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품은 레스토랑 ‘콴쒸이’ ①] “레스토랑이야, 갤러리야”…요리와 미술이 만나다

양형모 기자

입력 2020-06-25 05:45 수정 2020-06-25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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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경 콴쒸이 대표가 식당에 역량있는 작가들의 그림을 전시하기 시작한 것은 4년 전부터. 작가 섭외, 그림 배치부터 음식메뉴까지 조 대표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 갤러리를 품은 차이니즈 레스토랑 콴쒸이

요리와 그림을 한번에 즐길 수 있어
메뉴 아이디어는 조미경 대표 몫
오렌지통등심탕수육 등 신메뉴 인기


“엇, 나도 그 집 가봤는데.”

누구나 한두 곳쯤은 알고 있을 나만의 맛집. 그런데 나만의 맛집에도 종류가 있다. 기회만 나면 주변 사람들에게 떠들고 싶어지는 맛집과 사람들이 알세라 나만 몰래 다니는 맛집. 이른바 맛집고수들이 쉬쉬하는 집.

서울 광화문의 차이니즈 레스토랑 콴쒸이는 아마 후자로 시작했겠지만 지금은 확실히 그 기능을 잃어버린 집이다. 나만 알고 몰래 다니는 사람들이 가파르게 늘다보니 지금은 누구나 알고 있는 모두의 맛집이 되어 버렸다. 지역을 넘고 서울을 벗어나 전국구 중식 맛집으로 부상 중이다.

콴쒸이가 유명해진 데에는 공간의 특수성도 한몫했다. 사전정보 없이 이 집을 처음 방문한 사람은 “갤러리야? 음식점이야?”하고 놀랄지 모른다. 탁 트인 홀과 각 방의 벽마다 아름다운 그림들이 걸려 있다. 그냥 그림을 가져다 걸어놓은 것이 아니라, 한눈에도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요즘 콴쒸이를 가보면 멋진(그리고 어디에선가 본 것 같은) 말의 그림들을 볼 수 있다. 국내 최고의 말 화가인 장동문 화백의 작품들이 전시 중이다.

식당 콴쒸이 내부.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 “요리와 그림이 한 공간에”

요리와 그림이 함께 하는 복합공간인 콴쒸이는 조미경(52) 씨엠케이 콴쒸이 대표가 2005년 용산에서 문을 열면서 시작됐다. 용산 지역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던 중 용산점에 이어 2010년 광화문점까지 직영하며 홀과 11개의 방을 갖춘 공간으로 확장했다. 아마도 이 일대에서 80∼90여 명의 단체손님을 받을 수 있는 규모의 중식당은 이곳이 유일할 것이다. 단골손님들 중에는 용산 시절부터 꾸준히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콴쒸이의 문화적인 분위기는 주변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광화문은 서울의 대표적인 비즈니스 타운이지만 문화의 향기가 사방에서 물씬거리는 동네이기도 하다. 클래식부터 뮤지컬까지 모든 장르의 예술이 공연되는 세종문화회관이 있고 경복궁, 덕수궁이 고풍스러운 전통의 미를 선사한다. 지금은 서울 연세대 캠퍼스로 옮겨갔지만 클래식 아티스트들의 성지로 꼽혔던 금호아트홀도 이곳에 있었다.

콴쒸이가 위치한 흥국생명 빌딩은 복합문화공간으로도 유명한 광화문 일대의 명소. 랜드마크가 된 빌딩 앞 거대한 해머링맨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건물 곳곳에 예술작품들이 배치되어 있는가 하면 3층에 세화미술관, 지하 2층에는 예술성 높은 영화들을 상영하는 씨네큐브가 있다.

콴쒸이의 곳곳에는 조미경 대표의 예술적 손길이 묻어있다. 입구에서 손님을 맞는 해태 석상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도깨비 시리즈로 잘 알려진 김성복 작가의 작품이다. 식당의 이름 콴쒸이는 중국인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단어 ‘꽌시(관계·關係)’에서 따왔다. 조 대표는 “꽌시라는 발음이 너무 딱딱하다는 느낌이 들어 살짝 바꿔봤다”고 했다. 간판의 글자체도 직접 만들어 상표등록까지 해두었다.

오렌지통등심탕수육, 홍쇼전복, 차돌박이짬뽕, 소고기안심해물요리(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 조미경 대표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메뉴들

조리는 셰프가 담당하지만 모든 메뉴에는 조 사장의 아이디어가 녹아있다. 콴쒸이의 간판메뉴 중 하나인 오렌지탕수육도 예외가 아니다.

“오렌지 껍질을 길게 썰어서 장식을 하는 곳들이 있더라고요. 이걸 어떻게 써볼까 생각을 해봤죠. 전 과일을 먹어도 껍질까지 먹는 편이라.”

주방에 요구했더니 처음엔 껍질을 벗긴 오렌지를 작게 네모로 자른 탕수육이 나왔다. 통조림 깡통 재료처럼 보였다. 다시. 썰어서 해보라고 했더니 두툼하게 나왔다. 향이 덜 났다. 다시. 더 슬라이스로. 손님들이 오렌지도 먹을 수 있게끔.

주방에서는 “그렇게 하면 오렌지가 많이 들어간다”고 난색을 표했다. 조 대표의 답은 “그럼 많이 넣으면 되지”였다. 콴쒸이의 최고 인기메뉴 오렌지탕수육은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제 입에 맛있으면 손님들도 맛있을 거고, 제 눈에 보기 좋으면 손님도 보기 좋을 거라 생각했죠. 이 생각 하나로 메뉴를 만들어요. 그게 맞지 않을까요.”

모듬중새우도 조 대표의 아이디어 메뉴. 깐풍, 칠리, 크림으로 조리한 새우메뉴는 다른 중식당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모듬중새우는 이 세 가지 맛을 다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조 대표는 “고민하지마시고 고루 맛을 보시라는 메뉴”라고 했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깐풍새우야채덮밥도 조 대표의 아이디어다.

콴쒸이는 최근 젊은 셰프를 새로 영입했다. 덕분에 메뉴도 맛도 젊어졌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오렌지탕수육을 업그레이드한 오렌지통등심탕수육은 국내산 등심을 손가락 두개 두께로 아낌없이 잘라 만들었다. 소고기납작탕수육은 돼지고기로 만드는 꿔바로우를 응용한 요리다. 질 좋은 소고기를 찹쌀로 튀겨 내는데 쫀득 바삭한 겉피 안에 소고기의 풍미와 고소한 맛을 단단하게 가뒀다.

해물이 아닌 고기로 육수를 낸 차돌박이짬뽕도 신메뉴에 추가됐다. 육수의 맛이 박력있고 진하다. 숙주의 아삭아삭한 식감도 좋다. 조 대표는 앞으로도 조리에 대한 꾸준한 연구를 통해 독창적인 소스 개발과 조리법에 관한 특허를 출원할 계획이다. 맛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을 위해 연구소 설립과 운영도 추진하고 있다.

콴쒸이의 메뉴와 그림은 3개월에 한 번씩 새 얼굴로 교체된다. “24만km를 뛴 차도 못 바꾸는 성격인데 메뉴와 전시작은 무조건 바꿔야 한다”며 조 대표가 웃었다. 조 대표는 “언젠가 홍콩, 중국, 대만 등의 요리를 제공하는 아시안 푸드 토털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큰 그림도 갖고 있다.

새로운 요리를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한 곳. 미술과 요리가 함께 하는 공간. 그래서 눈으로도 입으로도 먹고 볼 수 있는 콴쒸이.

“엇, 며칠 전 먹었던 맛이랑 또 다르네?” 그럴 수 있다. 아마 그림이 달라졌을 것이다. “엇, 같은 그림인데 오늘은 왜 다른 느낌이지?” 그럴 수도 있다. 이번엔 메뉴가 달라졌을 테니까. 콴쒸이는 그런 곳이다. 그제와 어제가 다르고 어제와 오늘이 다른 집. 그러려니 하면, 더 맛있게 행복해진다.

내일은 또 어떤 맛이 날까.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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