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동 KBS 사장 “수신료 올리고, 직원 1000명 줄이겠다”

박태근 기자

입력 2020-07-01 14:50 수정 2020-07-0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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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000억원 만성적자인 공영방송 KBS가 ‘직원 1000여명 감원’, ‘수신료 인상 추진’ 등을 담은 경영혁신안을 발표했다.

양승동 KBS 사장은 1일 오전 여의도 본사에서 경영혁신안을 발표하고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해가 갈수록 사업 적자가 커지는 추세는 막을 수 없다”며 “지상파가 독점하던 시대에 설계됐던 낡은 제도, 평균주의, 온정주의를 혁파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한 경영혁신안에는 ▲인건비 비중 축소 ▲사내의 불합리한 제도 개선 ▲자회사 성장전략 마련 ▲수신료현실화 추진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 해소 등 5가지 핵심 과제가 담겼다.

직원 1000명 이상 감축
양 사장은 우선 2023년까지 인건비 비중을 현재 35%에서 30%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4년 동안 직원 1000명 규모의 감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인원은 약 4700명이다.

KBS는 감원 대상 1000여명 중 900여명은 자연 감소(정년퇴직 등)인원이라고 했다. 그러나 신규 채용을 유지하면서도 1000여명 감원을 하려면 별도의 추가 감축이 불가피한 실정. KBS는 추가 감축을 위해 특별명예퇴직을 시행할 예정이다.

신입사원은 지속적으로 채용한다. KBS는 올해 하반기까지 전체 직무를 디지털 시대에 맞게 재설계한 뒤 인력을 다시 배치하고 신규 채용 규모를 산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내부 반발은 작지 않은 분위기다. 이날 오전부터 KBS노동조합은 KBS 신관 계단에서 사측의 인위적 감원 계획에 맞서 피케팅 시위를 했다. 또 ‘KBS지역국폐쇄반대전국행동’ 300여 명도 같은장소에서 “본사만 살리는 반 분권적 발상 중단하라”며 집회를 벌였다.

다만 과반 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오늘 혁신안은 KBS가 맞닥뜨릴 도전의 성패를 가늠하는 첫 시금석으로서 의미가 크다”고 회사와 입장을 같이했다

성과에 기반한 임금체계
양 사장은 또 “연공서열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임금체계를 손보겠다”고 했다. 성과에 기반한 급여·보상체계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KBS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평가시스템을 구축한 뒤 이를 바탕으로 성과급제를 대폭 확대하고 성과보상 인센티브 제도를 개선하는 동시에, 삼진아웃 등 저성과자 퇴출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과급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원가관리 전담팀’을 신설해 소요인력과 제작기간, 동원된 시설 등에 대해 합리적인 산정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이 같은 임금체계 전환과 퇴출제도 강화는 노사합의 사항이라 KBS는 노동조합과 충실히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수신료 비중 70%이상으로
양 사장은 최근 화두가 된 수신료 인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양 사장은 KBS가 명실상부한 국가기간방송이자 공영방송이 되려면 수신료 비중이 전체 재원의 70% 이상이 돼야 한다며 ‘수신료 현실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수신료 비중은 45%다.

그는 “앞으로 몇 년 내 사업 손익에서 수지균형을 맞추겠다는 각오로 내부 경영 혁신을 이룩할 때, 비로소 (수신료현실화의) 문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KBS는 올해 하반기 중 수신료현실화 추진단을 출범해 사회적 합의를 위한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아울러 본사와 계열사의 관계를 재정립해 계열사 간 유사·중복 업무를 통합하고, 필요할 경우 합병 등 구조개편도 하겠다는 방침이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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