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국민들 답답한 마음, 뚜렷한 언어로 표현해주길 기다린 듯”

최우열 기자 , 윤다빈 기자

입력 2020-08-05 03:00 수정 2020-08-0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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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연설 화제’ 윤희숙 의원 인터뷰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이 4일 국회에서 한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가져야 할 신중함이 더 큰 (정치적) 목적에 복속돼 버렸다”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입법을 비판하고 있다. 윤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나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하는 5분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집세 받는 사람을 범죄인 취급하겠다고? 이건 이데올로기도 아니고 상상을 초월하는 무식이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은 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가져야 할 신중함이 더 큰 (정치적) 목적에 복속되어 버렸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입법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세 4법’을 강행 처리한 직후 사무실로 돌아온 윤 의원은 연신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며 허탈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윤 의원은 지난달 30일 ‘임대차 3법’ 강행 처리에 반대하며 자유발언에서 “나는 임차인입니다”라고 시작한 연설로 공감을 이끌어내며 일약 신드롬을 일으켰다. 다음은 윤 의원과의 일문일답.

―당초 4일 본회의에서도 반대토론을 준비했었는데 정작 연설하지는 않았다. 어떤 내용이었나.

“민주당 사람들이 국민의 1%밖에 안 되는 사람에게 돈 좀 더 걷으면 어떠냐고 하는데 나는 너무 무섭다. 국민 1%도 기본권이 있는데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집값이 올라도 소득이 느는 건 아니지 않나. 월급은 그대로인데 세금만 더 내라고 하는 건 집 팔고 이사 가라는 건데, 이런 정부는 전 세계에 아무 곳도 없다. 1% 사람들이니까 (집을) 팔아도 된다는 건 굉장히 폭력적인 이야기다. 지난해 1년간 종합부동산세 대상자가 30% 늘었는데, 이 속도면 10년 뒤엔 700만 명이 대상자다. 부동산 값 올라 불로소득이라니 주식은 그럼 불로소득이 아닌가. 그러면서 1주택자는 왜 중과세하나. 이건 어떻게 해도 설명이 안 된다.”

―연설 이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등 당내 반응은 어떤가.

“(김 비대위원장이) 잘했다고 했다. 백주대낮에 이런 일(여당 강행 처리)을 당하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구나’라며 체념하고 무력해질 수 있다. 실제 일부 지역구 의원들은 지방으로 내려가 지역구 활동에 더 힘을 쏟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본회의에선 의욕을 갖고 열심히 하는 분들도 보이더라. 내용도 참 좋았다. 며칠 밤샘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내용이다. 이런 의욕이 생길 수 있도록 당이 지원해 주면 좋을 것 같다.”

―본회의 발언 뒤 민주당 의원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문자폭탄도 있었는데, 초선 의원으로서 현 정치권의 문화를 어떻게 보고 있나.

“사실 (연설 후) 너무 시끄러운 상황이 이어져 좀 지켜보고 있었다. 중요한 건 (정책 비판의) 메시지인데, ‘윤희숙이 얼마 전까지 2주택자였다’는 등 ‘메신저’를 공격하는 것에 대해 바로 반박하면 논의의 수준이 확 낮아져 버릴 것 같았다. 그분들의 의견에 조금도 동의하지 않지만 그 덕분에 또 하나의 정책논쟁이 시작된 것은 고맙게 생각한다. 폭탄까지는 아니지만 험한 문자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 출신 윤 의원은 지난달 30일 본회의 발언을 두고 ‘윤희숙 신드롬’이라는 평가에 대해 “저도 모르겠다”고 얼떨떨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아마 국민들이 자신들의 답답한 마음을 뚜렷한 언어로 표현해주는 것을 굉장히 기다렸던 느낌”이라며 “그런 역할을 우리가 못 한 것에 대해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월세가 나쁜 게 아니다”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저금리 시대 한국이 전세에서 월세로 제도가 바뀌어 가는 단계에 있다는 걸 부인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월세로의 이전은 수십 년에 걸쳐 사람들이 적응할 시간을 주며 진행돼야 한다. 월급의 30%가 날아갈 정도의 어마어마한 리스크를 안아야 하는 월세를 싫어하고 전세를 선호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월세 전환을 압박하면 서민들의 삶이 너무 고달파진다.”

―여권에선 “왜 한국에만 독특한 전세제도가 있어서 서민들이 고통받느냐”는 발언도 나왔다.

“내가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처음 집을 마련했을 때 서울에서 그렇게 싼 집이 없었다. 평당 1000만 원 정도로, 한국개발연구원 월급을 10년 모아서 샀는데, 너무나 안정감이 들고 좋더라. 그걸 보고 누군가는 ‘부동산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고 피가 그렇다. 산업화를 시작할 때부터 월세로 살아온 서구와는 다르다. 사람들이 전세에서 월세로 이전해 갈 시간을 용인해줘야 한다.”

―경제학자로서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 3법 시행, 종부세 인상 후 주택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나.

“도시를 파괴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게 ‘폭격’이고 그 다음이 ‘렌트 컨트롤’(정부의 임대료 제한)이라는 얘기가 있다. 뉴욕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니 집주인들이 집수리도 하지 않고 (임차 매물) 공급도 엄청나게 부족해졌다. 지금 임대인은 ‘집에 못 박으면 임차인을 내보내 버린다’고들 한다. 그게 시장의 역습이다. 종부세 인상 역시 정책의 목표가 뭔지 모르겠다. 보유세를 높일 때는 거래세를 터줘야 하는데 둘 다 올렸다. 시장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기조차 어렵다.”

―그렇다면 윤 의원이 생각하는 부동산 정책 대안은 뭔가.

“사람이 원하는 곳에 공급이 이뤄지도록 하는 게 중요한데 (현 정부는) 그 개념이 없다. 원하는 곳에 원하는 집이 들어설 수 있게 하는 방법은 규제를 푸는 것 말고는 없다. 또 정부가 수요 규제 차원에서 대출을 막는 이유가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한 것인데, 전 세계 어느 나라도 특정 지역의 집값을 잡기 위해 대출 규제를 하는 경우는 없다. 지방 도시에 2주택을 살 수 있게 해주면 유동성의 출구가 될 수 있다. 2030세대 등 젊은 세대에게 자유로운 대출로 안정적 주거를 실현해줘야 한다.”


―정부 여당의 지지율은 여전히 높은데, 윤 의원의 지적을 국민들이 수긍할까.


“집세 받는 사람을 범죄인 취급하겠다고 하고, 다주택자가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얘기인가. 전 세계 노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그것(부동산 임대료)인데, 전 세계 다주택자는 어떤 사람들이고 한국의 특이점은 뭔지도 알지 못하는 상상초월의 무식한 얘기들이다.”

최우열 dnsp@donga.com·윤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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