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산 스님 “23년간 화엄경의 모든 것 한글로 옮겨 고승과 대화”

양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0-07-20 03:00 수정 2020-07-20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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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 원각사 주지 반산 스님
당나라 청량 국사의 화엄경 해석 ‘화엄경청량소’ 34권 번역 출간
“화합 이치 담은 ‘백과사전’ 화엄경 어렵게 공부해야 쉽게 법문하는데
요즘 스님들 공부 싫어해 아쉬워… 화엄경 3권 정도로 만들고 싶어”


23년간 작업한 끝에 ‘화엄경청량소’ 34권을 완간한 반산 스님. 스님은 “이번 생에 이것 하나 완성하면 후회는 없으리라는 다짐이 큰 힘이 됐다”며 “앞으로 화엄경의 지혜를 알기 쉽게 전하고 싶다”고 했다. 담앤북스 제공
《청량 징관(淸凉 澄觀·738∼839)은 중국 당나라 시절 선교(禪敎)를 겸비한 고승이었다. 그의 ‘화엄경수소연의초(華嚴經隨>演義초)’는 화엄경 해석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공부하는 스님이라면 한 번 오르고 싶은 산이다. 23년 동안 첩첩산중에 도전해 고승과의 대화를 끝낸 학승(學僧)이 있다. 경남 양산 원각사 주지인 반산(盤山·61) 스님이다. 청량 국사의 해석을 우리말로 최초로 번역해 ‘화엄경청량소(華嚴經淸凉>·이하 청량소·담앤북스)’ 총 34권으로 최근 완간한 반산 스님을 15일 원각사에서 만났다.》


―완간 소감은 어떤가.

“정상을 못 보면 그곳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는다. 이제 산에 올라 아래를 굽어볼 수 있다는 느낌이다. 화엄경 일부와 전체를 보는 것은 다르다.”

―번역은 어떻게 시작했나.

“출가 직후 가끔 청량소를 접했지만 제대로 공부하기가 쉽지 않았다. 1997년 원문을 전산 입력하기 시작하면서 이번 생(生)에 완역하자는 뜻을 세웠다.”

―청량 국사는 어떤 분인가.

“7세에 출가한 국사는 100세 이상 장수하며 화엄종의 꽃을 피운 분이다. 국사가 청량소 집필을 결심했을 때 이미 큰스님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교 교리만으로 집필이 어렵다고 여겨 세속으로 나가 노장 사상을 비롯한 다양한 학문을 익힌 뒤 책을 쓰기 시작했다.”

―번역 중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무엇보다 화엄경의 방대함이다. 화엄경이 80권, 경(經)을 해석한 소(>)가 60권, 다시 소를 풀이한 초(초)가 90권에 이른다. 컴퓨터 작업을 오래 하다 보니 망막에 혈흔이 생기고 모기가 날아다니는 것 같은 비문증(飛蚊症)까지 생겼다. 최초의 한글 번역이라 참고할 자료가 부족했다는 것도 어려움을 더했다.”

―화엄경의 매력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편안하게 하는 화합의 이치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경전부터 조사 어록까지 담아낸 ‘백과사전’으로 화엄경으로 공부하고 수행하면 불교가 가깝고 쉬워진다.”

이야기를 듣다 스님의 예사롭지 않은 법명으로 화제가 옮겨졌다. 반산 스님의 원래 법명은 춘우(春雨)였다. 우리 불교의 고승으로 꼽히는 경봉 스님(1892∼1982)이 “봄에 출가했으니 봄비처럼 만물을 성장하게 하라”며 지어준 것. 하지만 어감이 부담스럽고, 봉암사 수좌였던 적명 스님은 “봄비? 법명으로는 힘이 없어 ‘파이’”라고 했다. 10년 정도 쓰다 은사인 명정 스님에게 다시 받은 법명이 반산이다. “법명을 받고 돌아서는데 ‘온산 아니라 반(半)산이라 미안하다’며 껄껄 웃으시더군요. 지난해 입적한 은사의 평소 거리낌 없던 그 농담이 그립네요.”


―경봉 스님은 어떤 분이었나.


“경봉 스님은 은사의 은사이니 할아버지뻘이 된다. 경봉 스님이 1927년 시작한 화엄산림법회는 화엄경을 전하면서 생활이 어려운 이들을 모아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자비의 자리였다. 경봉 스님 법문을 들으면 어제 출가한 사람조차 불교를 다 아는 것으로 느껴질 정도로 쉽게 법문했다.”

―요즘 스님들 공부 분위기는 어떤가.

“잔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스님들 공부하기 싫어한다. 어렵게 공부해야 쉽게 법문하는데…. 상대방 귀에 무언가를 넣어주려면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화엄경을 어렵지 않게 3권 정도로 만들어 전하고 싶다.”

―화엄경 구절 중 가장 좋아하는 대목은….

“모든 것은 마음 하기에 달려 있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와 관련한 대목이다. 화가의 비유가 있다. ‘심여공화사 능화제세간(心如工畵師 能畵諸世間)’, 마음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같아 능히 세상사를 다 그려낸다.”

양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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