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전망치 2兆 초과… 2018년 반도체 호황기 이후 최고 실적

김현수 기자

입력 2020-07-08 03:00 수정 2020-07-08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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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 8조
프리미엄 스마트폰 선전하고 인도 시장선 중저가폰 점유 높여
재택근무 늘며 가전 수요도 폭발




“2분기(4∼6월)에는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전 분기 대비 전사 실적 하락이 예상된다.”

4월에 있었던 1분기(1∼3월) 실적 전화회의(콘퍼런스콜)에서 서병훈 삼성전자 IR 팀장(부사장)은 이처럼 2분기에 대한 우려를 표현했다. 3월 중순부터 미국 ‘베스트 바이’ 등 대형 가전 유통업체들이 줄줄이 영업 중단에 들어가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게 당시 전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2분기 실적은 잠정이지만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반도체 초호황기였던 2018년 4분기 이후 최대 실적을 찍었다. 매출 52조 원, 영업이익 8조1000억 원으로 증권가 전망치 평균(매출 51조1400억 원, 영업이익 6조4700억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2분기에는 코로나19 사태뿐만 아니라 미중 대치 심화, 한일 갈등 재연 조짐 등 악재가 잇달았다”며 “이 같은 최악의 불확실성 속에서 삼성전자가 견조한 실적을 거둔 것은 한국 경제에 있어서도 반가운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잠정 실적 발표에서는 사업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깜짝 실적을 이끈 주인공을 스마트폰, TV, 가전 등 세트 부문과 디스플레이 부문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사업 부문 영업이익이 5조4000억 원(추산)으로 굳건히 버티고 있는 가운데 전사 각 부문이 골고루 제 역할을 해줬다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무선사업부는 상반기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20 등을 내놓자마자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실적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반도체 사업부에 이어 무선사업부 경영진과 릴레이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며 스마트폰 실적을 직접 챙기기도 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갤럭시 Z플립 등이 선전한 데다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가 늘면서 영업이익 1조 원 후반대의 실적을 냈다고 증권가는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인도와 중국 간 외교 갈등이 깊어지며 인도를 장악하던 중국 스마트폰의 영향력이 떨어진 사이 삼성이 스마트폰 점유율을 늘린 점도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TV와 가전 시장은 코로나19의 터널을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재택근무가 늘면서 홈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고 있고, 각국 정부가 국민들에게 기본소득을 늘리는 방향의 정책을 내놓으면서 내구재 소비를 뒷받침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각국 정부의 지원금이 풀리면서 스마트폰과 가전 수요도 5월부터 반등이 시작됐다”며 “3분기에는 영업이익이 8조9000억 원으로 오르는 등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는 일회성 이익(약 9000억 원)이 반영됐다. 삼성전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성격의 이익인지 확인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애플의 전략 협력업체에 대한 보상금 성격의 수익이라고 보고 있다. 가동률 부진으로 삼성의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수요가 줄어든 데 대해 애플이 삼성에 일종의 보상금을 지급했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삼성이 깜짝 실적을 냈지만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삼성에 9000억 원의 보상금을 줄 정도라면 전체 테크 시장 수요는 여전히 약하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고 평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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