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기-열정으로 빚은 ‘테진아’ 연타석 홈런

김성모 기자

입력 2020-08-12 03:00 수정 2020-08-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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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코로나속 성장질주

강원 홍천군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의 테라 맥주 생산라인.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3월 선보인 테라는 올해 5월 말까지 총 8억6000만 병이 팔리며 매출을 견인했다. 하이트진로 제공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주류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하이트진로가 이례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2분기(4∼6월)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5903억 원, 영업이익 43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6%, 313.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트진로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1분기(1∼3월)에도 전년 대비 26% 성장(매출액 기준)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바 있다.

○ 위기에 빛난 ‘테진아’ 열풍

올해 초만 해도 주류 업계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됐다.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병행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로 각종 모임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주류 업체가 공장 가동을 멈추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술족’과 홀로 술을 찾는 ‘혼술족’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는데,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3월 선보인 맥주 테라가 효자 노릇을 했다. 테라는 출시 101일 만에 1억 병이 판매되며 돌풍을 일으켰다. 올해 5월 말까지 총 8억6000만 병이 팔렸다. 1초에 22.7병(330mL 기준)이 판매된 셈이다. 지금까지 출시된 국내 맥주 브랜드 중 가장 빠른 판매 속도다. 한 주류 업체 관계자는 “하이트진로도 2분기에 수입맥주 매출 부문에선 하락세를 보였지만 테라 맥주 판매량이 855만 상자에 달하는 등 매출이 크게 늘면서 코로나19 사태에도 선전할 수 있었다”며 “소주는 ‘진로’, 맥주는 ‘테라’라는 신조어 ‘테진아(테라+진로이즈백)’까지 등장시키며 팬덤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유를 모델로 한TV광고. 하이트진로 제공
여기에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4월 내놓은 소주 ‘진로이즈백’까지 흥행에 성공하면서 두 상품이 회사의 성장세를 이끌었다.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4월 내놓은 진로이즈백은 1970년 출시된 진로 소주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제품이다. 16.9도의 저도수 소주로, 1970년 당시 제품처럼 하늘색 병에 담았다. 출시 13개월 만에 3억 병 이상이 팔렸다.

주류 업계는 하이트진로의 ‘연타석 홈런’에 앓는 소리가 쏙 들어갔다. 코로나19, 주 52시간 근무제 등으로 “회식이 줄었다”는 핑계가 먹히지 않게 된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맛이 있으면서 끌리기까지 하는 제품은 인기가 오래간다”며 “악조건 속에서도 하이트진로가 성공한 비결은 제품력과 마케팅력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테라는 청정 공기로 알려진 지역인 호주의 골든트라이앵글에서 자란 맥아를 사용해 만들었다. 여기에 발효 공정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리얼 탄산을 제품에 담았다. 테라 특유의 톡 쏘는 청량감이 이 탄산 덕분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이트진로는 테라의 강점인 ‘리얼탄산 100%’를 마케팅에도 활용했다. 배우 공유를 모델로 쓰면서 젊은층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진로이즈백 역시 저도수 소주로 목 넘김이 편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맛을 인정받았다. 여기에 과거 패키징을 살리면서 ‘뉴트로(새로운 복고)’ 열풍까지 일으켰다.

○ ‘끈기’와 ‘열정’의 기업문화

하이트진로는 이 같은 히트작 뒤에는 끈기, 열정 같은 하이트진로만의 기업문화가 깔려 있다고 설명한다. 1997년 당시 진로는 외환위기로 부도를 맞았다가 법정관리를 거쳐 하이트맥주에 인수된 굴곡진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소주 시장 1위를 굳건히 지켜왔다. 끈기를 드러내는 일화도 있다. 1991년 박문덕 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하고 다음 해 마케팅 부서가 신설됐는데, 이때 회사 임직원들은 ‘마지막 작품’이라는 각오로 신제품 개발에 몰두했다. 직원들은 당시 회사 사옥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여관 한 채를 통째로 빌려 1년간 합숙하며 연구개발에 집중했다. 그렇게 개발된 제품이 하이트 맥주였다.

최근 몇 년간 하이트는 경쟁사 상품에 밀려 만년 2위의 설움을 겪었다. 하이트진로는 다시 한 번 제품 개발에 절치부심했고, 이를 통해 나온 맥주가 테라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테라의 제품 방향을 잡는 데만 5년이 걸렸고, 기획한 제품의 맛을 구현하는 데 2년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올해 창립 96주년으로 조만간 ‘100년 기업’에 이름을 올리게 되는 하이트진로는 제품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이미 올해 6월 진로이즈백 130만 병이 일본, 미국, 중국 등 7개국에 수출됐다. 하이트진로의 소주 수출은 2015년부터 꾸준히 늘고 있다. 2017년에는 수출액 4000만 달러를, 지난해에는 5000만 달러를 돌파했다.

또 주류기업 최초로 100주년을 맞는 만큼 사회적 책임에도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는 2018년부터 소방청과 ‘소방공무원 가족 처우 개선과 국민 안전의식 제고’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노후 소방 장비 개선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소방관 자녀들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저소득 청년의 자립을 돕는 ‘청년창업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사회 취약계층에게 마스크와 손 세정제, 생필품 등도 지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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