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개발에 ‘림프관’ 연구는 왜?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0-07-10 04:00 수정 2020-07-10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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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프절에서 바이러스 제거… 뇌수막 림프관은 뇌질환에 영향
치매 치료할 기관으로 주목”


사람 몸에서 혈관의 중요성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또 다른 순환계인 ‘림프관’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림프관은 혈관과 별도로 신체의 다양한 장기에 퍼져 있는 관이다. 피부와 점막, 장간막, 임파절에 특히 많이 퍼져 있다. 사람 몸속 노폐물과 과다하게 축적된 수분을 ‘림프액’이라는 체액으로 만들어 빼내는 역할을 한다. 림프관은 이런 이유로 우리 몸의 ‘하수도’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림프관에서 하루에 생산되는 림프액은 4.5L 정도로 추정된다.

최근 들어 몸속 하수도의 중요성이 속속 드러나며 림프관이 의학과 생명과학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10일(현지 시간) 최근 10년 동안 밝혀진 림프관의 새로운 기능과 역할을 정리한 리뷰논문을 공개했다. 리뷰논문이란 주목받는 분야의 최고 석학이 학계의 최신 연구 방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논문이다. 이 리뷰논문 집필에는 고규영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연구단장(사진)과 타탸나 페트로바 스위스 로잔대 의대 교수가 참여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림프관의 역할은 면역 감독 기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유발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가 몸에 침투하는 경로는 콧구멍 속 점막과 폐의 상피세포다. 바이러스가 이 부분을 통해 침투한 다음 세포 밖으로 나와 이동하는 주요 경로가 림프관이다.

이렇다 보니 림프관은 항바이러스 면역의 최전선 역할을 겸한다. 몸에 침투한 바이러스는 중간 중간 ‘림프절’이라는 일종의 ‘하수처리장’으로 옮겨져 면역세포의 도움을 받아 제거된다. 이렇게 처리된 림프액은 다시 혈관을 통해 온몸을 돌고 돈다. 림프절은 몸에 500개가 퍼져 있고 이 가운데 300개는 목 주위에 몰려 있다. 고 단장팀은 “코로나19에서도 림프관과 림프절이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관련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몸에 투약한 백신도 림프관에서 주요한 면역 작용이 이뤄지고 몸속을 돌기에 효율적인 백신 개발을 위해서라도 림프관 특성을 이해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뇌 속 림프액인 뇌척수액이 흐르는 뇌수막 림프관의 기능을 재발견한 것도 최근 연구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뇌는 큰 맥주잔 1개에 해당하는 0.5L의 뇌척수액에 항상 잠겨 있다. 여기에 연결된 뇌수막 림프관은 200년 전에 발견됐으나 기능은 알려지지 않았다. 고 단장팀은 뇌 하부에서 새로운 뇌수막 림프관의 존재를 지난해 발견하고, 여기서 뇌 속 찌꺼기 단백질과 함께 뇌척수액이 배출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고 단장은 “뇌수막 림프관이 노화하면 배수 기능이 약화된다”며 “도시에 하수도가 막히면 도시 기능이 정지하듯 뇌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하는 게 알츠하이머병,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의 원리”라고 말했다. 이 연구를 통해 뇌수막 림프관 조절을 통해 치매를 치료할 새로운 기술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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