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지주사 CVC 허용… 외부자금 40% 이내로

세종=송충현 기자 , 세종=남건우 기자 , 허동준 기자

입력 2020-07-31 03:00 수정 2020-07-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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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금산분리 원칙 일부 완화 방침
지분 100% 보유한 자회사만 허용… 총수일가 지분 보유 기업엔 투자 금지
투자 이외 금융업무도 막기로… 재계 “외부자금 규제한 반쪽 개혁”


대기업 지주회사도 산하에 벤처캐피털(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둘 수 있게 된다. 대기업 자금을 혁신산업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다. 다만 대기업 벤처캐피털에 자체 자금이 아닌 외부 자금이 들어갈 수 있는 통로를 좁혀 놔 대규모 투자가 제약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30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열고 ‘일반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보유’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그간 대기업의 금융회사 보유를 금지한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 지주회사의 CVC 보유는 금지됐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벤처 투자가 부진하자 지난달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때 CVC 허용 방안을 밝혔다. CVC는 회사 법인이 대주주인 벤처캐피털을 뜻한다.

정부는 지주회사가 지분을 100% 가진 경우에 한해 CVC를 허용하기로 했다. CVC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총수 일가가 직접 지분 투자를 하거나 외부 자금을 끌어오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설립 과정에서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빌릴 경우에도 자기자본의 200%까지만 허용키로 했다. 일반 벤처캐피털은 1000%까지 돈을 꿔올 수 있다.

펀드를 만들어 투자할 경우에는 외부 자금을 일부 조달할 수 있다. 정부는 당초 논의 과정에서 외부 자금 조달을 전면 차단하는 방안까지 검토했지만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를 반영해 펀드 조성액의 40%까지 외부 자금을 허용했다. 펀드 출자도 총수 일가 및 금융계열사의 출자는 엄격히 금지된다.

총수 일가가 CVC를 이용해 사익을 얻지 못하도록 총수 일가가 지분을 가진 기업에는 투자할 수 없다. CVC를 가진 지주사의 계열사나 같은 대기업끼리 투자도 금지된다. 정부 관계자는 “총수 일가가 CVC를 통해 사실상 계열사를 무한히 늘리거나 그룹 내 지배력을 강화하지 못하도록 제한 규정을 뒀다”고 말했다.

CVC는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창투사)나 신기술사업금융업자(신기사)로 운영할 수 있는데 정부는 CVC 도입 취지를 고려해 투자가 아닌 다른 금융업무는 금지하기로 했다. 신기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융자 업무가 가능하지만 CVC의 경우 신기사로 운영하더라도 투자 외 다른 금융업을 겸업할 수 없다. 국내 벤처 투자 활성화를 위해 해외 투자는 총자산의 20%로 제한하고 출자자 현황 및 투자 내용 등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재계는 지주회사의 CVC 보유가 허용된 건 다행이지만 여전히 제약 조건이 많다며 ‘반쪽짜리 규제 개혁’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자금 조달과 투자처 등이 제한돼 자유로운 투자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정책 취지가 어려움에 놓여있는 벤처기업의 생존과 미래지향적 벤처 창업에 도움을 주려는 것인데 당초 기대했던 정책효과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외부 자금 비중 확대 등 과감한 규제 완화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기업에 고여 있는 돈을 벤처업계로 흘러들어 가게 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외부 자금 조달을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지주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25조 원으로 추산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주회사 체제 내에 유보한 보유자금을 펀드에 출자하라는 취지”라며 “연내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번 방안은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된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남건우 / 허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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