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다운, 너무나 부산다운 ‘부산비엔날레’
김민 기자
입력 2020-08-06 03:00:00 수정 2020-08-06 03:00:00
예술감독, 문학작품 저자 섭외… 부산서 쓴 글 맞춰 미술품 등 선정
작년 베니스비엔날레 출품작서 롯데 자이언츠 마스코트까지
“부산 중심서 뻗어나가는 방식”
내달 5일부터 11월8일까지 열려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상을 수상한 벨기에 작가 요스 더 그라위터르와 하랄트 티스의 ‘몬도카네(Mondo Cane·개 같은 세상)’. 부산현대미술관 입구에 새로운 형태로 설치된다. 부산의 젊은 작가 허찬미는 이번 전시로 덴마크예술재단의 후원을 받아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부산비엔날레 제공지난해 말 김성연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장은 덴마크인 예술감독 야코브 파브리시우스의 손에 이끌려 국립민속박물관의 ‘미역과 콘부’ 전시를 봤다. 올해 비엔날레와 관련해 함께 회의하던 파브리시우스가 꼭 봐야 한다며 데려간 것이다. 미역과 콘부(다시마)는 한국과 일본의 바다 문화를 다룬 전시였는데 해외 참여 작가가 궁금해한다는 이유였다. 전시 도록을 받은 작가는 해녀와 관련된 작품을 만들었다.
2년마다 열리는 국제 미술전 비엔날레에는 늘 딜레마가 있다. 국제전을 표방하다 보니 너무 난해해 지역과의 소통이 아쉬웠다. 외부의 예술감독이 사전 구성한 작가진에 전시 장소만 빌려주는 ‘헬리콥터 전시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그런데 2020 부산 비엔날레는 과감히 ‘부산’을 주인공으로 세워 눈길을 끈다.
다음 달 5일부터 11월 8일까지 열리는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 피아노곡 10개와 간주곡 5개로 구성된 무소륵스키의 작품 ‘전람회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었다. ‘전람회의 그림’이 무소륵스키의 친구이자 건축가 빅토르 하르트만에 대한 오마주라면 이번 비엔날레는 부산을 위한 오마주라는 설명이다.
전시의 첫 관문은 독특하게 문학이다. 지난해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파브리시우스는 번역된 국내 문학작품을 읽고 저자 11명을 섭외했다. 배수아 박솔뫼 김혜순 김금희 김숨 김언수 편혜영, 마크 본 슐레겔, 아말리에 스미스, 안드레스 솔라노, 이상우다. 이들은 일정 기간 부산에 머무르며 글을 썼다.
그 다음엔 시각예술가와 음악가를 초청해 이들 문학에 맞는 신작이나 기존 작품을 선택해 달라고 했다. 부산에서 나온 문학작품을 출발점으로 음악과 미술이 뻗어 나가는 구조다. 파브리시우스는 “전시가 하나의 몸이라면 문학가는 뼈대, 시각예술가들은 두뇌이며, 음악가들은 근육과 세포”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러한 구조에 대해 “세계 미술 소개뿐 아니라 부산을 중심으로 확장하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의 화제작 ‘몬도카네’도 포함됐고 ‘소닉 유스’의 베이시스트였던 킴 고든도 참여한다. 이들 모두 부산을 주제로 모였다. 독일 작가 슈테판 딜레무트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구단의 마스코트를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김 위원장은 “부산 비엔날레는 1981년 부산청년비엔날레로 시작해, 관이 아닌 지역 작가가 주도한 자생적 비엔날레”라고 말했다. 그만큼 비엔날레에 지역 미술과 소통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지역 작가전을 별도로 구성하는 방법도 있지만 국제전 옆에 부록처럼 끼워진 전시에 회의적인 반응도 많았다.
예술감독을 공모할 때부터 지역 이해도를 우선순위로 뒀다. 김 위원장은 “파브리시우스는 이미 수차례 부산 비엔날레를 찾았고 덴마크에 한국 작가를 소개하는 등 한국 미술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했다.
변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주최 측은 시간당 관객 수를 제한하고 사전 예약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파브리시우스는 “힘든 시기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바로 성찰의 자리다. 시각예술과 문학, 음악을 통해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하는지 성찰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작년 베니스비엔날레 출품작서 롯데 자이언츠 마스코트까지
“부산 중심서 뻗어나가는 방식”
내달 5일부터 11월8일까지 열려

2년마다 열리는 국제 미술전 비엔날레에는 늘 딜레마가 있다. 국제전을 표방하다 보니 너무 난해해 지역과의 소통이 아쉬웠다. 외부의 예술감독이 사전 구성한 작가진에 전시 장소만 빌려주는 ‘헬리콥터 전시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그런데 2020 부산 비엔날레는 과감히 ‘부산’을 주인공으로 세워 눈길을 끈다.
다음 달 5일부터 11월 8일까지 열리는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 피아노곡 10개와 간주곡 5개로 구성된 무소륵스키의 작품 ‘전람회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었다. ‘전람회의 그림’이 무소륵스키의 친구이자 건축가 빅토르 하르트만에 대한 오마주라면 이번 비엔날레는 부산을 위한 오마주라는 설명이다.
전시의 첫 관문은 독특하게 문학이다. 지난해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파브리시우스는 번역된 국내 문학작품을 읽고 저자 11명을 섭외했다. 배수아 박솔뫼 김혜순 김금희 김숨 김언수 편혜영, 마크 본 슐레겔, 아말리에 스미스, 안드레스 솔라노, 이상우다. 이들은 일정 기간 부산에 머무르며 글을 썼다.
그 다음엔 시각예술가와 음악가를 초청해 이들 문학에 맞는 신작이나 기존 작품을 선택해 달라고 했다. 부산에서 나온 문학작품을 출발점으로 음악과 미술이 뻗어 나가는 구조다. 파브리시우스는 “전시가 하나의 몸이라면 문학가는 뼈대, 시각예술가들은 두뇌이며, 음악가들은 근육과 세포”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러한 구조에 대해 “세계 미술 소개뿐 아니라 부산을 중심으로 확장하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의 화제작 ‘몬도카네’도 포함됐고 ‘소닉 유스’의 베이시스트였던 킴 고든도 참여한다. 이들 모두 부산을 주제로 모였다. 독일 작가 슈테판 딜레무트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구단의 마스코트를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김 위원장은 “부산 비엔날레는 1981년 부산청년비엔날레로 시작해, 관이 아닌 지역 작가가 주도한 자생적 비엔날레”라고 말했다. 그만큼 비엔날레에 지역 미술과 소통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지역 작가전을 별도로 구성하는 방법도 있지만 국제전 옆에 부록처럼 끼워진 전시에 회의적인 반응도 많았다.
예술감독을 공모할 때부터 지역 이해도를 우선순위로 뒀다. 김 위원장은 “파브리시우스는 이미 수차례 부산 비엔날레를 찾았고 덴마크에 한국 작가를 소개하는 등 한국 미술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했다.
변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주최 측은 시간당 관객 수를 제한하고 사전 예약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파브리시우스는 “힘든 시기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바로 성찰의 자리다. 시각예술과 문학, 음악을 통해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하는지 성찰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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