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부정사용 단체, 일벌백계하되 현실에 맞는 제도 보완 필요하다”

동아일보

입력 2020-08-03 16:06:00 수정 2020-08-03 16:08:27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배원기·홍익대 경영대학원 교수(공인회계사)


얼마 전 논란이 되었던, 정의기억연대(정의연대)의 회계이슈가 회계부정인지, 아니면 단순한 부실 회계보고인지 판단하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조위금의 개인계좌 모금, 유용 의혹, 쉼터의 고가 매입의혹 등 회계부정 여부는 검찰 수사를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가 드러나야 판단할 수 있다.

정의연대 이슈는 단체 리더의 신의 성실성이나 단체의 바람직한 지배구조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다. 먼저 정의연대의 결산 공시 중 기부금품의 수입 및 지출명세서와 관련해 지적된 문제는 세법이 정하고 있는 양식 작성의 어려움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필자는 최근 서울NPO지원센타에서 NPO 결산공시 상담을 한 경험이 있다. 놀랍게도 이 양식을 제대로 작성한 단체는 거의 없었다. 명세서 작성이 너무 어렵고 애매한 부분도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인 회계사들도 어려워 한다. 결산공시 양식을 만든 세무당국이나 문제점의 개선을 미리 건의하지 못한 전문가들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비영리단체의 투명하고 올바른 결산공시를 위해 세법 중 개선되어야 할 점은 중·장기 과제와 단기 과제로 나눌 수 있다. 단기 과제로서 우선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명세서’(법인세법)와 ‘기부금품의 수입 및 지출명세서’(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하나로 통일시켜 현행 양식 불합리한 점을 개선해야 한다.

현 양식은 결산공시 양식의 상호간에 수미 일관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현실에 맞지도 않는다. 양식을 전면 개정해 불필요한 정보들은 제출하지 않도록 하고 작성요령을 자세하게 제시해야 한다. 정보로서 이용 가치가 없는 월별 수입 지출 명세는 삭제하고 연간 기부금 수입금액과 지출금액을 표시하도록 바꿀 필요가 있다. 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같은 배분단체에만 적용되는 양식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점도 개선해 배분단체 외 단체들의 활동비가 제대로 표시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 공익법인 결산 공시양식 상호간의 문제점도 시정돼야 한다.

법인세법의 ‘기부자별 발급명세서’와 상증세법상의 ‘출연받은 재산의 사용명세서’도 하나로 통합돼야 한다. 법인세법 상의 기부금단체는 기부자별 기부명세를 보관만 하다가 세무당국의 요청이 있을 때 제출하도록 규정한 반면, 상증세법의 ‘출연받은 재산의 사용명세서’라는 기부자별 기부 명세는 매년 세무서에 제출하게 돼 있다. 이런 모순이 해결돼야 한다.

1997년에 처음 제정된 상증세법상의 ‘공익법인 출연재산 등에 대한 보고서’와 2008년에 새로 도입된 ‘공익법인 결산서류 등의 공시’도 하나로 합쳐져야 한다. 미국의 비영리단체들은 매년 ‘Form 990’이라는 서류만 제출하고 있는데 이 서류는 세무당국에 제출하는 ‘신고서’이자 일반에게 공개하는 ‘공시서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 2008년 결산공시 양식을 만들면서 별도의 양식을 새로 만들지 않고 기존의 세무신고서 양식을 수정하면서 하나의 양식으로 만들었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두 개 양식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각 단체에 해당되는 첨부서류만 제출하도록 개선할 필요도 있다. 현재 상증세법상의 공익법인 관련 세무 신고제도는 주로 대기업들이 출연해 만든 대형 재단법인을 중심으로 양식이 제정돼 있다. 이러다 보니 소규모 단체들은 작성할 필요가 없는 양식들이 많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공익법인은 주식이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데도 매년 ‘해당없음’이라고 하면서 관련서식을 제출하고 있다. 신고서 첫 부분에서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표시하고 뒤의 양식은 제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체의 목적을 기재하는 란을 추가해 기부자들이 그 단체의 목적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할 필요는 있다. 또 단체 지배구조, 경영진 및 공시제도에 관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각 단체별로 지배구조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지 등을 체크해 공시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이 결산공시 양식을 제출하기 전에 전체 사본을 모든 이사 및 주요 직원에게 제공하여 검토하게 했습니까? △이해상충에 관한 서면 정책이 있습니까? △이사, 임원 및 주요직원은 매년 이해상충에 관하여 서면으로 공개하는 절차가 있습니까? △단체는 내부 고발자 정책이 있습니까? △단체는 단체의 재무제표에 대한 회계감사를 독립된 회계감사인을 선정하는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습니까? 등을 체크하도록 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현재 법인세법과 상증세법에서 각각 규정하고 있는 비영리법인 및 공익법인에 관한 규정을 법인세법으로 하나로 통합해 서로 모순되거나 충돌되는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 현재 상증세법상의 공시제도에서는 공익사업과 수익사업을 통합해 고시하는 한편, 법인세 신고는 수익사업만 별도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신고를 두 번 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이를 통합해 하나의 신고를 통해 수익사업에 대한 법인세도 납부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또 수익 사업이 있는 비영리법인의 법인세 신고에서 영리법인의 표준 재무제표를 이용하고 있는 제도를 개선하여, 비영리법인 및 공익법인에 관한 표준 재무제표 양식도 만들어야 한다. 비영리법인이 손익계산서 대신 운영성과표를 작성하고 있는 것을 법인세법에도 수용되어야 한다. 또 고유목적 사업준비금 제도를 폐지하되 수익사업에서 발생한 이익의 일정부분을 고유목적사업에 대한 기부금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로 개편해야 한다. 법인세법상의 수익사업 범위를 미국 및 일본의 제도와 비슷하게 바꾸되, 고유목적 사업에서 이용하고 있는 예금계좌의 이자를 법인세 과세대상 수익사업을 간주하는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기부금을 부정하게 사용하는 단체는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하지만 이를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규제의 규제를 더하거나 같은 성격의 보고서를 여러 번 작성하게 하거나 현실에 맞지 않는 양식을 만드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