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V80 결함의 원인과 노조까지 나선 현대차 품질 문제[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김도형 기자

입력 2020-07-04 16:00 수정 2020-07-04 16: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오늘의 주제는 현대자동차의 품질 문제입니다. 제네시스 GV80 디젤 모델에서 발생한 진동 문제 등으로 현대차의 품질 관리가 도마에 오른 상황과 그 앞뒤에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강성노조’의 대표로 꼽히는 현대차 노조가 품질 확보에 대한 노력을 강조하고 나서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사실 GV80의 진동 문제는 노조의 책임으로 볼 수는 없는 부분인데요. 어떤 맥락에서 노조도 ‘품질’이라는 이슈에 공을 들이는지도 같이 얘기해 볼까 합니다.

전기차 시대, 늘어나는 전력 소비에 어떤 식으로 대응할 것이냐는 문제가 전기차의 친환경성 자체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점을 얘기해 본 6번째 휴일차담에 보내주신 호응과 의견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성큼 다가온 전기차 시대, 가장 큰 적은 탈원전?[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627/101712484/1

김도형 기자의 휴일車담 전체 기사 보기
https://www.donga.com/news/Series/70010900000002


● GV80 디젤 결함… 연구소 가져갔더니 사라진 증상?
“최근 GV80 디젤 모델 중 일부 차량에서 간헐적 진동 현상이 발견됐습니다. 이는 낮은 RPM으로 장기간 운행하실 경우, 엔진 내 카본의 누적 정도에 따라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현재 조치 방안을 마련해 유효성을 검증하고 있으며, 점검 일정이 확정되는 대로 고객님들께 안내를 해드릴 예정입니다. 안전에는 문제가 없으나, 고객님께 불편함을 드린 점 사과 드립니다.”
제네시스 GV80. 제네시스 제공

최근 현대차가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의 결함과 관련해 이미 차를 받은 고객들에게 보낸 안내문의 일부입니다. 출시 전부터 관심을 모았고 실제로도 큰 호응을 얻었던 GV80는 3.0L 디젤 엔진 모델에서 이 ‘진동 현상’ 때문에 출고를 멈추고 해결책을 찾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가 이 결함과 관련해 들은 얘기 중 하나는 결함의 원인을 확인하려 차를 남양연구소로 가져갔더니 진동 증상이 다시 나타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인데요. 증상이 나타나야 분석을 하는데 연구소에 가져갔더니 증상이 안 나타난다….

빨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웠겠습니다만, 지나고 나서 보니 당연한 상황이었을 수 있어 보입니다. 낮은 엔진회전수(RPM)에서 장기간 운행했을 때 발생하는 카본 누적에 따른 진동이었는데 남양연구소로 가는 길은 시내 주행이 아니니 일부 구간에서 고속 주행하면서 문제의 원인인 카본이 날아가 버렸던 것입니다.

GV80에 처음 적용된 6기통 3.0L 디젤 엔진은, 디젤에서는 고배기량이라고 봐야할 텐데요. GV80에 고배기량 디젤 엔진을 얹으면서 낮은 RPM만으로도 시내 주행에서는 ‘차고 넘친다’는 점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던 것이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제네시스 GV80. 제네시스 제공
자동차는 출시 전에 많은 테스트를 거칩니다. 그리고 극한상황을 감안하는 테스트들을 필수적으로 거치게 되는데요. 이번 GV80 진동 문제는 ‘과부하’보다는 ‘저부하’ 상황이 이어지는 실제 주행 상황을 제대로 예측, 테스트하지 않았던 결과인 셈입니다.

디젤 엔진은 카본 누적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종종 고속으로 주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일반 운전자도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현대차 역시 이런 점을 모르지 않았겠지만 저부하 주행이 장기간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건 결국 현대차로서는 ‘경험 부족’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 출시 늦추며 품질 체크한 싼타페… ‘감성품질’도 좋지만 다시 기본으로
GV80의 진동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책을 찾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논란이 컸던 만큼 이 해결책을 충분히 검증해서 한번의 대응으로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 검증을 거치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에서 발생한 이런 문제는 현대차의 신차 전략 전반에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최근 출시된 신형 싼타페는 지난달에 일찌감치 외관을 공개하고도 곧장 출시를 하지 않았는데요. 공식 출시 전에 다시 한번 품질 문제를 점검하는 과정을 거친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자동차 ‘더 뉴 싼타페’. 현대자동차 제공

최근 여러 차종에서 이런저런 품질 이슈가 제기되고 특히 GV80에서는 출고를 멈춰야 하는 사태까지 발생한 만큼 비슷한 문제를 최대한 막으려는 노력이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발생한 일들을 돌이킬 수는 없습니다. 특히,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고가 차량에서 발생한 문제 등으로 이미지 손상도 불가피합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직접적인 안전 문제는 아니고 아직 출고량이 많지 않았다는 점, 해외에서는 아직 판매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겠는데요. 물론 입이 여럿이라도 할 말이 없는 현대차에서는 이런 말도 금기시되는 분위기입니다.

사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그룹을 총괄한 이후 현대차에서 자주 들을 수 있었던 단어는 ‘감성품질’입니다. 차량 구석구석의 미세한 부분까지도 고객을 만족시키는 가치를 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지금은 일종의 ‘플러스 알파’라고 할 감성품질에 앞서서 다시 기본을 다져야 할 시점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 설계·양산·부품… 다양한 영역에서 품질 이슈
다양한 종류의 품질 이슈가 현대차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다양한 차종에서 크건 작건 간에 품질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신차를 출시한 이후에 경험하기도 하고 많은 차가 출고된 이후에 문제를 발견해 리콜을 결정하기도 하고…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런 품질 이슈를 몇 가지 종류로 구분하기도 하는데요.

GV80 진동 문제는 일종의 ‘설계 품질’ 문제로 볼 수 있겠습니다. 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엔진이 설계 단계에서 잘못된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설계에서 문제가 있었던 차들은 아무리 잘 조립을 해도 그 문제를 없앨 수가 없으니 나중에 리콜 등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겠습니다.

설계를 잘 한다고 해서 모든 차에 하자가 없을 리는 없습니다. ‘양산 품질’이라는 이슈도 중요한데요. 처음에 설계한 대로 차를 편차 없이 잘 만들어 내느냐하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완성차 조립 공장에서 얼마나 충실하게 차를 만드느냐와 연관될 수 있겠습니다.

자동차의 구성품을 모두 완성차 공장에서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품 품질’이라는 이슈도 있을 수 있습니다. 협력업체로부터 납품 받는 부품의 품질이 얼마나 훌륭하게 유지되느냐하는 부분입니다.

수만 개의 부품을 결합시키는 자동차 생산에서 발생한 문제를 꼭 어느 영역에 해당한다고 칼로 무 자르듯 규정지을 수는 없겠습니다만 생산과 관련해서는 대략 이런 정도로 구분을 해볼 수 있을 듯합니다.

● 현대차 노조 “긁힘, 요철, 갭 단차… 충분히 막을 수 있어”
이런 여러 측면의 품질 문제에서 요즘 눈에 띄는 점은 현대차 노조가 내는 목소리입니다. 현대차 노조는 불과 이틀 전인 지난 3일에도 내부 소식지를 통해서 ‘품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이날 노조는 GV80 문제는 회사의 기술적 품질 문제라고 지적하면서도 긁힘, 까짐, 먼지, 요철, 갭 단차발생, 도장불량 등 현장에서 조금만 유의하면 막을 수 있는 불량도 많다고 밝혔습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노동조합. 동아일보DB

이런 불량을 막는 일은 사실 울산공장을 비롯한 현장에서 일하는 조합원들의 몫인데요.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에게 스스로 ‘양산 품질’ 확보에 나서자고 독려하는 셈입니다.

물론, 노조에서는 조합원들에게 회사가 품질 문제를 악용해 현장을 압박한다면 단호하게 응징하겠다는 말을 함께 합니다. 조합원의 의무를 강조하면서 회사의 편을 들 노조는 어디에도 없으니 당연한 일이겠습니다.

하지만 이번만이 아니라 올해 들어 꾸준히 현대차 노조가 노조 스스로를 향해서 ‘품질 확보’를 외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달라지는 산업환경… “고객신뢰 얻어야 물량확보·고용안정”
조합비 받으며 조합원들의 권익을 지키는 것이 지상의 과제인 노조가 조합원들에게 “품질 생산에 힘쓰자”고 말하는 상황은 왜 일까요.

‘5만 조합원’의 현대차 노조는 간단치 않은 조직입니다. 현장의 힘이 크기 때문에 노조 집행부라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조직도 아닙니다. 자칫 잘못하면 “어용노조냐”는 비난을 받을 수 있을 듯도 한데 이런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노조의 이날 소식지 안에 함께 담겨 있습니다. 그대로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최근 고객들이 유튜브나 인터넷 카페 동호회 활동을 통해 자동차 구매 및 불량에 대한 정보교환과 카 용품점에서의 개인고객 출고 대행업무가 유행하면서 과거 같으면 통과되었던 아주 작은 단순 불량에도 출고 거부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결과적으로 품질에 대한 고객들의 눈높이는 높아졌고 완벽 품질을 요구하고 있다. 입장 바꿔서 고객이 8천만 원짜리 고가차를 사면서 완벽 품질을 요구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며 까다로워진 고객들의 눈높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즉, 품질의 근본적인 문제가 전적으로 사측에 있다 하더라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이 작업현장에서 불량 방지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통해 고객에 대한 신뢰를 높이자는 것이 노동조합 품질운동의 핵심이다. 품질에 대한 고객 신뢰는 현대차의 경쟁력으로 이러질 것이며 물량확보와 고용안정으로 연결된다.

또 높아진 현대차의 위상은 고부가가치 고급차량 집중 생산을 통해 이윤증대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곧 조합원의 임금, 복지 안정으로 연결될 것이다.”
저는 이런 겉으로 드러나는 주장이 이번 현대차 노조 집행부의 속마음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고 여기에 부응하지 않으면 현대차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는데 노조와 조합원이라고 해서 여기서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조업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실제로 요즘 많은 고객이 신차 출고 대행업체를 활용합니다. 대행업체들은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새 차의 흠집을 찾아냅니다. 그렇게 해서 인수 거부당한 차들이 늘어나면 현대차로서는 고스란히 비용 부담이 늘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가 이익을 내야 조합원들도 그 ‘파이’를 누릴 수 있다는 접근은 사실 당연한 상식입니다.

2020년의 현대차 노조에게는 “회사가 이익을 조금 더 낼 수 있느냐”하는 사안을 넘어서는 문제도 있습니다. 미래자동차로의 대전환 속에 고용을 어떻게 유지하느냐하는 문제입니다.

이미 도래한 전기자동차 시대, 현대차 울산공장에서는 올 여름에 전기차 전용라인이 깔립니다. 전기차 시대가 되면 부품이 줄고 업무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을 현대차 노조는 스스로의 학습으로 익히고 있습니다.

내연기관차 생산은 물론 전기차 생산에서도 최대한 안정적인 품질을 확보하고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꾸준한 생산 물량을 이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다는 것을 현대차 노조는 알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이번 노조 집행부는 그동안 현대차 전체의 기업 이미지에서 노조가 일종의 ‘결함’이었을 수 있다는 점까지도 염두에 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현대차 노조는 스스로를 ‘5만 조합원’의 노조라고 부릅니다. 노조 활동에도 ‘규모의 경제’가 있을 수 있을까요… 한국 자동차 노조를 대표하는 만큼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 환경과 노조에 대한 사회적인 분위기 변화에 가장 민감하고 눈치 빠르게 반응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 안전까지 연결되는 품질 문제, 다잡을 수 있을까
자동차 담당 기자로 일하다 보니 주변에서 자동차 구매 상담을 해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저라고 뭘 아는 건 아닙니다만, 그래도 성심성의껏 대답 해드리는데요….

내·외관 디자인 다 봤고 가격표 뜯어 봤고 옵션도 직접 골랐고. 옆에서 조언을 해주더라도 고객인 당사자가 선택하는 것이라 다른 것들은 별다른 부담이 없습니다.

하지만 늘 마음에 걸리는 건 역시 품질 문제입니다. 기성품을 고르는 건데도 품질에 하자가 있는 차가 ‘뽑힐’ 지도 모른다는 걱정입니다. 당연히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느 브랜드 할 것 없이 다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요즘 차들은 다양한 전자장비가 늘어나면서 더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 역시 결함의 가능성을 키웁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조업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아무튼, 이런 문제가 더 고민스러운 이유는 품질 문제는 자칫하면 안전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자율주행’에 대한 과신이 심각한 사고로 연결된 바 있는 테슬라, 설계상의 결함으로 화재를 유발한 BMW… 각 브랜드마다의 입장은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 치명적인 사고들로 이어진 사례입니다.

이런저런 결함 소식들이 잦으니 새로 출시되는 차를 사겠다는 지인이 있으면 아무래도 신차는 품질 문제 가능성이 있다는 점부터 얘기하고 보는 요즘입니다.

회사와 노조 모두가 품질에 대해 깊은 고민에 나선 현대차는 물론 모든 브랜드들이 앞으로는 좋은 품질의 ‘양품’만을 제대로 생산해서 출고하길 바래봅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