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옆 사진관]디카 최초로 개발해놓고도… ‘기세등등’ 코닥의 치명적인 실수

송은석 기자

입력 2020-08-04 10:22 수정 2020-08-0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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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코닥 필름, 이제는 코닥 제약으로

“코다크롬~

우리에게 온갖 멋진 색을 가져다 주네~

여름의 초록을 안겨주네~

그래서 우리는 온 세상이 화창하다고 생각해~

가수 폴 사이먼이 1973년에 불러 빌보드 2위를 기록한 ‘코다크롬’의 가사입니다.

코닥의 로고.
샛노란 바탕에 빨간 로고의 ‘KODAK’이란 이름은 필름 카메라 세대에게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허진호 감독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 나오는 ‘초원사진관’처럼 사진관 간판엔 늘 이 로고가 붙어 있었습니다.

사진관을 운영하던 남자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초원사진관’ 간판 오른편에 코닥 로고가 보입니다.
아이폰, 갤럭시라는 이름이 스마트폰을 상징하는 브랜드인 것처럼 코닥은 1888년 미국에서 창립된 카메라 ‘필름’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회사였습니다.

관광 명소에 가면 늘 노점에는 사자마자 바로 찍을 수 있는 코닥의 일회용 카메라를 팔고 있었죠. 코닥은 90년대에 1억 대가 넘는 일회용 카메라를 판매할 정도로 엄청난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저도 아버지께 받은 카메라에 필름을 넣고 찍은 뒤 빨리 사진을 보고 싶어서 현상소로 달려가곤 했습니다. 그 때의 즐거웠던 경험들이 절 사진기자로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기세등등했던 코닥은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맙니다. 경영학과 학생들이 ‘성공했던 기업의 몰락’에 대해 늘 배우는 사례죠.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를 만든 스티브 새슨. 그는 1975년 코닥에서 근무했었습니다.
코닥은 기존의 필름 사업을 맹신해 신기술인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개발에 소홀했습니다. 심지어 75년도에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했음에도 이를 상용화하지 않았죠.

코다크롬 필름을 사용한 사진 중 가장 유명한 매그넘 사진작가 스티브 매커리의 사진.
불어나는 적자에 뒤늦게 정신을 차린 코닥은 눈물을 머금고 내셔널지오그래픽 기자들이 가장 즐겨 쓴 걸로 알려진 전설의 슬라이드 필름 ‘코다크롬’ 생산을 중단하며 지난 2010년 필름과의 결별을 선언 후 디지털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전세를 뒤집긴 무리였습니다.

결국 2012년 파산 보호를 신청한 뒤 대대적인 구조 조정을 통해 기업의 명맥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필름 카메라의 감성을 옷으로 보여주는 시대가 됐다. 무신사스토어 화면 캡처.
얼마 전에는 뉴트로 열풍에 힘입어 우리나라 패션 브랜드에 라이선스 로열티를 받고 판매돼 갑자기 티셔츠나 후드티에 코닥 로고가 붙어 나오기도 했죠.

그랬던 코닥이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7억6500만 달러(약 9111억 원)를 대출해 ‘코닥 제약’을 출범시습니다. 미국은 의약품 원료를 중국, 인도 등에서 조달해 왔으나 코로나19를 계기로 국내서 자체 조달하기 위해 국방물자생산법을 적용한 것입니다.

일찍이 양대 필름 업계 중 하나였던 후지필름 또한 지난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당시 신약을 개발해 바이오 회사로의 변환에 성공해 재기한 이력이 있습니다. 코닥 역시 이러한 변신에 성공할지 궁금하네요.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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