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신규단지 임대 매물, 월세가 40%

정순구 기자

입력 2020-08-11 03:00 수정 2020-08-11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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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 이후 월세 전환 가속
서대문 단지 두달새 26→32%
전세는 씨 말라… 주거비용 급등


직장인 안모 씨(44)는 지난달 31일 입주를 시작한 경기 성남시 ‘산성역 포레스티아’ 전용면적 84m²를 보증금 1억 원, 월 임대료 160만 원에 월세로 내놨다. 지난달 초만 해도 보증금 6억 원의 전세로 매물을 내놨지만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요구권이 시행되면서 마음을 바꿨다. 그는 “임대차 2법 시행으로 전세 매물이 급감해 월세로 내놔도 계약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근 서울 등 수도권에서 입주를 시작한 신축 단지에서 월세 매물 비중이 늘고 있다. 임대차 2법 시행 등으로 집주인들이 전세로 내놨던 매물을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10일 아파트 정보 플랫폼인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8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대문구 ‘힐스테이트신촌’의 임대차 매물(10일 기준) 894건 중 월세는 282건으로 전체 전·월세 물량 중 31.5%를 차지했다. 해당 단지의 월세 비중은 두 달 전(6월 10일) 25.6%에서 지난달(7월 10일) 26.2%로 계속 오르는 추세다.

이달 말 입주를 시작하는 서울 용산구 ‘용산센트럴파크해링턴스퀘어’에서도 월세 매물 비중은 두 달 전 29.6%에서 8월 39.8%로 두 달 새 10.2%포인트 상승했다. 수도권도 비슷하다. 지난달 말 입주를 시작한 경기 성남시 ‘산성역 포레스티아’의 월세 매물 비중은 최근 두 달 동안 23%에서 32.3%로 급등했다.

2년 전인 2018년 12월 입주를 진행한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와 비교하면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당시 헬리오시티의 월세 실거래 비중은 전체 전·월세 물량의 25.2% 수준이었다.

부동산업계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전세 물량이 줄어들던 상황에서 임대차 2법이 시행되며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화를 부추겼다고 지적한다. 안성용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팀장은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조건에 실거주 추가, 재건축 의무 거주, 임대차 2법 시행 등으로 전세 매물의 씨가 마르며 어쩔 수 없이 월세나 반전세 선택을 강요받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며 “주거비 부담도 급등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세입자에게는 월세나 반전세 외의 선택지가 마땅치 않아지면서 집주인들이 ‘배짱’을 부리며 월세 가격을 크게 높이는 모습도 목격된다. 힐스테이트 신촌 전용면적 84m²의 경우 전세 호가가 6억 원 후반인데 월세는 보증금 3억 원에 월 임대료 160만 원인 매물도 찾을 수 있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전월세전환율(4%)을 대입하면 전세 9억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라며 “전월세상한제를 고려해 처음부터 가격을 높게 받으려는 집주인이 많다”고 전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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