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싸우는 의료진이 예수의 모습… 信者는 희생 앞장서야”

김갑식문화전문 기자

입력 2020-08-21 03:00 수정 2020-08-2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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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확산 비상]
국내 개신교 ‘복음주의 맏형’ 홍정길 남서울은혜교회 원로목사


“최근 일부 교회를 둘러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고개를 들 수 없는 참담한 심경이다.”

작고한 옥한흠 하용조 목사, 지구촌교회 이동원 원로목사(74)와 함께 국내 개신교의 복음주의를 이끌어 ‘복음주의의 맏형’으로 불리는 홍정길 남서울은혜교회 원로목사(78·사진)는 최근 사태에 대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홍 목사는 교계 내 보수 진보 성향에 관계없이 드물게 존경받는 원로다. 그는 장애인 학교인 밀알학교를 설립했고, 북한을 돕기 위한 최초의 민간단체 ‘남북나눔’ 이사장으로 30년 가깝게 활동했다. 코로나19로 지역 경제와 작은 교회들이 어려움을 겪자 중견 목회자 30여 명이 참여하는 초교파모임 ‘말씀과 순명’을 결성해 지원에 나서고 있다. 2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정치적 구호가 뒤덮은 교회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바람과 다른 길”이라고 했다.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 등 일부 교회를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상황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자신과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생명의 거리 두기’다. 실제 대부분의 교회가 방역 당국의 지침을 잘 지켰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성가대 찬양이나 큰 소리를 내는 통성 기도, 밀집 예배 등의 문제점도 지적된다.

“작은 교회의 경우 어려움이 크다. 하지만 비상 상황인 만큼 방역 당국의 지침을 따라야 한다. 사회규범을 잘 지키라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이다. 예수님께서는 남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본 것을 행하라고 하셨다. 사도 바울도 ‘당시의 가장 좋은 그 시대의 규범을 지키라’고 했다.”

―개신교 최대 협의체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최근 사태에 대해 사과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백번 잘한 일이다. 한 차례 진솔한 사과의 시기를 놓치면 10차례의 구차한 변명과 궤변이 필요하게 된다. 교회나 정부 모두 잘못이 있다면 마음이 담긴 사과가 최우선이다.”

―일부 교회에서는 지나친 정치 구호가 나오고 있다.

“현 정부에 비판적인 분들이 있는데 몇몇 교회가 불만 표출의 창구가 됐다. 세상 사람들이 그 목소리를 한국 교회 전체의 모습으로 인식할까 봐 걱정이 컸다. 과거 독재 시기도 아닌데 교회가 정치적 공간이 돼서는 안 된다. 교회의 권력화, 정치세력화로 인한 폐해는 기독교를 포함한 역사가 잘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닌가.”

―코로나19로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진정한 기독교 신자, 크리스천이라면 지금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야 한다. 예산이 부족한 교회도 많지만 비용이 줄어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교회도 있다. 이런 시기야말로 교회의 자원을 민족과 동포를 위해 써야 한다. 립서비스가 아니라 사랑으로 손을 내밀어야 하는 시기다.”

―말씀과 순명 모임에서도 방역 일선의 의료진을 돕기 위해 나선 적이 있다.

“그분들의 헌신에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코로나19와 맞서 싸우는 의료진과 방역 당국이 지금 이 시대 예수의 모습이다. 모두 성직자의 헌신처럼 귀하게 노력해주고 있다. 기독교의 자랑스러운 전통이 재난과 질병 등으로 위기를 맞았을 때 희생의 가장 앞자리에 서는 것이다. 지금이 그럴 때다.”

―지도자들을 위한 조언을 준다면….

“교회나 정치권 모두 개혁을 얘기하지만 정작 자신이 빠져 있다. 자신을 바꾸는 게 최선의 개혁이다. 그게 아니면 공염불이다. 공동체와 국가를 위해 나선 이들은 먼저 자신을 둘러보는 성찰을 해야 한다.”

김갑식문화전문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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