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의 한복패션[간호섭의 패션 談談]<40>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

입력 2020-07-18 03:00 수정 2020-07-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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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엔터테인먼트 제공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
바깥 활동을 못해 답답한 대신 ‘집콕’ ‘방콕’ 하며 좋아하는 콘텐츠를 찾아가며 즐기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콘텐츠는 국경과 인종과 종교 등의 경계를 넘어 더욱더 다양해졌습니다.

한국 K팝 아이돌의 인기 또한 폭발적입니다. 각국 방송국을 찾아다니며 공연을 할 필요도 없고 따로 홍보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차별화된 콘텐츠가 무엇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오래 축적된 대중가요의 역사와 한국적인 아이돌 문화가 어우러져 차별화된 음악 장르를 만들었습니다.

그다음은 바로 패션입니다. 음악에 어우러진 패션은 바로 그 시대 젊은이들의 정신을 대변하죠. 1960년대 히피 패션은 긴 생머리와 청바지로 청년문화를 표출했습니다. 1970년대 디스코 패션과 1980년대 마이클 잭슨 등 슈퍼스타 패션을 거쳐 1990년대 힙합 패션을 통해 음악과 패션은 더욱더 그 관계가 끈끈해졌습니다.

이제 음악성으로나 패션으로나 그 기회가 우리 K팝 아이돌에게 온 듯합니다. 예전에 해외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광고판이나 제품들을 볼 때 느꼈던 자부심이 이제는 문화 선진국이라 자부했던 나라들에서 K팝이 들릴 때 느껴지니까요.

특히 우리나라 고유의 한복을 입고서 K팝의 정체성을 보여줄 때 느끼는 감정은 남다릅니다. 지난달 신곡 ‘How You Like That’으로 컴백한 블랙핑크는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최고 순위에 진입하면서 동시에 한복이 화제가 되고 있죠. 크롭톱 같은 배꼽티 느낌의 한복 저고리와 과감한 전통문양들이 기존의 아이돌 패션과 믹스매치되어 있습니다. 한복을 접하지 못했던 외국인들에게는 새로우면서도 한국적인 정서 또한 느껴졌을 것 같습니다. 가수 지코와 강다니엘은 잘 차려입은 도련님처럼 서양의 슈트 위에 한복의 도포를 얹어 동서양의 조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방탄소년단은 멤버 슈가의 ‘대취타(大吹打)’에서 검정 곤룡포를 입고 등장합니다. 멤버 정국은 한복 마니아임을 공공연히 밝히곤 했죠. 과거 홍콩영화의 전성기 때 영화 속에서 일상복으로 입었던 치파오, 그리고 일본 제이팝의 전성기 때 일본 아이돌의 기모노 화보들이 그저 부러운 남의 얘기였는데 이제는 한복이 더 영향력 있게 아이돌의 패션으로 사랑받게 되었네요.

국악명창이 해외의 저명한 콘서트홀에서 공연하는 것도 의미가 남다르지만 외국 문화를 수용해 이제는 우리 것이 된 K팝이라는 장르에 전통 복식문화가 접목된 것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자칫 국내외에서 동시에 비난을 받을 수도 있었으니까요. 전통의 고수와 전통의 계승 측면에서 우려할 수도 있지만 그 전통 또한 동시대의 컨템포러리한 감성의 결과물이란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는 오히려 다음에 어느 아이돌이 멋진 한복 패션을 선보일지 기다려집니다.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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