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긋나긋 초록빛의 속삭임

글·사진 태안=김동욱 기자

입력 2020-08-01 03:00 수정 2020-08-01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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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기획]충남 태안
반나절 순환형 태배길 천천히 걷다, 전망대 지나 해변에 누워 책 한권
안면도휴양림 솔숲 피톤치트 샤워… 청산수목원선 상쾌한 꽃내음 만끽


국내 최대의 해안사구인 신두리 해변 모래사장은 전체 길이는 3.5㎞, 최대 폭 1.3㎞이며 가장 높은 곳이 19m다. 덱 길이 잘 갖춰져 있으며 여름에는 사구 위로 푸른 풀들이 피어 초원같은 느낌을 준다.
《충남 태안은 ‘해수욕장 천국’이다. 대천, 변산과 함께 서해안 3대 해수욕장이라 불리는 만리포를 비롯해 국내 최다인 28개 해수욕장을 품고 있다. 이처럼 태안 하면 대부분 해변 그리고 해수욕을 떠올린다. 하지만 태안 주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해변을 품은 수목원과 걷기 좋은 숲길도 많다. 푸른빛 바다와 함께 초록빛 숲을 눈에 담을 수 있는 ‘일석이조’ 태안 여행 코스를 소개한다.》

○ 해변과 소나무를 품은 걷는 길
만리포해수욕장은 서해안 3대 해수욕장으로 꼽힌다.
태안 여행에서 최근 뜨고 있는 유행이 ‘걷기’다. 태안에는 걷기 좋은, 풍경이 아름다운 길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해안탐방로인 총길이 97km의 ‘해변길’과 바다와 솔숲을 거닐 수 있는 51.4km의 ‘솔향기길’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해안을 따라 굽이굽이 펼쳐진 기암절벽의 절경이 나오는 태배길(6.4km)과 안면송림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안면송길(15.5km)도 추천할 만하다.

태안에는 많은 해변길이 있지만 그 중 소원면 의항리 북쪽에 위치한 태배길은 숲과 해안을 함께 걸을 수 있는 길이다. 6.4km의 길이로 순환형이어서 반나절 걷기에 딱 좋다.

태배길은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태안의 북쪽(소원면 의항리)에 있다. 태안의 걷기 길 가운데 길이가 가장 짧다. 길 자체도 평탄한 편이고 순환형이어서 반나절 정도 천천히 걷기에 제격이다. 구간은 크게 의항 해변∼구름포 해변∼태배전망대∼신너루 해변∼의항항으로 나뉜다. 태배길 이름의 유래는 중국의 문장가인 이태백이 이곳의 빼어난 자연경관에 빠져 머물렀다고 해서 ‘태배’라 붙여졌다고 한다. 태배길에는 이태백이 남긴 시가 새겨진 시비도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지만 2007년 기름 유출 사고 때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이기도 하다. 태배길은 당시 자원봉사자들이 오갔던 길이다. 태배전망대는 기름 유출 당시 암담했던 상황을 설명해 주는 전시관이기도 하다.



걷기 구간 어느 지점에서 출발해도 상관없지만 의항항이나 의항 해변에 주차하기가 편리하다. 태배전망대까지 차량 편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일부 구간의 경사가 심하고 험해 일반 승용차는 운전하기가 힘들 수 있다.

태배전망대에서 나와 숲길을 걸으면 안태배 해변과 신너루 해변을 차례로 만난다. 두 해변은 너른 바위들이 있어 걸어서 건널 수 있다. 하지만 썰물 때만 걸을 수 있고 밀물 때는 높은 봉 쪽으로 난 계단으로 가야 두 해변을 오갈 수 있다. 안태배 해변은 작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 해변에 누워 책을 읽거나 잠을 청하기 좋은 숨겨진 명소다. 신너루 해변부터 의항 해변까지는 마을에 난 도로를 따라 걸을 수 있다. 의항 해변부터 태배전망대까지는 언덕길이다. 가는 길에 구르미라 불리는 아담한 구름포 해변을 볼 수 있다. 다소 경사가 있어 걷기에 힘이 들 수 있지만 청량하고 울창한 소나무 숲과 해안을 따라 펼쳐진 기암절벽을 바라보며 걷는 즐거움이 더 크다.

안면도자연휴양림을 끼고 있는 ‘솔향기길 안면송길’은 이름대로 솔향기를 맡으며 걸을 수 있다. 순환형 구간이어서 전체를 한 바퀴 돌려면 8시간 정도는 예상해야 한다. 반나절 정도만 숲과 함께 걷고 싶다면 안면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해 갈매빛길∼승언1저수지∼키조개봉∼안면도자연휴양림∼휴양림 주차장까지 이어지는 약 7km 구간을 추천한다. 빽빽하고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를 걷고 있으면 새와 바람 소리만 들릴 정도로 세상과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도 든다. 1시간을 걸어도 마주치는 사람이 없을 정도여서 요즘처럼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는 시기에 어울리는 길이다. 태안이 너무 꽁꽁 숨겨놓은 길인 탓인지 풀들이 무릎 높이 이상으로 자라 길이 잘 보이지 않기도 하고, 갈림길에서 이정표가 없어 약간은 헤맬 수도 있다. 이에 대비해 짧은 바지보다는 긴 바지를 입고 가는 게 좋다. 승언1저수지에는 넓게 자리 잡은 아름다운 연꽃을 볼 수 있으니 놓치지 말자.

○ 수목원 천국에 안성맞춤인 태안
안면도자연휴양림은 수령 100년 정도의 소나무로 이뤄진 숲이다. 소나무 사이로 연결된 탐방로는 휠체어와 유모차도 갈 수 있을 정도로 무난한 길이다.

안면도자연휴양림은 수령 100년 정도의 소나무로 이뤄진 숲이다. 소나무 사이로 연결된 탐방로는 휠체어와 유모차도 갈 수 있을 정도로 무난하다. 탐방로를 따라 20분 정도만 걸으면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온다. 휴양림 곳곳에 평상이 있어 앉거나 누워 쉴 수 있다. 숲 한가운데 놓인 벤치에 앉아 있으면 소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가 온몸으로 느껴진다. 휴양림 바로 옆에 있는 안면도수목원에는 각종 꽃과 풀, 나무들이 10개가 넘는 작은 정원들에 잘 가꾸어져 있다. 정자와 연못 그리고 한옥도 있어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팜카밀레 농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 올리기 좋은 장소다. 농원 안의 좁은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사진 찍기 좋도록 아기자기하게 꾸민 정원과 장식물들이 나타난다. 이곳에는 200여 종의 허브와 50여 종의 야생화가 자라고 있다. 특히 여름에 수국을 보러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오리가 살고 있는 연못, 나무 위에 설치된 전망대 등은 아이들이 좋아할 장소다. 농원 바로 옆에는 빵을 파는 카페도 마련돼 있다.

청산수목원은 여름에는 연꽃, 가을에는 핑크뮬리로 인기를 끌고 있다.
청산수목원은 사계절 언제 가도 좋은 곳이다. 봄에는 홍가시나무와 꽃창포, 여름에는 연꽃, 여름이 끝나갈 무렵에는 팜파스그라스, 가을에는 핑크뮬리가 청산수목원의 간판스타로 떠오른다. 이곳은 약 30년 전 꽃과 나무를 가꿔 판매하는 묘목 사업으로 출발했다가 점점 규모를 넓히고 다양한 수종을 심으며 수목원으로 탈바꿈했다. 수목원을 걷다 보면 빽빽한 나무와 풀로 만들어 놓은 미로가 나온다. 미로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으니 가족들과 놀이를 하거나 연인들이 재미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약 30년전 꽃과 나무를 재배해 판매하는 묘목 사업으로 출발해 수목원이 된 청산수목원은 봄에는 홍가시와 꽃창포, 여름에는 연꽃, 가을에는 핑크뮬리로 인기를 끌고 있다.

천리포수목원은 국내 1세대 수목원으로 2009년부터 수목원 일부를 일반에 개방하고 있다. 목련, 동백나무, 단풍나무 등 1만600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천리포수목원은 바다가 바로 옆에 있어 바닷바람을 맞으며 다양한 식물들을 볼 수 있다. 꽃향기가 느껴지는가 하면 바다 내음이 가득하다. 바로 앞 낭새섬이 보이는 언덕에서 노을을 조망할 수 있는 벤치가 있어 일몰을 즐길 수 있다.

국내 최대의 해안사구인 신두리 해변 모래사장은 전체 길이는 3.5㎞, 최대 폭 1.3㎞이며 가장 높은 곳이 19m다. 덱 길이 잘 갖춰져 있으며 여름에는 사구 위로 푸른 풀들이 피어 초원같은 느낌을 준다.

신두리 해수욕장 뒤에는 모래와 바람이 빚어낸 신두리 해안사구가 자리 잡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431호인 신두리 해안사구는 길이 3.5km, 최대 폭 1.3km로 국내 최대 규모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사막과 같은 풍경이다. 사구 주위로 나무로 만든 덱 길이 잘 갖춰져 있어 산책하기에 좋다. 여름에는 모래가 사방에 펼쳐진 사구의 모습은 보기 힘들다. 대신 갯그령, 통보리사초 등 초록색 풀들이 모래 위에 넓게 자라 유럽의 초원 같은 풍경을 선사해 준다. 바닷바람까지 불어 고지대에 온 느낌도 든다. 아이가 있다면 신두리 사구센터를 강력 추천한다. 해안사구의 역사 등을 모래 놀이와 함께 배울 수 있다.

리조트인 아일랜드 리솜에서는 바로 앞에 펼쳐진 꽃지해변에서 일몰 감상을 할 수 있다.
태안해안국립공원에 위치한 유일한 리조트인 아일랜드 리솜도 해변과 숲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리조트 바로 앞에는 꽃지 해변, 그 주변에는 해안공원이 있다. 꽃지 해변에서 일몰을 바라보는 즐거움도 누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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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태안=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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