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급 획기적 늘려야 집값 안정’ 판단… 결국 그린벨트 카드

이새샘 기자 , 신규진 기자 , 김호경 기자

입력 2020-07-16 03:00 수정 2020-07-1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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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 부동산 대책 이후]주택공급 확대 범정부TF 가동
대책 내놔도 집값 뛰자 기류 급변… 서울시 반대 여전해 난항 겪을듯
도심 역세권 용적률 상향 논의, 위례 등 軍유휴지 활용도 거론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대책 당정협의에 참석한 진선미 국토교통위원장(왼쪽)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날 회의에서는 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포함한 장기적인 주택 공급 방안을 범정부적으로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정부와 여당이 15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포함해 수도권 주택 공급 방안을 논의하기로 한 것은 서울 핵심 지역에서의 획기적인 공급 확대 방안 없이는 집값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서울시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 정부 내에서도 엇박자 냈던 그린벨트 해제안

최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 그린벨트 필요성이 언급되어 왔지만 주택 정책의 실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신중한 입장을 취해 왔었다.

그린벨트 해제는 서울 도심에 공급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한 방’에 잠재울 수 있어 유력한 대안으로 꼽혔었다. 국토부는 2018년 수도권 공급 계획을 내놓을 당시 국토부 장관 직권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서울시가 완강히 반대해 무산됐었다. 7·10부동산대책에서 별도로 그린벨트를 언급하지 않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하지만 주택공급확대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이끄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필요하다면 그린벨트 문제를 점검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발언한 데에 이어 이날 당정협의에서 그린벨트가 주요 안건으로 언급되며 기류가 급격하게 변했다.

국토부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이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 그린벨트 해제는 아직 검토하지 않았다”고 말했고, 당정에서 그린벨트를 언급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논의된 바가 없다”고 밝혔던 국토부는 당정의 압박이 거세지자 결국 그린벨트를 논의 대상으로 꺼내 들게 됐다. 이날 오후 국토부와 기획재정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등은 ‘주택공급확대 실무기획단’ 첫 회의를 서울시청에서 열었다. 실무기획단장을 맡은 박 차관은 이 자리에서 “도시 주변 그린벨트의 활용 가능성 여부 등 지금까지 검토되지 않았던 다양한 이슈에 대해서도 진지한 논의를 하겠다”고 말해 그린벨트 해제 검토를 공식화했다.

○ 서울시 설득이 그린벨트 해제의 관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의 그린벨트 면적은 150km²로 서울시 면적(615km²)의 약 4분의 1이다. 특히 서초구 그린벨트 면적은 23km²로 25개 구 가운데 가장 넓다. 서초구에 우면산, 구룡산, 대모산 일대가 포함돼 있어서다. 부동산 업계는 그린벨트 해제 효과가 가장 큰 지역으로 서초구 내곡동, 강남구 세곡동을 주목하고 있다. 이 일대에 과거 보금자리주택을 짓고 남은 땅을 추가 활용할 수 있다는 것. 내곡동 탑성마을이나 가구단지 일대, 강남·서초예비군훈련장, 강남구 세곡동 자동차면허시험장 주변 지역 등이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된다.


하지만 서울시가 이날 그린벨트 해제 방안에 대해 여전히 반대하는 상황이어서 향후 논의 과정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는 주택 공급 확대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그린벨트 해제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사망 직전 연 기자간담회에서 “그린벨트는 미래 세대를 위해 남겨놔야 할 보물과 같은 곳”이라며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그린벨트 활용을 반대했다. 하지만 수장이 사라진 상황에서 당정의 압박을 버틸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 군 유휴지 활용과 도심 고밀도 개발 관측도

정부는 가급적 이달 안에 주택공급확대 TF를 통해 주택 공급 방안을 발표한다는 방침이어서 서울이나 서울 근교의 유휴지 등 숨어 있는 부지를 발굴해내는 등의 속도전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도심의 유휴지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군은 국토부와 경기 성남시 창곡동 위례 군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 방안을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토부와 서울시는 ‘수도권 30만 호 공급계획’을 발표하며 서울 관악구 남태령 군 관사 등 군 유휴부지 7곳을 활용하는 방안을 포함시킨 바 있다.

이날 당정협의에서 어느 정도 의견이 일치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시내 역세권 용적률 상향 등 도심 고밀 개발도 유력하다.

정부는 2018년 수도권 공급 계획 발표 당시 주거용 사용부문의 용적률을 기존 400%에서 600%로, 준주거지역 용적률을 400%에서 500%로 올린 바 있다. 또 서울 지하철 3호선 오금역 인근 송파구 가락동 예전 성동구치소 부지(1300채), 은평구 수색역세권(2170채), 강남구 삼성동 서울의료원 강남분원(800채), 대치동 동부도로사업소(2200채) 등 역세권 부지를 택지로 개발해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방안을 밝힌 바 있다.

도심 용적률이 추가 상향되면 여기서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동부도로사업소에 인접한 서울무역전시장(SETEC), 3호선 대청역 인근의 서울도시주택공사(SH) 사옥 등도 용적률을 높여 공급을 늘릴 후보지로 떠오른다. 일각에서는 용적률을 1000%까지 획기적으로 높여 고밀 지역으로 조성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다만 그간 정부가 용적률을 완화하되 증가된 용적률의 절반은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도록 하는 원칙을 유지할 경우, 수요에 맞는 공급이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주택 비중을 늘릴 경우 수익성 문제로 사업 추진 과정에서 민간이 선뜻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도심 역세권에서 정부는 주로 1, 2인 가구를 위한 원룸형 소형주택 위주로 공급해왔는데 이 역시 양질의 공급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새샘 iamsam@donga.com·신규진·김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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