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용지 2장 두께 기판에 부품 100개 심어”

임현석 기자

입력 2020-07-15 03:00 수정 2020-07-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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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 &테크]실적효자 ‘RF-SiP 기판’ 사업 총괄, LG이노텍 첫 女임원 황정호 상무

LG이노텍 RF-SiP(무선주파수 패키지형 시스템) 기판 사업을 총괄하는 황정호 상무. LG이노텍 제공
“A4용지 두 장 남짓 두께에 불과한 이 얇은 기판에 100여 개 통신 부품이 올라갑니다.”

최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만난 황정호 LG이노텍 상무는 검지손가락 위에 올려진 초소형 기판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스마트폰 나노 유심 정도의 크기에 불과한 이 제품은 LG이노텍의 실적 효자로 꼽히는 ‘RF-SiP(무선주파수 패키지형 시스템) 기판’이다.

황 상무는 “반도체 회사들은 최대한 작고 얇은 기판을 선호한다. 그래야만 스마트폰 내부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라며 “RF-SiP 기판 두께를 0.3mm 이하로 만드는 것이 기술력”이라고 강조했다.

RF-SiP 기판 사업을 총괄하는 황 상무는 지난해 말 정기 인사에서 LG이노텍 사상 첫 여성 임원이 돼 화제를 모았다. RF-SiP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통신 회로나 칩을 하나의 패키지로 구성한 것이다. 통신 칩을 만드는 반도체 회사들을 고객사로 둔 LG이노텍 입장에서는 얼마나 작고 얇은 기판을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사업 성패가 좌우된다.

LG이노텍은 2012년부터 엔지니어 출신을 고객사 영업에 배치하고 있는데 황 상무도 연구원에서 영업인으로 변신해 현장을 누벼왔다. 황 상무는 “엔지니어 출신이 영업에 나서니 고객사의 갑작스러운 제품 변경 요청에도, 기술적으로 어디까지 가능한지 설명해줄 수 있었고 기술 구현이 가능한 제안엔 ‘그거 해볼 만하다’며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LG이노텍 내부적으로도 수년간 반도체 기판 개발만 해오던 이들이 영업을 잘 해낼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있었지만 기술자 특유의 강점을 영업에서도 발휘한 셈이다.

이 덕분에 글로벌 RF-SiP 기판 시장에서 LG이노텍의 시장점유율은 32%로 글로벌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황 상무도 RF-SiP 기판 사업의 성장 덕분에 지난해 말 LG이노텍 첫 여성 임원이 됐다. 황 상무는 “엔지니어든 영업 업무든 여성이라고 한계를 두지 않는 기업문화가 갖춰져 있다면, 여성 인력들이 보다 많은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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