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빅히트에 삼성 등 대기업 임원· IT 인재 몰려간다는데…왜?

뉴시스

입력 2020-07-04 06:44 수정 2020-07-04 06:45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인재 블랙홀’로 통하고 있다. 대중음악계는 물론 IT·게임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우수 인재들이 몰려들고 있다.

작년 초창기에만 해도 빅히트 직원은 250명가량이었다. 올해 5월 기준 약 700명을 넘겼다. 일부 대기업 인사들도 빅히트로 옮겼다는 설이 나오나, 구체적인 명단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빅히트가 밝힌 영입 인재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인사는 박지원 HQ CEO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박 CEO는 2003년 넥슨코리아에 입사해 이 회사를 업계 상위권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으로 끌어올렸다.

삼성 등 대기업 직원이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옮기는 경우가 이례적인 사례는 아니다. 방시혁 빅히트 의장과 함께 최근 미국 빌보드 ‘2020 인디 파워 플레이어스’에 선정된 정욱 JYP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대표적이다.

대기업에 다니던 정 대표는 2000년대 초반부터 JYP에 합류, 2008년 대표로 선임됐다. JYP가 한류대표 기획사로 발도움을 하는데 기여했다. JYP 창업자인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은 자신은 창의성최고책임자(CCO)라는 이름으로 사내외의 창의적인 일에 몰두하고, 정 대표에게 회사 경영과 전략을 모두 맡겼다.

모바일 콘텐츠 기업에서 콘텐츠사업부문장 등을 역임하다가 2010년 빅히트에 합류한 윤석준 빅히트 글로벌 부문 CEO(최고경영자) 사례도 있다.

지난 5월 빅히트에 본격적으로 새 둥지를 튼 박 HQ CEO는 넥슨 코리아 CEO를 역임한 전문 경영인이다. 그는 빅히트 국내 조직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기업 운영을 책임진다. 글로벌 기업 넥슨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경험을 바탕 삼아 빅히트의 기업 고도화와 조직 안정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현재 빅히트는 여자친구 소속사 쏘스뮤직·세븐틴과 뉴이스트가 소속된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CJ ENM과 합작법인 빌리프랩을 비롯한 음악 레이블과 함께 빅히트 쓰리식스티, 빅히트 아이피, beNX, ,수퍼브, 빅히트 아메리카, 빅히트 재팬 등의 관계사를 두고 있다.

최근 박 HQ 대표는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빅히트를 비롯 SM, JYP, YG 등 임원들과 만난 자리에 함께 하는 등 대외활동을 시작했다.

빅히트의 인재 영입의 큰 이유 중 하나는 올 하반기 목표로 하고 있는 상장이다. 지난 5월 말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 상장 예비신청서를 냈다.

상장사에 걸맞은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소비재 기업 프록터앤갬블(P&G)에서 10년 넘게 재무 부문을 담당한 전인천 씨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빅히트의 주력은 콘텐츠다. 창의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재 영입이 가장 눈길을 끄는 이유다.

SM에서 그룹 ‘소녀시대’, ‘f(x)’의 콘셉트를 담당한 민희진 전 SM 이사가 작년 7월 빅히트 브랜드 총괄(CBO)로 임명됐다는 소식은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민 CBO는 빅히트 표 걸그룹 구상에 한 창이다. 방 의장은 음악 프로듀싱을 비롯한 제작 총괄, 민 CBO는 콘셉트와 영상, 이미지를 아우르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팅과 브랜딩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또 네이버 자회사인 라인프렌즈와 손 잡고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캐릭터화한 ‘BT21’을 성공시킨 빅히트는 지난해 초 라인프렌즈 경쟁사인 카카오프렌즈의 라이언을 탄생시킨 천혜림 전 카카오 브랜드아트셀 셀장을 영입했다.

빅히트는 뛰어난 인재라면 출신은 크게 상관하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카카오톡에 라인프렌즈의 BT21 이모티콘이 출시된 사례는 방탄소년단 팬덤 ‘아미’ 사이에서 큰 이슈였다.

카카오톡이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경쟁사 라인의 캐릭터를 이모티콘 숍에 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방탄소년단으로 인해 카카오가 라인이 하나가 됐다”는 말들이 쏟아졌다.

이와 함께 김태호 카풀 애플리케이션 풀러스 전 대표는 지난해부터 빌리프랩 대표로 합류, 새로운 아이돌 그룹 론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빅히트가 벌이고 있는 사업 중 가장 크게 관심을 기울이는 건 음악 IP(Intellectual Property·지적 재산)의 확장이다.

지난해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테마로 한 의류와 팬시 상품 등 다양한 공식 상품을 선보였고, 음악의 이미지를 공간에 적용하여 표현한 복합 체험 공간 ‘BTS 팝업 : 하우스 오브 BTS’로 큰 관심을 받았다.

최근에는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일러스트로 표현한 ‘그래픽 리릭스(GRAPHIC LYRICS)’ 시리즈를 개척, 출간 일주일 만에 베스트셀러에 올리며 서점가를 들썩거리고 있다.

가요계 관계자는 “현재 지적재산권은 IT, 캐릭터 등 다양한 분야와 함께 할 수밖에 없다. 빅히트의 다양한 분야 인재 영입은 결국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기반을 닦는 것”이라고 봤다.

빅히트는 올해 연말께 대치동 시대를 마감하고 용산으로 사옥을 연다. 신축 ‘용산 트레이드센터’로 이전한다. 지하 7층, 지상 19층으로 빅히트는 건물 전체를 빌린다. 이곳에 대부분의 관계사들이 함께 입점한다. 빅히트는 탄탄한 물리·공간적 기반을 통해 본격적인 톱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근거지라고 소개하고 있다.

창의성을 내세우는 빅히트답게 사옥은 단순한 사무공간은 공간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등 새로운 복합문화기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다양한 분야의 인재 영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