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모차르트!’ 박강현 “황금별은 치유의 노래…커튼콜에서 많이 울컥”

이수진 기자

입력 2020-07-17 15:19 수정 2020-07-1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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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모차르트!’에서 볼프강 모차르트로 열연 중인 박강현은 “요즘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감동을 받고있다”고 했다.

“극 중에서는 모차르트의 이상을 나타내는 곡이지만, 커튼콜에서 황금별을 다 같이 노래할 때는 치유의 노래처럼 느껴져요. 힘든 상황 속 공연을 올릴 수 있게 노력해 주신 관계자분들과 어려운 발걸음 해주신 관객분들이 서로가 서로를 치유해주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그래서 유독 커튼콜 때 울컥하기도 해요”.

뮤지컬 ‘모차르트!’의 타이틀롤 볼프강 모차르트로 열연 중인 배우 박강현이 넘버 ‘황금별’에 대해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공연계에 그는 몹시 가슴 아파하는 듯 했다. 무대에서 관객들이 마스크를 낀 모습에 “공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불편함을 감내하며 공연을 보러 와 주시는 게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감동이다”라고 말했다.

2016년 ‘베어 더 뮤지컬’로 뮤지컬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박강현. 그는 데뷔 6년 차 뮤지컬 배우로 압도적인 가창력과 귀에 쏙쏙 박히는 발성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시몬스 침대에 누워있는 것만 같은 편안함을 선사하곤 한다. 팬들 사이에서 ‘시몬스’로 불리는 걸 알았냐고 묻자 그는 “알고 있다. 그 별명이 사실 손준호 형이 만들어준 별명이다. 형이 어느 인터뷰에서 저에 대해 ‘어우 (목소리가) 편안해 어우 시몬스’라고 답변을 한 뒤 팬분들도 그렇게 불러준다”고 했다.


2010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막을 올렸던 뮤지컬 ‘모차르트!’가 어느새 10주년을 맞았다. 10주년 공연에 뉴 캐스트로 합류한 박강현은 10주년이란 타이틀에 부담감을 느껴 첫 공 전날 잠들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연기를 전공한 친구들은 모를 수가 없는 작품이 모차르트다. 그런 공연에 합류했단 자체가 부담이었다. 이미 모차르트를 관람한 관객들에게 생소한 모차르트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정답은 없기에 나만의 모차르트를 만들어 간다고 생각하고 임하고 있다”라며 공연에 참여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이하는 배우 박강현과의 일문일답.

- 여러 악재 속에서 공연을 올리게 된 소감이 어떤가.

“공연이 엎어지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조금 늦춰지긴 했지만 관객들을 만난 것이 소중하고 감사하다. 커튼콜 할 때 ‘관객분들이 없으면 나는 무대에 설 필요가 없을 거야’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 캐릭터 분석을 할 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는지 이야기해 달라.

“대본에 적혀있는 상황들을 주로 분석을 했다. 뮤지컬 모차르트에는 생각보다 드라마가 많이 나온다. 그 안에서의 캐릭터를 잡는 게 쉽지는 않았다. 장면마다 성격이 변하기도 하고, 시간이 훌쩍 흐르기도 해서 내 안에 있는 모습들로 분석을 해봤다. 제가 했던 배역 중에 가장 내 마음대로 캐릭터를 분석을 하지 않았나 싶다.”

- 외모가 달라진 거 같다.

“외모는 사실 장발을 하기 때문에 그런 거 같다. 머리카락이 길어서 굉장히 불편하다. 머리카락 때문에 얼굴이 가려져서 표정이 안 보이기도 하고, 아무리 고정을 해도 입안에 들어간다. 공연 도중에 머리카락을 빼면 집중이 깨질까봐 그 상태로 공연을 이어간 적도 있다.”

- 모차르트 같은 위인을 연기하는 부담감은 없는가.

“뮤지컬 모차르트는 가족과의 관계, 특히 아버지와 관계가 잘 두드러진다. 아버지와의 갈등에서 나오는 아픔을 좀 더 표현하고 싶었다. 천재라고 해서 꼭 특별함이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 부담감을 떨쳐낼 나만의 방법이 있다면.

“웬만한 일들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 공연이 임박해 올 때면 부담이 많이 된다. 하지만 막을 올려 무대에 들어가면 어느 순간 그 안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면 어쨌든 시간은 흘러가고 그 시간을 부담보다는 즐겨보자는 생각으로 스스로 컨트롤하려고 노력했다.”

- 모차르트 오디션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오디션에 참가해 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넘버 ‘내 운명 피하고 싶어’와 ‘나는 나는 음악’을 준비해 갔다. 너무 유명한 곡이고 앞선 배우들이 어떻게 불렀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감정을 배제한 채 불렀다. 그러자 너무 노래만 했다고 혹평을 받았다. 이후에 김문정 음악감독님께서 넘버들의 감정에 대해 캐치해 주셔서 순간적으로 감정을 끌어내 합격을 했다.”

- 모차르트에 얼마나 다가간 것 같은가.

“공연을 하면 할수록 찾아지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 프로라면 첫 공연과 마지막 공연이 같아야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물론 익숙해지면서 매너리즘에 빠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매 순간이 살아있길 원하는 사람이다. 최대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새롭게 찾아지는 부분이 정말 많다. 그래서 아직까진 50프로라고 생각을 한다.”


- 모차르트와 본인을 비교했을 때 맞닿은 부분이 있는가.

“나와 모차르트는 이상을 좇는다는 게 닮은 거 같다. 실제로 둘 다 별을 좋아한다. 다른 부분이 있다면 나는 천재가 아니다. 모차르트의 일생을 보면 ‘신의 선물 모차르트가 아닌 신의 도구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 같은 배역에 김준수, 박은태 배우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는가.

“너무 감사하게도 조언을 굉장히 많이 받는다. 두 분이 말하길 매 공연마다 드라마나 연출이 조금씩 달랐다고 한다. 이전 공연의 얘길 들으며 이해의 폭이 굉장히 넓어졌다. 경험이 많은 형들이기에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고, 받는 중이다.”

- 극을 올리며 달라진 점이 있는가.

“여태 했던 작품들 중에 모차르트는 무대에 있는 시간이 가장 긴 작품이다. 웃는 남자도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모차르트는 웃는 남자보다 분량도 많고 노래도 더 많다. 처음부터 끝까지 힘있게 끌고 가야 하는 공연이기에 체력이 부족하면 안 되는 작품이다. 그래서 요즘은 아침에 조깅도 한다.”


- 아마데 역에 이시목 군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아마데 셋 중에 시목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는 뽀뽀뽀 출연도 해봤고 생각하는 게 꼭 어른 같다. 연습날 성인 배우들보다 공연 준비가 잘 돼 있었다. 뛰어난 친구라고 생각한다. 연기를 할 때도 시목이는 케어가 필요가 없다. 아직 애인데 철이 빨리 든 거 같아서 마음이 쓰인다.”


- 애착이 가는 넘버가 있는가.

“1막 넘버 ‘나는 나는 음악’이 모차르트가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가장 잘 말해주는 넘버라고 생각해서 애착이 간다. 아마데와 영감을 주고받으며 작곡을 해나가는데, 노래를 표현할 때 ‘나는 정말 음악이고, 이런 사람인데 왜 아버지는 몰라줄까’라는 마음을 대변하는 노래 같다. 또한 내가 이 넘버 안에서 가장 편하다.”


- 아마데가 지니고 다니는 상자가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나타낸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천재성이 맞다. 그 상자를 이용한 장면들이 많은데, 아주 큰 상자에 내가 갇히고 천재성에 잠식당하는 장면도 있다. 천재성으로 표현이 잘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잘 모르시는 분들은 아마데라는 인물이 살아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 꼬맹이는 누구냐며. 하하.”

- 페르센 시절 앙투아네트로 만났던 김소현, 김소향 배우와의 호흡은 어떤가.

“소향 누나와는 뮤지컬 엑스칼리버부터 웃는 남자까지 많은 작품을 함께해서 정말 편하다. 서로 어떤 걸 원하는지 캐치해 내는 사이가 된 거 같다. 소현 누나는 워낙 밝고 항상 웃어주는 따뜻한 사람이다. 하지만 마냥 편할 수 없는 이유는 저에게 형수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형수님이라고 하면 굉장히 싫어한다. ‘손준호는 손준호고 나는 나다’라고 하는데 맞는 말인데, 형수님의 이미지가 있어서 좀 더 예의를 차리려고 한다.”

- 캐릭터에서 잘 빠져나오는 편인가.

“캐릭터에 잘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이상하게 캐릭터에 푹 빠져있다. 공연이 끝난 뒤 운전대를 잡고 집에 가면서 센치한 노래에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으며 공연 생각을 하곤 한다.”

- 작품이 끝나면 뭐가 남을 거 같나.

“우선 뿌듯함이 남을 거 같다. 모차르트라는 작품이 10년 전 대학생 당시에는 아주 큰 대작으로 느껴졌다. 물론 지금도 대작이지만, 그 당시에는 ‘저런 무대에 내가 설 수나 있을까’라는 생각이 전반적이었다. 아마도 이 작품을 끝내면 어린 시절 내가 동경했던 작품을 참여했다는 뿌듯함이 남지 않을까 싶다.”


- 목표를 세운 지점에 얼마나 근접했는가.

“목표가 거창하진 않았다. 어린 시절 ‘내 전공으로 밥벌이를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 목표는 이뤘다. 사실 나는 영화를 하기 위해서 연기를 시작을 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카메라 앞에서 자유롭게 연기를 할 수 있게 배우가 되고 싶다.”


- 본인을 괴롭게 하는 장면이 있는가.

“2막에 아버지와 다툰 후 아버지가 떠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에 감정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하고 고민을 했다. 이해하기 쉬운 장면일 수도 있는데, 감정 전환 스위치가 쉽지 않았다. 아버지가 ‘너는 모든 가족을 저버렸다’고 얘길 하는데 그 장면은 아직도 쉽지 않다.”

- 극 중 애드리브도 있는가.

“극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장난을 좀 친다. 앞부분이 밝으면 밝을수록 뒤가 좀 더 무너지는 게 많이 보이니까 일부러 장난을 친다. 콜로레도 교주와의 신분을 확실히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모차르트 구두에 굽을 뺐다. 원래 깔창을 넣어놨는데 콜로레도와 나란히 섰을 때 모차르트가 작아 보이길 원했다. 신분을 나타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 데뷔 당시를 돌아보기도 하는가.

“가끔씩 돌아본다. 얼마 전에도 어떤 작품을 했는지 나열해봤는데 생각보다 작품을 많이 했었다. 공연 외적으로 많은 것을 놓치고 살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주변 사람을 못 챙긴 것에 반성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이제는 조금 여유를 가지고 주변 사람들을 챙기려 노력 중이다.”

- 자신의 무대에 대해 평가해 달라.

“내 무대를 볼 수 없으니 그게 정말 아쉽다. 가끔 내 무대를 볼 수 있는 건 프레스콜 영상이나 녹음을 하는 게 전부다. 정확히 판단을 내릴 순 없지만 만족보다는 후회를 훨씬 더 많이 한다. 만족스러운 공연도 있지만 부족한 부분들도 알고는 있다.”


- 역할에 몰입하면 일상으로의 회복이 더딘 편인가.

“공연이 길어질수록 몰입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할 만큼 했단 생각도 많이 한다. 사람들은 보통 데드라인을 주면 끝내는 본능이 있지 않나. 마지막 공연까지 에너지를 다 쓰고 바로 놓아버리는 경향이 있다. 작품이 끝났을 때 빨리 풀어지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 웃는 남자를 끝낸 뒤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가.

“전염병 때문에 그 누구보다 집에만 있었다. 그러다 보니 배달음식도 많이 먹고 살도 찌고, 집에서 드라마도 많이 봤다. 원체 돌아다니는 성격도 아니지만, 꾹 참고 집에만 있었다. 유튜브 댓글도 많이 봤다. 재미있는 댓글이 많이 달렸는데 ‘가요계엔 김나박이, 뮤지컬계엔 홍박박이 있다(가요계 김범수·나얼·박효신·이수, 뮤지컬계 홍광호·박은태·박효신·박강현)’는 댓글을 보고 많이 웃었다.”

- 본인만의 강점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솔직히 모르겠다. 나는 연기도 노래도 고만고만하고 춤도 못 춘다. 평범 그 자체에 특별함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끈기 하나는 참 좋다. 사실 잘 포기를 안 한다. 무모해 보일지라도 하나에 꽂히면 정말 포기를 안 한다.”

- 발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는가.

“음계를 짚어서 노래를 하다 보면 발음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내가 개인적으로 답답했기에 신경을 많이 쓴 거 같다. 또박또박 얘길 한다고 잘 들리는 게 아니고 하면서 테크닉이 생기는 거 같다. 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 발음을 제대로 전달하고 싶다는 욕구로 공연에 임한다.”

- 공연에 100퍼센트를 쏟아내는 거 같다.

“알아봐 주셔서 감사하다. 계산해서 연기할만한 성격은 못 된다. 다음 공연 컨디션에 대해 생각하면 집중이 깨질 거 같아서 생각을 안 한다. 공연 도중에 소리를 치는 장면이 있는데 감정을 가지고 소리를 치면 목이 안 나간다. 극에 집중을 하면 괜찮다는 믿음을 가지고 공연을 해왔다.”


- 박강현의 모차르트를 봐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해 달라.

“이미 모차르트를 보셨던 관객분들에겐 한 번도 못 봤던 모차르트일 것이다. 안 보셨던 분들에게는 또 언제 올지 모를 모차르트다. 이번 공연이 내 인생에 마지막 모차르트가 될 수도 있다. ‘박강현 무대 봤었다’라는 자부심이 들 수 있게 해드릴 테니 공연 많이 보러 와달라. 하하!”

10주년 기념 공연을 맞은 뮤지컬 ‘모차르트!’는 깡차르트의 등장에 앞으로 10년은 너끈해 보였다. 모차르트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8월9일까지 관객들을 맞이한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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