 등과 6개월 이상 논의를 거친 것이고, 공공의대 신설은 학계·정치권과 지속적으로 논의했던 사안”이라며 “그간의 논의와 합의를 물거품으로 만들라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철회’가 아닌 ‘유보’는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의협 기자회견에서 최대집 회장은 “정부가 (의료계와의) 협의 기간에는 정책 추진을 유보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그 이후에는 추진될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2차 총파업을 예정대로 강행할 것”이라 밝혔다. 전공의 측도 정부와 논의는 계속하겠지만 정책 철회 같은 정부 변화가 선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형철 대한전공의협의회 대변인은 “정책 추진 유보 후 논의 재개시점에 대해 의료계와 합의해 정하자고 했더니 정부가 거부했다”며 “그런 식의 유보는 우리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료계가 파업을 계속할 경우 진료개시명령을 비롯해 면허정지 및 취소와 같은 법적 제재조치까지 고려하고 있다. 김 차관은 이날 “엄중한 상황 속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집단 휴진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하기 어렵다”며 “상황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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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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