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 차단한 정부 대책…외국인 ‘부동산 쇼핑’엔 속수무책
뉴스1
입력 2020-07-13 15:38 수정 2020-07-13 15:39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2020.7.7/뉴스1 © News1
정부의 부동산 투기규제가 사실상 외국인에겐 무용지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문턱으로 다주택자가 내놓는 매물을 자금력 있는 외국인들이 쓸어 담을 수 있어서다.
13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비거주외국인이 고국에 여러 채의 집이 있더라도 국내에 1채의 주택을 구입할 경우엔 국내 다주택자에게 부과하는 과세규제에 적용받지 않는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거주자로 분류되는 외국인은 지방세와 소득세법에 적용을 받지만 비거주 외국인은 해외자산 보유여부를 확인하기 쉽지 않아 해외 다주택자라고 해도 사실상 이에 대한 규제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국내 부동산을 취득할 때 신고를 해야 하지만 이때 고국에 집이 없다는 내용이 담긴 서류를 허위로 제출해도 당국이 확인할 길이 없다는 얘기다. 고국 또는 제3국으로 근무지를 옮겨 국내 주택을 처분한다고 주장해도 마찬가지다. 다주택자에게 부과하는 양도세 중과세를 손쉽게 피할 수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싱가포르에선 외국인에게 내국인보다 취득세를 더 받는 등의 규제를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외국인의 규제나 차등적용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정부규제로 국내 다주택자가 아파트를 내놓으면 해외교포나 중국을 포함한 외국인들이 규제를 피해 투기성 매매를 해도 규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외국인 국내 주택 매수현황에 따르면 국내 주택매수자 중 외국인 비중은 2015년 0.64%에서 2019년(1~9월) 0.86%로 증가했다. 국내 부동산 가격 급등세와 내국인 부동산 규제가 겹치면서 외국자금이 대폭 유입됐다는 얘기다.
외국인이 국내 주택을 사들이는 이유는 높은 수익률과 외국인에 대한 낮은 규제, 세금장벽 등이다. 실제 일부 중국인들은 청담동, 압구정동 등 부촌 지역까지 진출해 고가 아파트 등을 사들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지난해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외국인 특혜’를 규제하는 소득세법과 지방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정치권 안팎에선 비거주 외국인에게 취득가의 일정비율(10~20%)을 특별취득세 형식으로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이를테면 중국인의 대거 유입으로 밴쿠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2018년부터 외국인에겐 20%의 특별취득세를 부과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정부의 사례에 착안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논의는 결국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강남권 등 투자가치가 높은 국내 주택시장이 외국인에겐 기회의 땅으로 인식될 수 있다”며 “외국인의 투기성 매입을 막지 못한다면 규제의 ‘역차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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