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빠진 아이와 소통하려면…‘게임의 룰’부터 파악하세요”

손효림 기자

입력 2020-08-19 03:00:00 수정 2020-08-19 04:5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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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호 서울시교육청 연구관이 알려주는 ‘청소년 게임 과몰입 치유’ 방법

2019 전국 장애학생 e페스티벌에서 게임을 즐기는 학생들(왼쪽 사진)과 지난해 열린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롤)의 국내 리그 ‘롤 챔피언스 코리아(LCK)’. 게임에 대한 뜨거운 에너지를 활용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쏟게 만들면 아이들은 엄청난 몰입력을 발휘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동아일보DB
“자녀가 게임 때문에 공부를 안 한다고 속상해하는 부모가 많은데요,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성적, 가정·친구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를 푸는 수단이 게임일 뿐이에요. 공부나 인간관계에서 못 느낀 성취감을 게임에서는 맛볼 수 있으니까요.”

방승호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관(59)은 게임에 대한 오해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충정로의 한 카페에서 최근 만난 그는 “아이들이 게임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뭔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달 온라인으로 개최한 2020 게임문화포럼 관련 회의에서 ‘게임에 빠진 아이 마음 들여다보기’를 주제로 발표했다.

모험놀이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일선 고교에서 교감, 교장으로 재직하며 학교에 PC방을 만들고 e스포츠학과를 개설했다. 게임 과몰입 치유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2019 게임문화 가족 캠프에 참여한 아들과 아빠가 각각 팀을 이뤄 게임하고 있다.
“게임 과몰입을 치유할 때는 우선 게임을 잘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리고 챔피언, 닉네임 등 게임에서 쓰는 영어를 가르쳐요. 골드 실버 브론즈를 올림픽의 금·은·동메달과 연결해 인문학 수업을 하고 글쓰기도 했어요. 게임에서 장애물을 어떤 방식으로 극복했는지 신나게 쓰던 아이들이 인생에서 고비가 닥치면 어떻게 할지 생각하기 시작하더군요.”

프로게이머도 만나게 했다. 게임을 하는 아이들 상당수는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는 꿈을 꾼다. 하지만 막상 프로게이머와 겨뤄보면 자신의 실력이 한참 부족하다는 걸 깨닫고 취미로 즐기겠다고 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게임 중독 척도에 따라 △고위험 사용자군 △잠재적 위험사용자군 △일반 사용자군으로 나누는데, 9회 차 교육을 마친 후 고위험 사용자군의 90% 이상이 일반 사용자군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일선 학교, 교육청에서 게임 과몰입 치유 프로그램을 적극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정에서는 부모가 게임의 규칙과 캐릭터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아이가 게임하는 것을 함께 보면서 이기면 잘한다고 칭찬해주세요. 그러다 보면 게임할 때 기분이 어떤지, 왜 게임을 하는지 대화를 할 수 있어요.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면 인정해주시고요. 단, 직업으로 게임을 할 실력을 갖춘 사람은 전체 지원자의 0.001%도 안 됩니다.”

게임하며 욕하는 아이가 많은데 부모가 “우리 ○○이, 욕도 잘하네”라고 농담처럼 말하면 쑥스러워서 점점 안 하게 된다고 한다.

“물론 이런 과정이 순조롭지는 않습니다. 부모는 인내하며 자녀를 이해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자신에게 공감해주고 속내를 털어놓게 만드는 질문에 답을 하면서 신기하게도 스스로 길을 찾습니다. 실제 이런 학생을 많이 봤어요.”

그는 사춘기 아이들도 부모와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영화를 같이 보거나 가고 싶은 곳을 여행하며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게임은 몰입도가 정말 큽니다. 게임 회사들이 게임 스토리나 캐릭터를 교과 내용과 연계해 만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교육 역시 게임의 순기능을 활용해 아이들의 역량을 키우도록 해야 합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아이들은 게임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
박성옥 대전대 아동교육상담학과 교수

게임문화에 대한 세대 간 인식 차이는 소통과 공감을 매우 어렵게 한다. ‘게임중독’으로 인한 갈등의 근원과 해결 방법에 대한 고민은 교육과 상담 현장에서 자주 마주하는 화두다. 이런 현상은 세대 간 문화 감수성 차이로 인한 것이다. 우리는 미래를 위해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고 고민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게임은 성공의 결과만을 중시하지 않는다. 실패 속에서 즐거움을 얻고, 성공의 보상 속에서 보람을 얻는 심리적 역동에 초점을 둬야 한다.

필자는 임상게임놀이학회를 통해 게임의 치료적 효과를 강조해 왔다. 게임 활동은 비관적인 무능력감으로 힘겨워하는 사람이 낙관적 유능감을 키울 수 있는 치료법이라고 생각한다. 통제와 자율 사이에서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성장해야 하는 청소년에게 게임 문화가 미치는 영향은 특히 크다. 디지털 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강화된 현 시점에 창의적 상상력, 융합적 문제 해결력, 감각적 사고력, 소통과 공감 같은 게임의 긍정적 가치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 미래연구소 수석 디자이너이자 게임 프로듀서인 제인 맥고니걸은 “게임에 몰입해 긍정적인 가치를 배우고 이를 활용할 때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이 재미 이상을 제공해 준 사례는 많다. 3차원(3D)으로 재현된 실제 단백질 분자 구조를 조작해 과제를 달성하는 게임 ‘폴드 잇’은 10여 년간 학계가 풀어내지 못한 단백질 구조를 게임 이용자들이 3주 만에 해결해 불치병 완치에 큰 기여를 했다.

북극곰의 생태 위기를 게임으로 구현해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문제를 환기시킨 ‘북극곰을 부탁해’, 기근에 시달리는 나라에 식량을 지원하는 ‘푸드 포스’ 같은 게임 역시 우리가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게 만드는 데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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