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는 골프만 집중해”… 통역-이동관리 등 통합서비스

정윤철 기자 , 김정훈 기자

입력 2020-08-15 03:00 수정 2020-08-15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여자골프 이끄는 매니지먼트사
의류-화장품 등 선수 브랜드화… 은퇴 뒤 삶까지 대비하게 지원
전담 매니저는 컨디션-멘털 등 파악, 선수와 국내외 투어 동고동락
후원사 로고 노출도 꼼꼼히 챙겨


지난달 13일 부산 기장군 스톤게이트CC의 18번홀(파4).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아이에스동서 부산오픈의 서든데스 2차 연장전에 나선 박현경의 세컨드샷은 핀에서 1m도 안 되는 지점에 붙었다. 반면 세컨드샷이 핀에서 12m 거리에 떨어진 경쟁자 임희정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스무 살 동갑내기’의 경쟁은 버디를 낚은 박현경(임희정은 파)의 승리로 끝났다.

박현경은 한국토지신탁골프단, 임희정은 한화큐셀골프단으로 소속팀은 다르지만 둘은 같은 매니지먼트사(갤럭시아SM)에 있는 ‘한 지붕 가족’이다. 초조한 마음으로 연장전을 지켜본 갤럭시아SM 관계자는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은 없다. 유망주 시절부터 함께한 두 선수가 국내 투어의 강자로 성장하고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갤럭시아SM은 박현경이 중학교 2학년일 때부터 골프용품 업체를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지원을 시작했고, 고교 2학년 때부터 인연을 맺은 임희정에게는 레슨 코치 등을 소개해줬다.

실력과 스타성을 갖춘 선수들이 ‘화수분’처럼 나오는 한국 여자 골프의 성장 동력 가운데 하나는 골프 매니지먼트 업계의 체계적인 지원도 꼽힌다. 국내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세심한 관리를 통해 선수들이 운동에만 집중해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니지먼트의 목표”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선수 일정 관리 등을 이른바 ‘골프 대디’로 불리는 아버지들이 주로 담당하고, 매니지먼트사는 후원사 계약을 성사시키는 역할에 집중했다. 하지만 2010년을 전후해 국내 투어의 규모가 커지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등 선수들의 해외 진출도 활발해지면서 변화가 생겼다. 성적과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선수들의 요구가 늘어남에 따라 매니지먼트사의 역할이 다방면으로 확대된 것이다.

외국 선수들은 대체로 에이전트(후원사 계약 담당)와 트래블 매니저(숙박, 이동 관리 등) 등 분야별 계약을 맺지만 한국 선수들은 사실상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통합 서비스’를 제공 받는다. 매니지먼트사는 항공과 숙박 예약, 비자 발급, 해외 투어 시 통역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선수 요구에 맞춘 개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골프 여제’ 박인비(32), 유소연(30) 등의 소속사인 브라보앤뉴 관계자는 “선수가 심리적인 부분에서 도움을 필요로 할 경우 멘털, 이미지 트레이닝 코치를 연결해 준다. 또한 박인비 등 베테랑 선수들을 오랫동안 지원하며 습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롭게 LPGA투어에 진출한 선수들에게 대회장 등에 관한 여러 정보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웨이트트레이닝 등 체력 훈련을 제공할 때는 미리 파악해 둔 트레이닝 업체별 특성과 선수의 상황에 따라 최적의 맞춤형 훈련을 연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1990년대 후반 아버지가 모는 밴을 타고 미국 전역을 돌았던 LPGA 투어 진출 1세대와는 천양지차다.

해외와 국내 투어를 오가는 선수들에게 긴 여정을 함께하는 전담 매니저들은 든든한 조력자이자 친자매 같은 존재다. 매니저들은 자신이 담당하는 선수의 컨디션과 체력, 심리 상태 등을 꼼꼼히 체크한다. 라운드 시작에 앞서 선수 모자와 유니폼 등에 후원사 로고 노출이 제대로 이뤄지는지를 점검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LPGA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의 매니저 A 씨는 “외롭게 생활하는 선수에게 ‘버팀목’이 되려 한다. 성적에 따라 선수가 힘들어할 때는 멘털 회복을 위해 조언을 해준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해외 투어 활동과 온라인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매니저들은 ‘팔방미인’이 되어가고 있다. 능숙한 외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출전 선수의 통역이 되는 건 기본이고,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한 마케팅 활동을 위해 영상 편집 기술을 익히는 매니저도 있다고 한다.

여자 골프 세계 1위 고진영(25)과 3위 박성현(27)의 소속사인 세마스포츠마케팅(세마)은 선수들의 ‘브랜드화’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세마 관계자는 “선수들의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자신만의 브랜드 설립을 통해 필드를 떠난 이후의 삶까지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마의 도움으로 박성현은 자신의 별명인 ‘남달라’의 영어 이니셜을 따 의류, 화장품, 골프용품에 ‘NDL 라인’을 론칭했다. 유망주 지도 등에 관심이 많은 고진영은 향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스포츠 멘털 프로그램 개발을 고려하고 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김정훈 기자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