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 활성탄 시설 벌레에 취약한데… 방충망 없거나 파손 24%

강은지 기자

입력 2020-07-22 03:00 수정 2020-07-2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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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정수장 7곳서 유충 검출… 정수과정 최종단계 ‘활성탄 여과지’
유기 물질 흡착… 10여일마다 세척… 유충살기 좋아 외부환경 차단 필수
“공촌정수장, 아예 창문 열려있어”… 유충이 여과지 뚫고나간 과정 미궁
환경부 “시설 허점땐 설계기준 강화”


환경부가 이달 15∼17일 3일간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긴급 점검한 전국의 49개 고도정수처리장은 대부분 정수 처리 과정에 활성탄여과지를 사용하는 곳들이다. 활성탄을 통한 수돗물 여과는 일반정수처리장에는 없는 과정이다. 이번 점검을 통해 유충이 발견된 정수장 7곳 가운데 6곳은 활성탄여과지에서 유충이 검출됐다. 이 때문에 정수장 시설을 점검한 관계자들은 관리 부실이 유충 발생의 원인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에서 깔따구류의 유충 발견 신고가 처음 있었던 서구 왕길동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공촌정수장에 현장 점검단이 도착했을 때 활성탄여과지 시설이 있는 건물의 출입문과 방충망이 달린 창문은 모두 열려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당시 현장 점검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물을 빼낸 뒤 활성탄여과지를 살펴봤는데 깔따구 유충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활성탄여과지가 있는 건물 주변에서도 깔따구 사체가 많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상수도 시설은 빗물과 외부의 먼지 등 오염물질이 들어갈 수 없게 설계하고 시설 관리 과정에서도 이 같은 오염물질의 유입을 막는 데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정수 공정은 벌레 등에 노출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환경부가 이번에 긴급 점검한 49개 정수장 중에는 건물 창문에 방충망이 아예 없거나 찢어진 경우가 12곳이나 됐다. 14곳은 유입 방지 시설이 미흡하다고 판정받았다.

목재나 톱밥, 야자껍질, 석탄 등을 원료로 만드는 활성탄여과지는 깔따구 등 유충이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이어서 외부 환경과의 차단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활성탄은 유기물질을 흡착하는 성격이 있어 벌레가 물 위에 알을 낳아 활성탄에 가라앉으면 유충이 부화해 유기물질을 먹으며 자라게 된다.

활성탄여과지를 세척해 유기물질이나 알 등을 제거할 수는 있지만 여과지를 너무 자주 씻게 되면 이물질 흡착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활성탄여과지는 10∼20일 주기로 세척한다. 2∼5일이면 알을 낳는 깔따구의 특성상 충분히 부화하고 자랄 수 있는 시간이다. 활성탄여과지를 거친 물은 염소소독 과정을 거친 뒤 정수장을 빠져나간다. 활성탄 여과 과정이 물속 이물질을 거르는 최종 과정인 만큼 오염물질 유입 방지에 더욱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는 이번 점검을 통해 정수장에 벌레 등이 유입될 경우 활성탄여과지에서 알이 부화하고 유충이 번식할 수 있다는 점은 확인했다. 하지만 유충이 어떻게 여과지를 뚫고 배수지를 거쳐 가정으로까지 흘러갔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유충 유출 발생 원인조사반 관계자는 “유충이 활성탄의 미세한 틈새를 뚫고 나간 것인지 아니면 시설 자체에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인지를 두고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원인조사반은 조사를 통해 시설상의 허점이 발견되면 상수도 설계 기준을 강화하고 고도정수처리 운영 가이드라인을 따로 마련할 방침이다.

공촌정수장이 오존처리 공정을 추가했더라면 유충 발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촌정수장이 도입한 고도정수처리시설은 기존 수돗물을 정수하는 표준처리공정에 오염물질을 거르는 여과 과정을 추가 설치한 것이다. 보통 수돗물 속 유기물질을 없애는 오존 공정과 미세 유해물질을 거르는 활성탄 여과 공정 두 가지를 설치하는데 공촌정수장은 오존공정 시설을 따로 두지 않았다.

환경부는 이번 주 내 조사가 완료되는 435개 정수장에서 유충이 발견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알에서 부화해 유충이 서식할 환경이 만들어지는 활성탄여과지 공정이 없는 일반 표준처리공정에선 모래여과기를 활용하는데 이 여과기는 2, 3일에 한 번씩 세척하기 때문에 유충 알이 붙더라도 부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게 보는 것이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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