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에 ‘손익계산서’ 보낸 이스타항공… 인수전 운명의 한주

변종국 기자

입력 2020-07-06 03:00:00 수정 2020-07-06 05:5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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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대금-체불임금 관련 내용 담겨… 관계자 “확률 반반, 이번주 결론”
조종사노조, 제주항공 비판강도 높여… 폭로전 양상속 김현미 면담 변수


“현재로서는 인수를 하느냐, 안 하느냐의 확률은 50 대 50이다.”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의 인수 협상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인수합병이 이번 주에 결론이 날 것 같다”며 5일 이같이 말했다. 당초 양 사의 인수 협상은 파기 수순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러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나서 인수 협상 과정을 챙기고, 양 사도 인수와 관련한 입장 정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어떤 결론이 나올지 주목된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지난주 제주항공에 사실상 ‘손익 계산서’가 담긴 공문을 보냈다.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가의 이스타항공 지분 38.6%에 대한 매각 대금 약 410억 원을 이스타항공에 그대로 내놓을 것이며, 제주항공은 각종 세금과 금융비용 등을 제외하고도 150억∼200억 원의 이익을 얻게 된다며 사실상 인수를 설득하는 내용이다. 매각 대금에 대한 사용 권한을 제주항공에 모두 주겠다는 뜻도 담겨 있었다. 또 논란이 되고 있는 체불임금도 근로자들이 회사 살리기를 위해 체불임금 일부를 반납할 의지가 있는 만큼, 매각 대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이스타항공의 공문은 앞서 제주항공이 “체불임금과 회사 운영비, 각종 고정비 등을 포함해 800억∼1000억 정도의 미지급금을 수일 내에 해결하라”고 한 공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답변이 곧 인수합병 여부의 결론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측은 공문 등을 검토해 조만간 입장을 낼 예정이다.

당초 제주항공 내부에서는 인수를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였다. 이석주 전 제주항공 대표가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와 통화를 하면서 “이스타항공의 항공기 운영을 전면 중단하고 희망퇴직에 들어가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 공개되면서 감정의 골은 깊어졌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김 장관이 나섰다. 김 장관은 3일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과 이상직 의원을 각각 만나 인수합병 성사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로 체불임금과 각종 비용 등 인수합병 선결 조건에 대한 양측의 입장 등에 대한 설명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에서는 인수합병이 깨지면 이스타항공의 존립이 어려워지고, 실직자가 다수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항공업계 주무 부서인 국토부가 직접 사안을 챙겼다고 보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들이 국토부의 각종 인허가에 큰 영향을 받는 만큼, 국토부 수장까지 나선 상황에서 양 사가 극적인 합의를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불안한 인수 협상 과정을 지켜보며 동요하는 상태다. 그동안 사측과 대립각을 세워온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입장을 바꿔 제주항공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제주항공을 향한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1000여 명의 이스타항공 직원을 대표하는 근로자 대표 한모 씨도 지난주 사표를 냈다. 한 이스타항공 직원은 “4개월째 무급이다. 인수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을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 사표를 쓰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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