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묘역서 무릎 꿇은 김종인…울먹이며 “부끄럽고 죄송”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0-08-19 12:25 수정 2020-08-1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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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오월 영령 앞에 무릎을 꿇고 참배했다. 2020.08.19. 사진=뉴시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광주를 찾아 5·18 민주화 운동 희생자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했다. 보수정당을 이끄는 사실상 대표가 추모탑 앞에서 무릎을 꿇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 묘지를 방문해 방명록에 “5·18 민주화 정신을 받들어 민주주의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후 직접 작성한 사과문을 낭독했다.

‘민주의 문’ 앞에 선 김 위원장은 “광주에서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그것을 부정하고 5월 정신을 훼손하는 일부 사람들의 어긋난 발언과 행동에 저희 당이 엄중한 회초리를 들지 못했다”며 “그동안 잘못된 언행에 당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진실한 사과의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알고도 침묵하거나 눈감은 행위, 적극 항변하지 않는 소극성 역시 적지 않은 잘못이다”라면서 “신군부가 집권하고 만든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에 나는 재무분과위원으로 참여했다. 그동안 여러 기회를 통해 그 과정, 배경을 말하며 용서를 구했지만, 결과적으로 상심에 빠진 광주 시민, 군사정권 반대한 국민들에겐 쉽게 용납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다시 한번 이에 대해 사죄 말씀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역사의 화해는 가해자의 통렬한 반성과 고백을 통해 가장 이상적으로 완성되지만, 권력자의 진심 어린 성찰을 마냥 기대할 수 없는 형편에서 그 시대 대표해 제가 이렇게 무릎 꿇는다”며 울먹였다.

그러면서 “호남의 오랜 슬픔과 좌절을 쉬이 만질 수 없단 걸 알지만, 5·18 민주 영령과 광주 시민 앞에 굳이 이렇게 용서를 구한다”며 “부끄럽고 또 부끄럽고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너무 늦게 찾아왔다”고 했다.

사진=뉴시스

김 위원장은 “벌써 일백 번이라도 사과하고 반성했어야 마땅한데 이제야 그 첫걸음을 떼었다”며 “아물지 않은 상처를 보듬고 살아가는 유족들께 깊은 위로의 말 드린다. 민주화 유공자 여러분에게도 진심 어린 감사와 존경의 말씀 드린다. 제 미약한 발걸음이 역사의 매듭을 풀고 과거가 아닌 미래로 나가는 작은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사과 발언을 하는 도중 감정이 북받친 듯 울먹이기도 했다. 원고를 든 손이 떨리는 모습도 보였다.

김 위원장과 김선동 사무총장, 김은혜 대변인 등은 희생자 추모탑에 헌화한 뒤 무릎을 꿇고 묵념했다. 이들은 윤상원·박기순 열사 묘역에 이어 행방불명자 묘역도 찾았다. ‘이름 없는 희생자까지 잊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당 관계자는 설명했다.

사진=뉴시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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