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이들을 ‘예술적 동지’라 부른다

양평=김민 기자

입력 2020-08-05 03:00 수정 2020-08-05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현대미술가 서용선 & 이영희 갤러리스트

3일 경기 양평 작업실에서 만난 이영희 씨(왼쪽)와 서용선 작가. 이 씨는 “작업실에서는 작가의 인생이 진행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양평=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예술 작품은 사고파는 상품도 된다. 그러나 상업적 가치만 추구하면 금세 천박해지는 ‘상품’이다. 작가는 돈을 넘어서는 가치를 추구해야 하고, 갤러리스트(갤러리를 운영하는 사람)는 안목으로 돈을 만들어야 한다. 다른 가치를 품고 서로 줄다리기하는 묘한 관계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세잔에게 볼라르, 피카소에게 칸바일러가 있었듯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하다.

갤러리스트와 작가를 ‘예술적 동지’로 보는 두 사람이 있다. 현대미술가 서용선(69)과 갤러리스트 이영희 씨(70)다. 둘이 나눈 대화를 이 씨가 최근 ‘화가 서용선과의 대화’(좋은땅)로 펴냈다. 3일 서 작가의 작업실에서 두 동지를 만났다.


―‘예술적 동지’의 의미는 무엇인가.

서용선=내 작품은 색이 강하고 형태도 거칠어 어색해하는 사람이 많다. 나름대로 그렇게 그릴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는데, 이를 작가의 편에서 함께 안타까워하고 전달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동지적 관계다. 대부분 (내) 그림 앞에서 머뭇거리는데 이영희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호불호를 표현한다.


―이영희 씨는 서 작가가 주목받기 전부터 알아봤다.

이영희=어릴 때부터 그림을 보고 자랐다. 사춘기에는 조르주 루오와 칸딘스키에 심취했다. 어머니가 1세대 플로리스트 임화공(1924∼2018)이다. 동화백화점 지하에서 ‘국내 최초로’ 꽃집을 하셨다. 학교 다녀오면 늘 백화점 갤러리에 올라가 그림을 봤다.

두 사람의 인연은 이 씨가 리씨(Lee C)갤러리를 운영하던 2009년 ‘산(山)·수(水)’전으로 시작됐다. 인물과 역사를 주된 소재로 삼았던 서 작가에게 이 씨가 풍경화를 제안해 열린 전시다. 2015년 갤러리를 정리한 이후에도 이 씨는 서 작가의 전시를 돕고 있다.


―두 분의 첫인상이 굉장히 다르다.

=(이 씨의) 느닷없는 솔직함이 이해가 안 될 때가 있다. 또 굉장히 상업적인 사람으로 보이는데, 내 작품을 좋아한다는 것도 가끔 이해가 안 된다.

=얄미울 때도 많다. 그림 외에 다른 것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지방 출장을 가다가 내가 잠시 차에서 내렸는데 그것도 모르고 30분을 혼자 운전해 가신 적도 있다(웃음).


―이인범 상명대 교수는 두 분을 ‘가치를 공유하는 관계’로 표현했다.

=해외에서 갤러리가 작가와 일상을 함께하는 좋은 예를 봤다. 일본의 아는 작가는 갤러리에서 작업실 문제부터 재료 구하는 것까지 도와줬다. 독일에서는 (갤러리스트가) 작업실에 들러 작품을 토론하고 논쟁도 하더라. 우리 미술계에서 이런 이야기는 어색하다.


―‘책을 통해 미술이 결국 삶에 관한 것임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림을 이야기하는 것은 인생을 소개하는 일이다. 이런 기회를 통해 작가가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인생과 이미지는 별개가 아니다. 그림을 통해 상투적 아름다움을 넘어 삶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좋겠다.


―젊은 작가, 갤러리스트에게 조언한다면….

=갤러리가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것이 작가의 가장 어려운 문제다. 갤러리도 작가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기도 한다. 이럴 때 터놓고 대화한다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한 원로 작가에게서 작가와 컬렉터, 갤러리스트의 관계는 동등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젊은 작가가 컬렉터와 갤러리스트를 두려워하지 말고, 자존감을 갖고 대화했으면 좋겠다.

양평=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