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3’ 이재용 불기소 권고에 자본시장법-회계전문가 다수 포함

신동진 기자 , 김현수 기자 , 박민우 기자

입력 2020-06-29 03:00 수정 2020-06-29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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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수사심의위 13인 표결 결과, 수사 중단 10-계속 2-기권 1명
자본시장법 교재 집필 교수-변호사, 검찰 법해석-증거관계 문제삼아
일부 與의원 “권고 무시해야” 압박… 재계 “기업인에 대한 역차별”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를 결정한 대검찰청의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는 자본시장법 교과서를 집필한 법학 교수와 회계 전문가, 변호사 등이 다수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외부 전문가들의 압도적인 다수가 이 부회장 측 주장에 찬성하면서 검찰의 반격카드가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 자본시장법과 회계 전문가가 심의 참여
2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사심의위원 13명은 양측의 프레젠테이션(PT)을 듣고 찬반토론 등을 벌인 뒤 무기명 투표를 했다. 표결은 수사 계속 여부와 기소 여부 등 두 가지 안건에 대해 각각 진행됐다. 이 부회장은 수사 계속 여부와 기소 여부를 모두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고, 김종중 전 삼성전자 사장과 삼성물산은 기소 여부만 판단을 구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 계속 여부는 ‘중단 10명, 계속 2명, 기권 1명’이 나왔다.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기소 여부는 ‘불기소 10명, 기소 3명’이었다. 운영지침상 심의위원(13명) 과반의 동의로 의결되는데, 절반을 훌쩍 넘긴 것이다.

가장 큰 쟁점은 이 부회장 등이 자본시장법 위반에 관여했다는 검찰의 수사가 적정한 것인지에 관한 것이었다. 수사 자료가 방대하고 사안이 복잡해 양측 의견서는 각 50쪽으로 준비됐고, 발표 시간은 각 70분씩 진행됐다. 운영지침상 의견서 분량(30쪽)과 발표 시간(30분)을 넘긴 것이다.

사전에 무작위로 추첨된 심의위원 중에는 자본시장법 교과서를 집필한 교수 등 학계 인사 4명, 변호사 4명, 회계사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수사팀에 자본시장법 해석과 증거관계를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 부회장 등에게 적용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조항(178조)은 ‘부정한 수단, 기교’ 등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표현으로 법원에서도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한국 자본시장법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자본시장법의 판례와 조항을 한국과 비교해서 질문한 심의위원도 있었다고 한다. 한 회계 전문가는 이 부회장에게 분식회계 혐의를 적용할 만한 증거를 제시해 달라고 검찰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 재계 “기업에 대한 역차별, 불기소해야”
여권에선 수사심의위 결론과 정반대로 기소를 요구하는 주장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27일 “검찰은 이 부회장과 재판에서 일합을 겨루어야 한다”고 했고, 박용진 의원은 “법적 상식에 반하는 결정이자 국민 감정상 용납되기 어려운 판단”이라고 했다.

반면 재계에선 “기업인에 대한 역차별”이란 반응이 나왔다. 한 재계 관계자는 “수사심의위가 ‘삼성 같은 거대 기업을 구제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기업인은 억울함을 호소할 기회도 이용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도 “수사심의위가 노동조합의 손을 들어줬을 때에는 어느 누구도 문제 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18년 4월 수사심의위는 기아자동차 노조 파업에 따른 업무방해 혐의 사건을 심의하며 노조 간부들에 대해 불기소를 권고한 바 있다.

○ 서울중앙지검과 대검 지휘부 협의 뒤 결정
대검 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로 2018년 1월 도입된 수사심의위는 기소 등의 판단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돼 왔다. 앞서 8차례 수사심의위 결정을 검찰은 모두 따랐다.

수사팀은 수사심의위가 진행 중이던 26일 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를 불러 지문을 입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지문 입력은 기소를 전제한 사전 절차로 인식된다. 이번 주 수사팀 파견 인력 일부가 원대 복귀하는데, 그 전에 기소 여부를 결정하려는 수사팀 계획은 다소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안팎에선 다음 달 정기 인사 이전에 기소 여부를 결정하되, 수사팀 외에 서울중앙지검과 대검 지휘부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신중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동진 shine@donga.com·김현수·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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