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산업재편, BBIG에 돈 몰린다

김현수 기자 , 허동준 기자 , 홍석호 기자

입력 2020-07-07 03:00 수정 2020-07-0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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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22조 등 올 시총 증가 톱10, 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차지
기술-혁신 역량에 실적 뒷받침… 코로나 시대 새로운 간판기업으로


바이오 의약품을 위탁받아 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상반기(1∼6월) 증시의 새로운 간판 기업으로 떠올랐다. 이 기간 시가총액이 22조 원 이상 늘어 한국 증시에서 시총이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이 됐다. 실적도 뒷받침됐다. 미국, 스위스 제약사와 줄줄이 의약품 위탁생산 계약을 맺어 누적 수주액(1조7991억 원)이 지난해 매출(7016억 원)의 2.5배가 넘었다. 1월만 해도 시총 5위였던 삼성바이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진 2월 이후 3위가 됐고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증시에서 자금이 몰린 곳은 삼성바이오만은 아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반기 동안 가장 큰 폭으로 시총이 늘어난 기업 10개는 모두 바이오(Bio), 배터리(Battery), 인터넷(Internet), 게임(Game) 업종이었다. 이른바 ‘BBIG’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언젠가 바이오, 전기차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생각은 했지만 코로나19로 미래는 훨씬 빨리 현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간판 기업의 등장은 기존 간판 기업의 후퇴와 맞물려 있다. 1월 초만 해도 시총 6, 7위였던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는 현재 각각 11위, 14위다. 상장 이후 10위권 밖을 벗어난 적이 거의 없던 포스코는 18위로 밀려났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에서 동시다발로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선 아직 실적을 입증하지 못한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자동차업계의 대장주인 도요타를 시총에서 제쳐 세상을 놀라게 했다. 수소트럭 기업 ‘니콜라’도 지난달 상장 직후 단숨에 포드의 시총을 뛰어넘었다.

산업계는 코로나19가 아예 산업구조의 지형을 바꾸고 있고, 그 결과가 간판 기업의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제조업의 위기는 한국에선 이미 2018년 한국GM 군산공장 철수 등을 계기로 부각됐다. 이후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을 화두로 삼고 신성장동력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코로나19는 이 같은 변화를 더 빠르고 불가역적으로 만드는 추진체라는 이야기다.

성정민 맥킨지 글로벌연구소 파트너는 “코로나발 산업 재편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과 혁신 역량을 갖춘 기업에 자본이 몰리고 있다”며 “성장과 이윤이 소수 기업과 일부 업종에 집중되는 ‘슈퍼스타’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허동준·홍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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