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났을땐 토사 흘러오는 옆방향 높은 곳으로 피하세요”

김소영 기자 , 김태성 기자

입력 2020-08-10 03:00 수정 2020-08-1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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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피해]
집중호우 상황별 행동요령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는 9일 오후 기준 최소 42명이 목숨을 잃고 15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 피해가 유독 심각하다. 이런 천재지변은 인력으로 감당하기 어렵지만, 특히 위험 지역에 거주하는 국민들은 위기에 대처하는 행동요령을 숙지해 만일에 대비해야 한다.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상황별로 행동요령을 정리해 봤다.

○ 농촌에서 논둑이나 물꼬 점검 자제

올해 집중호우 인명 피해는 전국에서 개울가나 하천, 해안 등 침수 위험 지역에서 급류에 휩쓸려 참변을 당하는 경우가 잇따랐다. 7일 오후 경기 평택시 안성천에서도 낚시를 하다 물에 빠진 친구(29)를 구하려고 뛰어든 태국인 2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피해를 막으려면 당연히 물가에 최대한 가까이 가지 않아야 한다. 건설 관계자는 “공사장 근처도 폭우로 인해 공사 자재가 무너지면 다칠 수 있어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농촌에서는 농사일과 직결된 논둑이나 물꼬를 점검하러 나갔다가 사고를 입는 경우가 잦아 주의가 필요하다. 8일 전남 화순에선 논의 배수 상태를 확인하려던 60대 남성이 급류에 휩쓸려 숨졌으며, 3일 경기 가평에 살던 70대 여성도 밭을 둘러보려다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뒤 4일 숨진 채로 발견됐다.

문현철 행정안전부 재난대비 매뉴얼 심의위원은 “폭우가 내리면 습관적으로 물꼬를 트러 나가는 농민들이 많은데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며 “비가 시간당 30∼50mm 이상 내릴 땐 논두렁을 터줘도 물이 빠지지도 않는다”고 했다.

홍수로 인해 저지대 주택이 침수될 경우엔 가스 누출이나 감전도 조심해야 한다. 8일 오전 부산 연제구에선 한 철물점에서 불이 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소방 관계자는 “당시 비가 내리고 있었던 만큼 빗물이 내부로 유입되며 전기 합선이 발생해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물 피해가 예상될 땐 사전에 전기차단기를 내리고 가스밸브도 잠가야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침수됐던 집에 다시 들어갈 때도 먼저 환기를 시키고 가전제품은 이용하기 전에 안전 점검을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 안전벨트 버클로 차 유리 깨고 탈출

올해 집중호우 피해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차량 침수가 인명 피해로 이어진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3일 강원 홍천군 서면과 충북 진천군 문백면에선 각각 차량에 타고 있던 남성이 급류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일단 차 주변에 물이 차오르면 타이어 높이 3분의 2 이상 잠기기 전에 차를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한다. 불가능한 상황일 땐 미리 창문이나 선루프를 열어두는 게 좋다.

만약 차를 타고 있다가 급류에 갇혔다면, 급류가 밀려오는 방향의 반대쪽 문을 열고 탈출해야 한다. 물에 많이 잠겨 차문이 열리지 않을 땐 단단한 물체로 창문 모서리를 깨고 빠져나오는 방법도 있다. 평소 차에 비상탈출 망치를 마련해 두거나 망치가 없으면 운전석 머리 받침대의 지지 봉이나 안전벨트 버클 등을 쓸 수 있다.

창문을 깨기 어렵다면 당황하지 말고 차 내부에 물이 찰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처음에는 수압 때문에 문이 열리지 않지만, 물이 차올라 차량 안팎의 수압 차가 줄어들면 문이 열린다”고 설명했다. 보통 차량 내·외부의 수위 차이가 30cm 이하로 줄어들면 문을 비교적 쉽게 열 수 있다고 한다.

침수 도로와 지하차도, 급류 하천 옆 도로 등은 절대 들어서지 말고 돌아가야 한다. 지하차도에서 차가 침수됐다면 당장 차에서 나와 차 지붕 등 수면보다 높은 곳이나 몸을 지탱할 곳을 찾은 뒤 119에 연락해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 물에 잠겨가는 지하주차장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물이 불어날 수 있으니 꼭 피해야 한다.

○ 산사태로 토사가 내려오는 ‘옆 방향’으로 피해야

이번 집중호우는 전국적으로 산사태를 일으켰고 이로 인한 인명 피해가 적지 않다. 산사태 대피 명령이 발령되면 산지에서 떨어진 마을회관이나 학교로 대피해야 한다.

산사태를 마주했을 땐 본능적으로 토사가 내려오는 반대쪽으로 도망가기 쉽다. 하지만 오히려 좌우 옆 방향으로 이동해 높은 지대를 찾아보는 게 올바른 대피 요령이다. 산사태 취약 지역에 사는 주민이라면 행정기관 등에서 안내하는 대피 장소를 사전에 알아두고 간단한 생필품 등도 미리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잠을 자다가 산사태 등이 발생하면 피할 길이 없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평소 산사태 전조 현상을 알아두는 것도 요긴하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나무가 흔들리거나 조용한 밤에 땅이 쿵쿵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면 산사태의 전조 현상”이라 설명했다.

김소영 ksy@donga.com·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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