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달리자’ 요청 쇄도”…안철수 대표, ‘마라토너’ 된 이유는?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기자

입력 2020-07-04 14:03 수정 2021-01-2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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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19년 9월 열린 베를린마라톤에서 질주하고 있다. 안철수 대표 제공.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58)가 4일 서울 도림천 일대에서 열린 공원사랑마라톤대회에서 21.0975km 하프코스를 1시간 46분 42초에 완주했다. 안 대표는 지인인 마스터스마라토너 정희순 씨의 마라톤 풀코스 200회 완주를 축하하러 나와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57)와 하프코스를 달렸다.

요즘 안 대표는 ‘정치인’이라기보다는 ‘마스터스마라토너’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21대 총선 기간 전남 여수에서 서울 광화문광장까지 435km 국토 종주 레이스하며 선거운동을 한 뒤 전국의 마라톤 동호회가 그를 초청해 달리는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국토종단을 한 뒤 발톱에 피멍이 드는 등 부상을 입어 의사가 한 달 정도 달리지 말라고 했어요. 그래서 5월 중순부터 다시 달렸는데 전국의 동호회에서 ‘함께 달리자’는 요청이 쇄도했어요. 한 달 전부터 매주 토요일 지방으로 달리러 갑니다.”

벌써 경북 구미, 충북 제천, 강원도 홍천, 강원도 강릉을 찍었다. 2일에는 서울 여의도의 달리기 동호회와 함께 여의도를 한바퀴 돌았다. 대회 참가가 아니라 동호인들과 함께 훈련하는 것이다. 안 대표는 “약 10km를 함께 달린 뒤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지금 이 시간이 참 행복합니다”고 말했다.

피니시라인을 일찌감치 통과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가 결승선을 통과하는 부인 김미경 교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달리기 전까지 ‘숨쉬기 운동’ 외에 해본 적이 없다는 안 대표는 딸 설희 씨(31) 때문에 달리기에 입문했다.

“2015년 여름휴가 때였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달리기를 좋아했던 딸이 새벽에 달리러 나간다기에 따라 나섰죠. 100m도 못 가서 숨을 헐떡였습니다. 그날 딸의 운동에는 방해가 됐는데 제겐 달리기를 하게 된 계기가 됐죠.”

5km 정도를 취미삼아 달리던 안 대표는 2018년 9월 독일 뮌헨의 막스플랑크연구소 방문연구원으로 가면서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집 근처에 한바퀴에 5km인 베스트파크라는 곳이 있었어요. 아내와 함께 매일 달렸어요”라고 했다. 한 달 뒤 뮌헨마라톤에서 10km를 완주한 그는 지난해 4월 오스트리아 비엔나시티마라톤에서 하프코스를 처음 완주했다. 그리고 7월 독일 퓌센 마라톤에서 풀코스 데뷔전을 치렀다. 10km와 하프코스, 풀코스 데뷔전을 모두 부인 김 교수와 함께 했다. 안 대표는 김 교수가 학교로 돌아간 뒤 지난해 9월 베를린마라톤에서 3시간 46분 14초로 완주하며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다. 50대 후반에 마스터스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해 세운 기록으론 수준급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가 4일 서울 도림천 일대에서 열린 공원사랑마라톤대회에서 ‘마스터스마라토너’ 김영아 씨와 함께 달리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이날 안 대표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한 ‘마스터스마라토너’ 김영아 씨(46·하나은행)는 “대표님은 자세만 조금 바꿔도 더 쉽게 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 마라톤 자세가 잡히지 않아 다소 엉성한데도 페이스가 흐트러지지 않고 계속 달리는 것을 보면 의지력이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지난해 12월 하프코스 달린 뒤 7개월만의 대회 출전이라 “엄청 힘들었다”고 했다. 이날 기자도 하프코스를 달렸다. 안 대표보다 17분 이상 늦은 2시간 3분 57초에 들어왔다.

안 대표는 “주변에 달리기 지도를 해줄 사람이 없어서 스마트폰에서 어플을 받아 달렸어요. 풀코스를 완주하기 위해서 해야 한다는 것은 다 했습니다. 월 평균 200km를 달렸고 대회를 앞두고는 월 250~300km를 달렸습니다. 주 50km이상을 주 4~5회로 나눠 달렸으니 많이 달린 땐 하루 20km 정도는 달렸죠”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그해 11월 뉴욕시티마라톤도 3시간 59분 14초에 완주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김 교수는 마스터스마라톤 고수 정희순 씨의 페이스메이킹을 받으며 지난해 춘천마라톤과 올해 여수마라톤을 완주했다. 부부가 이날 정 씨의 풀코스 200회 완주를 축하하기 위해 나와 하프코스를 달린 이유가 이런 인연 때문이다. 두 부부는 나란히 풀코스를 3회 씩 완주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에서 두번째)와 부인 김미경 교수(오른쪽에서 두번째)가 하프코스를 완주한 뒤 포즈를 취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안 대표는 ‘달리기 전도사’가 됐다.

“달리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달릴 때 모든 잡념이 사라지고 본질만 남아요. 평상시 과거의 일을 후회하거나 가까운 미래를 걱정한다면 달릴 땐 오로지 그 순간에 집중하게 됩니다. 달릴 때 현재를 사는 것입니다.”

안 대표는 마라톤을 통해 많이 배운다고 했다. 지난해 출간한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이란 책에서 정치가로서 역경이 많았지만 달리면서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매번 출발선에 서는 일은 내면의 게으름과의 싸움이었고, 불안함과의 사투였고, 몸과 마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도전이었다. 달리기는 앞으로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하며 바닥에 웅크리고 있던 나를 일으켜 세우고, 다시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이끌어주었다.’

“마라톤은 인생하고 같아요. 1km 앞에서 경련이 일어나 도저히 못 뛰는 상황이 올 수도 있죠. 갑자기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질 수도 있고. 그래도 출발선에 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완주할 수 있을까? 실패하면 어떨까? 하지만 시도하지 않으면 뭣도 이루지 못합니다. 바꿀 수도 없습니다. 배울 수도 없어요. 도전하면 실패하더라도 배울 게 있어요. 그래서 용기를 가지고 매번 출발선에 서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힘들지만 도전하는 마음으로 정치도 인생도 살 겁니다. 이젠 평생 달릴 겁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와 양종구 기자가 하프코스를 완주한 뒤 포즈를 취했다. 한국마라톤TV 제공
달리며 건강해졌다. 5kg이 빠져 30년 전 체중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허리 치수가 3인치나 줄었다고. 안 대표는 요즘은 한달에 150km를 달린다. 주 3~4회 매번 10km를 달린다. “즐겁게 재밌게 달리는 게 좋다”고. 그는 “언제 어디서나 신발만 있으며 할 수 있는 운동, 아주 쉽게 할 수 있어 좋다”며 웃었다.

‘의사’ 안철수가 보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 대한 전망은 어떨까?

“결국 백신이 나와야 극복이 됩니다. 보통 백신 개발엔 5년이 걸립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총동원해 힘을 합쳐 개발하고 있어 1년 반 정도로 단축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전 세계 77억 명 분을 생산해 각국에 배분해 모든 사람들에게 투약하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그 때까지 관리를 잘 하면서 가야 합니다. 힘들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슬기로운 거리두기 생활이 필요합니다.”

이날 공원사랑마라톤대회를 처음 달려본 안 대표는 “한꺼번에 출발하지 않고 새벽부터 뛰고 싶은 시간에 개별적으로 참석해 달리는 대회 방식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맞는 대회”라고 말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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