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문 닫히자 다시 한국으로…국내 취준생, ‘U턴 유학생’에 이중고

곽도영 기자 , 홍석호 기자

입력 2020-07-06 19:10 수정 2020-07-06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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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국내 대기업그룹 계열 A사는 지난달 정규직 채용전환을 전제로 인턴사원을 모집했다. 일반사무직 계열로 한 자릿수 인원을 뽑는 이번 채용에 총 2500명이 지원했다. 최종 합격자 5명 가운데 반 이상이 미국 명문대 출신으로,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보다 많았다. A사 관계자는 “지원자들 중에는 아이비리그 등 미국 유명 대학 출신들도 상당수 있었다”며 “일부는 한국어가 서투를 정도로 미국 생활에 더 익숙한 것 같았다. 코로나 여파로 현지 취업문이 닫히자 한국으로 눈길을 돌린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 국내 취준생, ‘U턴 유학생’에 이중고


6일 산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취업 준비생들은 이중, 삼중고에 부딪히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이 대규모 신입사원 공채를 폐지해 취업문을 두드릴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이 마저도 일정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올해 외국인 취업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가뜩이나 힘들어진 한국 취업시장이 더욱 치열해졌다. 현지 취업길이 막혀 국내로 ‘U턴’하는 유학생들까지 취준생 대열에 합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급 중단된 비자는 고숙련 전문직 취업비자로 유학생들이 졸업 후 가장 많이 신청하는 H-1B 등이 포함됐다. 한국인 H-1B 신청자는 2018년 기준 4465명이다. 당장 올해 미국 대학을 졸업하는 유학생부터 한국행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미국 실업자 수가 4000만 명에 육박하면서 외국인 취업 제한이 이뤄진 것으로 이는 한국의 취업난이라는 풍선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김모 씨(24·여)는 반년 넘게 미국 회사 취업을 시도하다 얼마 전 귀국해 국내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김 씨는 “현재 미국에서는 전공 불문하고 현지 취업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후배들도 취업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질문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회원수 14만 명의 미국 이민·취업 관련 네이버 카페에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약대까지 10년을 미국에서 보냈는데 졸업을 앞두고 취업 비자 승인이 막혔다”거나 “영주권 비용을 생각하면 한국에 가서 취직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글이 줄을 잇고 있다.

● 급증하던 해외 취업자 수는 감소세


유학생들은 유럽으로 눈을 돌릴 수도 없다. 유럽은 비자 문제는 없지만 ‘셧다운’이 길어지면서 자국인 취업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독일 베를린공대에서 석사과정 중인 김모 씨(32·여)는 수료 필수 조건인 현장 인턴 기회를 잡지 못한 채 수개월 째 집안에 머무르고 있다. 건국대 경영학과를 나온 유모 씨(27)는 졸업 이후 영국 런던의 한 백화점 입사시험에 합격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업황이 악화되자 채용 취소 통보를 받았다. 그동안 입사 준비를 하며 영국에 머무르던 유 씨는 “한국으로 돌아가 자격증 시험을 준비할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2015~2019년 해외취업자 수는 2903명에서 6816명으로 5년 연속 증가해 오다 올해는 5월까지 2229명에 그쳤다. 5개월간의 취업자 수임을 감안해도 지난해의 33%에 불과하다. 특히 미국, 일본, 중국 취업자 수 감소가 두드러진다.

하반기(7~12월)에도 채용 시장의 한파는 누그러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5월 신규 취업자 수는 2009년 금융위기 이래 처음으로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 간 국내 기업에 지원하는 해외 유학생은 지속 늘던 추세였다. 코로나 때문에 해외 취업문이 닫히면서 증가폭이 더 크다. 한국의 취준생 사이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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