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분쟁 조정 결과 무조건 따르라” vs “소송 청구권 침해”

김형민 기자

입력 2020-08-13 03:00 수정 2020-08-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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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與 ‘금소법’ 개정안 발의… “조정액 2000만원이하 소비자 보호”
금융사 “손발 묶는 조치 안돼… 조정안에 대한 거부권 남겨둬야”


금융감독원과 더불어민주당이 금감원의 분쟁 조정 결과를 금융회사가 무조건 따르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금감원과 여당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금융회사들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소송청구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반발한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12일 금감원 분쟁 조정 금액이 2000만 원 이하이고 소비자가 조정을 수락하면 당사자인 금융회사는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내용의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금융회사 앞에서 일반 금융 소비자는 상대적 약자일 수밖에 없다”며 “일반 금융 소비자의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는 방향으로 분쟁조정제도를 보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전날 열린 임원회의에서 조정 당사자 중 한쪽이 무조건 결과에 따라야 하는 ‘편면적 구속력’을 금감원 분조위에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원장은 “국민은 금융상품을 판매한 금융사를 믿고 거래한 것”이라며 “판매사가 고객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는 금감원 분조위 조정이 권고사항이다. 당사자들이 분조위의 조정 권고를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이 때문에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사자 간 조정이 성립되지 않으면 민사소송을 통해 분쟁을 매듭지어야 하는데, 여기에는 막대한 소송비용이 들어가는 데다 재판 기간도 통상 3∼5년이 걸린다. 금융소비자들이 금융회사를 상대로 한 법적 다툼을 버텨내기 어렵다는 게 분조위 조정 결정에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최근 금감원 분조위 조정을 따르지 않는 금융회사가 늘어난 것도 금감원이 ‘편면적 구속력’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올해 3월 금감원 분조위는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와 관련해 금융회사가 손실을 본 기업에 손실금의 15∼41%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 5곳은 이례적으로 이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융회사들은 금감원 분조위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금융회사의 손발을 묶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분조위 결과에 구속력이 도입되면 헌법에서 보장한 소송청구권이 박탈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분조위가 내놓은 조정 결과에 대한 금융회사들의 불만이 커진 것도 ‘편면적 구속력’ 도입에 대한 반발이 커진 원인으로 꼽힌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금감원장의 성향에 따라 분조위 결과가 일관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조정안에 대한 거부권은 남겨둬야 한다”라고 했다.

금감원 분조위가 편면적 구속력을 확보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등을 거쳐야 한다. 금융위원회와도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편면적 구속력이 도입되려면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편면적 구속력을 적용할 수 있는 분쟁조정 금액을 어느 수준으로 할지가 관건일 것”이라고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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