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보다 금” 골드러시… 한돈에 30만원

신나리 기자 , 김자현 기자

입력 2020-07-29 03:00 수정 2020-07-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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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약세에 금값 연일 사상 최고
코로나로 각국 돈 풀자 금 선호… 돌반지 한돈 한달새 5만원 뛰어
실버바-비트코인 가격도 껑충… “안전자산 과신은 위험” 지적도


28일 오후 금은방이 몰려 있는 서울 종로구 종로3가 귀금속 거리.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며 연일 상승하자 금을 사고팔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2시 순금 시세는 1돈(3.75g)에 30만2500원. 1돈짜리 돌반지는 세공비를 포함해 30만 원이 훌쩍 넘었다. A귀금속점 사장은 “지난달 중순 1돈짜리 돌반지를 24만5000원에 팔았는데 한 달 새 5만 원 넘게 가격이 뛰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미국 등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시중에 막대한 돈을 풀자 금은 등 실물자산부터 비트코인 등 대체투자 자산의 값이 치솟고 있다. ‘믿을 곳은 부동산 아니면 금’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불안함과 조급함이 코로나19 시대의 ‘골드러시’ 열기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만난 70대 A 씨는 명품 핸드백에서 5만 원권과 1만 원권 현금 다발을 꺼냈다. 딸과 함께 거래소를 찾은 그는 이날 20돈짜리 골드바 1개, 10돈짜리 골드바 2개를 구입했다. A 씨는 “둘째 딸이 2주 전 금 10돈을 사서 꽤 재미를 봤다는 말을 듣고 월요일 거래소 문이 열리자마자 왔다”며 “요즘 같은 저금리에 은행에 돈을 넣어 두면 얻을 게 없다”고 했다.

28일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1kg짜리 금 현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3.41%(2640원) 오른 g당 8만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5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새로 세우며 8만 원 선을 돌파했다. 27일(현지 시간) 뉴욕상품거래소 국제 금값도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1.8%(33.50달러) 오른 1931달러에 마감됐다. 24일 온스당 1897.50달러로 종가 기준 9년 만에 최고가를 갈아 치운 데 이어 사상 처음 1900달러를 넘어선 뒤 이젠 2000달러 선까지 넘보고 있다.

이달 중순 90만 원대 초반에 거래됐던 실버바(1kg)는 28일 120만 원까지 올랐다. 송종길 한국금거래소 전무는 “실물 금과 은을 거래할 때 내는 부가세 10%를 줄이려고 유가증권 상품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많다”고 했다. 지난달 말 발행된 실버바 유가증권은 실물가격보다 값이 20% 저렴해 절반 이상이 팔려 나갔다. 이르면 주중 나올 계획인 골드바 유가증권은 발행되기도 전 이미 2000장 넘게 구매 예약이 됐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서 가상통화인 비트코인까지 덩달아 상승세다. 시황 분석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8일 오전 10시 비트코인 가격은 1만1150달러에 거래돼 1300만 원 선을 넘기도 했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자산분석실장은 “자산 가치나 구매력을 유지할 수 있는 대안을 찾다 보니 금 등 대체투자 자산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금값이 강세를 보이더라도 코로나19와 미중 갈등 등 변수가 많아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금값은 글로벌 금값보다 비싸졌다”며 “금을 투자 다변화의 관점에서 접근해야지 대단한 안전자산이라고 믿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김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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