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없앤 장애인여행… 스킨스쿠버-캠핑도 OK!

김하경 기자

입력 2020-08-06 03:00 수정 2020-08-0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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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관광재단, 지원 여행사 선정
휠체어 장애인이 창업한 스타트업, 장애인에 다양한 액티비티 제공
여행자 위치 따라 관광지 추천 앱, 여성 안전여행 앱 개발한 업체도


전북 고창군 하전갯벌에서 바다휠체어를 탄 신현오 무빙트립 대표(왼쪽)가 직원과 함께 갯벌을 답사하며 여행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무빙트립 제공
“여행을 가서 하고 싶은 액티비티가 많았는데, 여행사 10곳에 전화를 하면 대부분 ‘장애인이라 안 된다’며 거부하기 일쑤였습니다.”

여행사 ‘무빙트립’ 대표 신현오 씨(28)는 자신의 경험을 창업 계기로 꼽는다. 신 씨는 희귀 난치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병’으로 스무 살 때부터 휠체어 생활을 해왔다. 이 병에 걸리면 말초신경에 이상이 생겨 팔꿈치 아래와 무릎 아래쪽 근육이 위축되고, 손가락과 다리를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베리어 프리(barrier free)’를 표방한 무빙트립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기는 여행상품을 제공한다. 기존의 장애인 대상 여행상품은 대개 박물관처럼 정적이고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 위주였다. 반면 이곳은 패러글라이딩이나 스킨스쿠버, 캠핑 같은 역동적인 프로그램을 갖췄다. 서울관광재단은 이런 차별화된 상품을 높이 평가해 적극 돕기로 했다.

신 씨는 여행상품을 만들 때 적어도 세 번씩 직접 답사한다고 한다. 스킨스쿠버 강사들에게 장애인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수신호도 보완했다. 신 씨는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면 바닥을 많이 본다. 패러글라이딩으로 시야가 확 트이는 경험을 하니 도전의 용기가 커졌다”며 “다른 장애인들도 같은 경험을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창업했다”고 했다.

서울관광재단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침체된 서울관광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적극 나서고 있다. 관광 스타트업 12곳을 선정하고 사업비와 판로 개척, 홍보, 기업별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한다. 해당 기업은 재단이 5월에 진행한 ‘서울-관광 스타트업 협력 프로젝트 공개 오디션’에서 선발했다. 무빙트립은 이 오디션에서 대상을 수상한 3개 업체 가운데 하나다.

최우수상을 받은 스타트업 가운데는 여성 여행자를 위한 스마트폰 앱을 개발한 업체도 있다. ‘노매드헐’은 해당 앱을 통해 여성 동행자 구하기, 현지에서 여성 숙소 호스트 찾기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런 아이디어 역시 노매드헐 대표인 김효정 씨(28·여)가 직접 겪은 경험에서 나왔다. 김 씨는 스물한 살 겨울에 홀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탔을 때 ‘혼자서 위험하지 않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들었다. 이후 42개국을 여행할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김 씨는 “남성들은 여행의 우선순위로 맛있는 음식과 가격 대비 질 좋은 숙소를 꼽는데, 여성은 첫째도 둘째도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혼자 여행하고 싶은 여성들을 도울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노매드헐의 앱은 김 씨가 프랑스 파리에서 석사과정 중 고안한 뒤 올해 1월 영문 버전으로 먼저 나왔다. 파리의 스타트업 육성공간인 ‘스테이션 F’에도 입주했다. 김 씨는 치안이 좋은 데다, 혼자 여행하는 여성 관광객이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에서도 창업을 결정했다.

또 다른 최우수 선정 업체인 ‘글로벌리어’는 여행자 위치를 실시간 파악해 방문 장소를 추천하는 앱 ‘가다가(On my Way)’을 개발했다. 미국의 한 컨설팅회사에서 일했던 이창현 대표(28)는 출장을 다니며 이런 서비스를 꿈꿨다고 한다. 해당 앱은 거리나 교통 상황, 날씨 등을 고려해 방문지를 제시한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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