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핸 ‘1인 1빙’이 대세… 멜론-백년초-복숭아 등 재료도 다양

황태호 기자

입력 2020-08-21 03:00 수정 2020-08-21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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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자락, 호텔 ‘이색 빙수’ 즐기세요
신라 ‘애플망고빙수’ 줄서서 먹는 디저트로 유명세
다른 호텔들도 특별한 재료로 고객 여름 입맛 공략
이달 말까지 판매… 코로나 여파로 1인용 수요 늘어


신라호텔의 ‘망고 쇼트 케이크’.
“대패처럼 얇게 썰린 얼음이 층층이 쌓여 있어, 입에 넣으면 각각의 층이 순차적으로 녹는 것 같은 오묘한 질감을 준다…생망고의 부드러운 질감이 그대로 살아 있어, 과연 씹히는 것인지 이빨에 닿아 녹는 것인지 알기 힘들 정도로 부드러웠다.”

임승수 작가는 에세이집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에서 2014년 서울 신라호텔 애플망고빙수 ‘식후감’을 이렇게 썼다. 여기에 피아노와 바이올린, 플루트의 삼중주 연주까지 곁들여져, “4만2000원(올해는 5만9000원)으로 가능한 최고의 호사를 누린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여름 고급 디저트’의 대명사가 된 신라호텔 애플망고빙수가 서울에 올라온 건 2011년. 올해로 꼭 10년째다. 5만9000원의 가격에도 여름 성수기에는 1, 2시간 대기는 기본인 인기상품이다. 특히 한 사람당 수만 원은 기본인 식당에 비해 빙수는 푸짐한 양 덕분에 한 그릇에 2, 3명은 나눠 먹을 수 있다. ‘가성비’ 있는 작은 사치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의 과일빙수.
다른 호텔들도 손놓고 있을 리 없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애플망고빙수에 이어 지난해 수박빙수, 올해는 멜론빙수를 선보였다. 수박빙수는 수박과즙을 넣은 얼음 위에 동그란 수박 조각들이 올려져 있다. 초콜릿으로 수박씨까지 표현했다. 같은 방식으로 만든 멜론빙수와 전통적 스테디셀러인 애플망고빙수를 같이 놓고 보면, 빨강 노랑 연두색이 퍽 조화롭다.

수박, 멜론빙수는 2만 원대의 1인용 제품도 판매한다. 함태욱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식음 팀장은 “올해는 개인 위생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각자 취향대로 1인용을 시켜 먹는 ‘1인 1빙’이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롯데호텔 제주의 백년초빙수.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망고 바질 샴페인’.
롯데호텔 제주는 ‘불로초’라 불리는 백년초를 활용한 빙수를 올여름 새롭게 내놨다. 백년초는 비타민C가 풍부해 더위에 떨어진 입맛을 돋우기에 제격이다. 제주 전통 오메기떡과 함께 제공되는데, 제주의 상징인 한라산을 형상화한 모습이 보는 맛을 더한다. 그랜드하얏트 서울은 망고의 단맛을 향긋한 바질 셔벗으로 감싸주는 ‘망고 바질 샴페인’ 빙수를 판매하고 있다. 복숭아, 살구, 자두 등 여름 제철 과일을 이용한 디저트에 네스프레소의 시즌 한정판 커피를 곁들인 ‘서머 리프레시 애프터눈 티 세트’도 인기가 높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에선 가장 인기가 많은 여름 과일로 꼽히는 복숭아를 이용한 빙수를 맛볼 수 있다. 문지현 지배인은 “당도, 신선도를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매월 다른 과일 빙수를 내놓는데, 5월에는 애플망고, 6, 7월 체리에 이어 8월엔 복숭아가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스파클링 와인에 1인용 과일빙수 2그릇과 몽상클레르 쇼트 케이크, 마카롱을 프랑스의 명품 크리스털 브랜드 ‘바카라’의 제품에 담아 제공하는 ‘스페셜 에프터눈 티 프로모션’도 진행 중이다.

각 호텔의 빙수 판매는 대부분 이달 말이면 종료된다. 그 아쉬움을 달래기에는 9월 중순까지 판매하는 신라호텔의 망고 쇼트 케이크가 제격이다. 촉촉한 케이크 시트에 부드러운 생크림과 신선한 제주산 애플망고를 층층이 넣어, 애플망고를 통째로 먹는 듯한 느낌을 준다. A급 애플망고 수급이 한정돼 있는데다 워낙 인기가 많아 하루에 30개만 판매하고, 3일 전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

시그니엘 서울의 ‘르 꾸떼 시그니엘’ 세트.
미슐랭 3스타 야닉 알레노 셰프의 디저트로 인기가 높은 시그니엘 서울 더 라운지에서는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초콜릿 가나슈 샤블레와 계절 과일이 들어간 클라푸티, 딸기 콩피도넛 등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디저트들로 구성된 ‘르 꾸떼 시그니엘’ 세트가 인기다. 계절에 따라 구성이 달라져 여름이 끝나면 새로운 메뉴를 맛 볼 수 있다. 79층 높이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전망까지 함께하니 ‘바다의 뚜껑’ 마리의 대사처럼 사치스럽다. 아깝지 않은 사치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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