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바이오 산업, 새로운 시대 준비하자

동아일보

입력 2020-06-29 03:00 수정 2020-06-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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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실장
15세기 초 등장한 ‘사실주의’ 미술의 목표는 자연을 생생하게 재현하는 것이었으나 1839년 사진기의 발명으로 ‘사실주의’ 미술에 큰 위기가 닥쳐왔다. 일부 ‘사실주의’ 화가들은 이제 ‘미술은 끝났다’고 좌절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모네는 ‘빛’을 활용하는 사진기 원리를 그림에 적용하여 ‘인상주의’라는 미술사 대표 화풍을 창시하였다. 사진기라는 위기를 극복한 모네의 지혜처럼, 우리나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

팬데믹으로 인한 소비 급감, 이동 제한, 투자 심리 위축 등으로 전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우리 바이오 산업에는 코로나19가 오히려 성장의 기회가 되고 있다. 진단, 추적, 치료로 이어지는 우리나라의 효과적이고 신속한 감염병 대응은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또 빠르고 정확한 우리 기업의 진단 키트는 세계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아 브라질, 인도, 이탈리아, 미국 등 전 세계 12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이러한 기회는 우리가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해 나가느냐에 달려있다. 사진기 발명이라는 미술계의 위기가 수많은 화가들 중 모네에게 기회로 작용한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가장 결정적 이유는 꾸준한 노력과 인내 때문이었을 것이다. 모네는 여러 스승으로부터 빛을 다루는 방법을 배웠으며 같은 장소에서 수없이 많은 그림을 그리며 자신만의 기법을 발전시켰다.

우리 바이오산업이 지금의 새로운 주력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모네와 마찬가지로 꾸준한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수입의존도가 높은 원부자재, 부족한 생산인력과 국내외 협력 경험 등 우리 바이오기업의 성장을 위한 장기 레이스를 방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산업부는 작년 5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전략’의 충실한 이행에 더하여 바이오산업 체질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우선 바이오 생산 핵심 원부자재와 장비의 국산화를 지원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기술개발과 현장 적용이 용이한 배지, 필터 등 소모성 부품부터 시작하고 장기적으로는 수입 제품과 기술 격차가 큰 대형 장비까지 국산화 연구개발(R&D)을 지원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세계적인 바이오 생산능력을 레버리지로 개발된 원부자재가 생산 현장에서 실제 사용되도록 함으로써 바이오 전후방산업을 견인하고 글로벌 밸류 체인 재편에 대응하려고 한다. 또 국제규격의 생산시설을 갖춘 ‘바이오공정인력 양성센터’를 구축하여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바이오 공정분야 전문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아울러 화순, 안동 두 지역에 구축 중인 백신실증지원센터를 통해 국내 중소·벤처 기업이 대규모 설비 투자 없이도 우수한 백신 후보물질을 제품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센터를 구심점으로 기술력 있는 글로벌 선도기업과의 협력도 추진하여 국내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입도 적극 지원할 것이다.

언젠가 우리 기업이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정부에서도 장기적 시계를 가지고 업계의 투자와 성장을 도울 것이다. 우리 바이오산업이 모네의 ‘건초더미’ ‘수련’과 같은 명작을 남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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