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여 명 울린 옵티머스 설립자 이혁진…‘文캠프 출신’ 주목

뉴스1

입력 2020-07-08 17:19 수정 2020-07-0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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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가 지난 2012년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故(고) 노무현 전 대통령 3주기 추모공연 현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귓속말을 하고 있다.(출처=이혁진 전 대표 블로그) © 뉴스1

옵티머스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김모 옵티머스 현 대표이사가 구속되며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은 가운데 옵티머스의 설립자인 이혁진 전 대표(53)의 과거 행보에도 관심이 모인다.

특히 이 전 대표가 문재인 대선 후보 캠프에 금융정책특보를 맡는 등 여권 인사와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옵티머스 환매중단 사태가 정치권과 연결돼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지난 2018년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도중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대표는 서울중앙지검에서 1건, 수원지검에서 4건 등 총 5개 사건의 피의자로 수사 대상에 올랐지만 해외로 도피해 현재 기소중지가 된 상태로 알려졌다.

기소중지란 검사가 수사를 일시적으로 중지하는 처분으로, 피의자나 참고인의 소재불명 등의 이유로 수사를 종결할 수 없는 경우 중지 결정을 하게된다.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선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윤창현 미래통합당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옵티머스 펀드에 묶인 투자금은 5151억원으로 투자자만 1163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부동산 등 대체투자로 이름날린 이혁진…정치행보도

한양대 경제학과를 나온 이 전 대표는 CJ자산운용에서 특별자산운용 본부장까지 지낸 뒤, 2009년 옵티머스 자산운용의 전신인 에스크베리타스 자산운용을 설립했다.

그는 에스크베리타스를 설립하기 전 CJ자산운용 재직 시절 독특한 펀드를 운용해 주목을 받아왔다. ‘가문의 영광’이나 ‘화려한 휴가’ 등 유명 영화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골프장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러한 투자 성향은 그가 에스크베리타스를 설립한 뒤에도 이어진다. 2012년 한 경제지와 진행한 인터뷰를 보면 이 전 대표는 “에스크베리타스는 대체투자 전문자산운용사로서 전통 투자자산인 주식과 채권에서 벗어나 지식재산권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직접 회사를 설립한 뒤인 2012년엔 주로 정치적인 행보를 보였다. 19대 총선에서 서울 서초갑에 당시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전략공천을 받아 출마한 뒤 12월에는 문재인 대선 후보 캠프에 금융정책특보로 발탁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2013년 횡령·배임 의혹이 불거지면서 첫 위기를 맞는다. 당시 에스크베리타스는 이사회를 열고 이 전 대표의 해임을 시도했다. 다만 회사에 상당한 지분이 있었던 신영증권이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면서 대표직을 지켰다. 이 전 대표는 신영증권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한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이후 2015년 에스크베리타스라는 이름을 AV자산운용으로 바꾼 뒤 전문사모집합투자업을 등록해 사모펀드 운용사로 탈바꿈했다. 또 2017년에는 옵티머스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후 2018년 옵티머스 투자자들이 이 전 대표를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지분이 공매로 넘어가게 됐고 대표이사 자리를 내려놓게 된다.

◇금융당국 조사 과정서 횡령 등 발견…회사돈 9억 빌려 해외로

이 전 대표는 옵티머스의 대표로 있는 동안에도 금융당국의 주요 조사 대상이었다. 금융당국은 이 전 대표의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에 대해 2017년부터 조사를 벌여왔다.

조해진 미래통합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2013년 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423회에 걸쳐 회사 자금 약 70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옵티머스는 약 20억원을 금융자문서비스 수수료로 허위 계상해 제출하거나 금융위원회로부터 투자중개업 인가를 받지 않고 기업공개 수요예측에 참가해 약 4억원의 차익을 수취한 흔적도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옵티머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뒤 금융위원회에 제재를 건의했고, 금융위는 2018년 11월 옵티머스에 대해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이 전 대표에 대해 해임을 요구하는 제재를 의결했다. 금감원은 이후 2019년 검찰에도 수사참고자료를 제공했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재 건의를 받은 금융위원회는 이 전 대표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기 위해 2018년 9월 청문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우편물은 두 차례나 반송됐다. 이미 해외로 도피해 우편물이 전달되지 않은 셈이다.

윤창현 의원실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해외 도피 전 옵티머스에서 약 9억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3월 옵티머스의 영업보고서에도 이 전 대표의 대여금 9억3700여만원이 기재돼있다.

◇문 대통령·이해찬 대표 등과 사진…野 “청와대발 권력비리 아니냐”

이 전 대표는 2013년까지 개인 블로그를 운영해왔다. 대부분 자신이 언급된 언론 보도 등을 스크랩한 게시글이 많았지만, 정치권 인사들과 찍은 사진들도 더러 발견됐다.

특히 민주당 서울시당 청년위원장을 지낸 만큼, 문 대통령이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권 인사와 함께 찍은 사진이 많았다. 방송인 김어준씨나 박원순 서울시장과 남긴 기록도 있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옵티머스 환매중단 사태 배후에 청와대가 연루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이종배 미래통합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1000억원대 환매중단에 빠진 옵티머스 배후에 청와대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는데, 이혁진 전 대표는 2018년 검찰 수사 중 아무 제재 없이 해외 도피에 성공했다”며 “수사당국은 청와대발(發) 권력형 비리가 또 나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만큼 조속히 철저한 수사로 관련 의혹을 해소해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야권에서는 이 전 대표가 해외 도피를 할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임종석 전 실장과 한양대 동기인 데다, 임 전 실장이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으로 있을 때 재단 상임이사를 맡았던 사실을 언급하며 뒤를 봐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전날 구속된 옵티머스 김 대표와 옵티머스 이사이자 H법무법인 대표 윤모 변호사도 한양대 출신이다. 윤 변호사의 아내 이모 변호사는 지난해 10월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다 옵티머스 사태를 터진 시점에 퇴사를 한 바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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