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현산 재실사 요청 거부…‘아시아나’ 채권단 관리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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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8-03 16:10 수정 2020-08-03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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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이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제안한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또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종결 거래 시한인 오는 12일부터 계약 해지를 통지할 수 있다며 현산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아시아나항공의 모기업인 금호산업개발과 채권단에 ‘12주간 재실사’라는 공을 던진 현산 입장에선 12일까지 산은이 요구한 진정성에 답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관련 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 인수 협상이 사실상 노딜(No Deal)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산은 등 채권단 관리체제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은 3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현산이 제안한 재실사 요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당초 금융권에선 아시아나 인수·합병(M&A) 협상에서 속이 탈 수밖에 없는 산은이 ‘12주간의 재실사’라는 현산의 요구에 ‘실사 단축 방안’을 역으로 제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산은은 ‘강공’을 택했다.

이동걸 회장은 “더 이상 결정을 미룰 수 없는 결단의 시점이 왔다. 모든 당사자가 거래 종결 시점에 맞춰 결단을 해주길 바란다”며 현산을 압박했다.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재실사 요청은 통상적인 인수 절차에서 과도한 요구로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아시아나) 인수가 전제가 된다면 영업 환경 분석,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제한된 부분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산은은 현산의 제안을 ‘통상적인 인수 협상 절차에 맞지 않는 과도한 요구’이며 의도가 있는 조치라고 판단했다. 이 회장은 “현산이 재실사를 요구한 의도가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정몽규 현산 회장을 두 차례 만나 담판을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협상이 진척을 보이지 않자 현산에 대한 미련의 끈을 놓은 듯했다.

물론 아직 협상 시한이 남은 까닭에 현산에 마지막으로 공은 던졌다. 최 부행장은 오는 12일 계약 해지를 통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현산 측 최종의사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현산이 보여야 할 진정성으로는 유상증자 추진, 계약금 추가 납입 등을 거론했다.

이 회장도 “현산과 금호산업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진중하게 마지막 협의를 해달라”고 당부하면서 세계 기업사에서 유명한 라이벌전을 펼친 몽고메리 와드와 시어스 간의 대결을 사례로 들었다. 전후 경기 불황 국면에서 몽고메리 와드는 은행에 현금을 쌓아두는 전략을 취하며 침체기에 접어들었고, 시어스는 투자를 확대하면서 성공 가도를 달린 일화를 전하면서 현산에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인수는 긴 안목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한 것이다.

그렇지만 산은 역시 협상이 어렵다는 사실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최 부행장은 “현산이 대면 협상에 응하지 않고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무산이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했다.

산은은 현산과의 아시아나 매각 협상이 무산될 경우를 대비한 플랜B를 이미 마련해놨다. 업계에선 매각 협상이 무산될 경우 아시아나항공도 대우조선해양 등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결국 채권단인 산은의 비금융 계열사로 편입돼 경영 정상화 절차를 거친 뒤 재매각되는 방식이다. 산은은 지난해 수출입은행과 함께 아시아나에 영구채 5000억원을 포함해 총 1조6000억원을 투입했다. 올해에도 영구채 3000억원을 지원했다. 이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지분율은 36.9%로 금호산업(30.7%)을 제치고 최대주주가 된다.

최 부행장은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 정상화될 수 있게 유동성 지원 및 영구채 주식 전환을 통한 채권단 주도의 경영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의 지원 가능성도 시사했다. 최 부행장은 “아시아나는 기안기금 지원 요건에 충족한다”며 “기금 지원 신청을 하면 정상적인 경영안정에 준하게 지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최 부행장은 재매각 방안에 대해선 “정상화가 우선적인 목표고 안정화되고 시장 여건이 허락하면 재매각을 빨리 추진할 것”이라며 “다른 대기업도 다 (인수 대상에) 다 열어놓고 진행할 것이고 사모펀드는 정부의 투자적격성 여부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LCC 분리 매각 여부에 대해서도 “시장 상황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준비할 것”이라고 답했다.

아시아나 매각 협상이 아무런 성과 없이 마무리될 경우 현산과 금호산업 간의 계약금 2500억원 반환 소송이 예상되는데 이 회장은 현산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협상 과정에서) 금호산업과 산업은행 측에선 하등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계약 무산의 모든 책임은 현산에 있다”고 했다. 나아가 “(협상이 무산되면) 계약금 반환 소송은 없으리라고 보고 현산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압박했다.

한편 산은은 저비용항공사(LCC)에 대한 추가 지원을 협의 중이라고 했다. 최 부행장은 “3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하기로 했는데 현재 2500억원의 지원이 이뤄졌고 추가 지원이 필요한 경우 기존 지원업체를 기준으로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 회사가 필요한 (자금에 대해) 회계법인의 실사가 진행됐고 내년 1분기까지 필요한 자금을 확인했다”며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으로 지원하고 나머지는 정책 금융기관과 분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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