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 시뮬레이터에 가상현실 접목… 방산 분야 4차 산업혁명 주도

조선희 기자

입력 2020-06-25 03:00 수정 2020-06-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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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산업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과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 기술은 항공기 설계부터 제작, 테스트, 교육 훈련, 유지보수 등 다양한 분야에 도입돼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면서 효율을 높이고 있다. 전투기 훈련 체계 시뮬레이터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이 접목된 대표 장비다. 시뮬레이터는 HUD(Head Up Display·전방 상향 시현기), HMD(Helmet Mounted Display·헬멧 시현 장치) 등 항공기술이 적용돼 실제 항공기와 같은 훈련 조건을 제공한다. 조종사에게 중요한 항법 및 전술 정보를 HUD나 HMD에 투영해 조종사가 비행 임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기종마다 조종 시뮬레이터와 정비 훈련 장비 등 훈련체계도 개발해 패키지로 수출해왔다. 특히 T-50 시뮬레이터는 실제 비행과 가장 가까운 가상현실을 구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T-50의 경우에는 조종석 앞 화면에 실제 지형과 기상 조건이 나타나는데 위성을 통해 받은 항공 영상의 지형 고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반도의 지형을 정확하게 재현했다.

건군 이래 최대 국방 연구개발(R&D) 사업으로 꼽히는 KF-X(한국형 전투기) 개발에도 가상현실·증강현실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엔지니어링 시뮬레이터로 항공기에 탑재된 제어 법칙 기능을 점검하고 항공기에 탑재할 주요 장비나 부품을 시제기에 적용하기 전 미리 작동시켜 오류 가능성을 진단할 수 있다. 이는 KF-X 완제기가 나온 이후에도 완제기에 추가되는 기능에 대한 시연과 점검을 위해 지속적으로 운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항공기술은 고효율의 비행성능을 만들기 위해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데 항공기 제작 공정에 3D 프린터가 투입되면서 기술 혁신이 제작 혁신으로 확대되고 있다. 3D 프린터로 만든 부품은 전통 방식으로 제작한 부품보다 무게가 가볍고 소량 다품종을 빠르게 제작한다. 용접 등 조립에 필요한 과정을 단축하고 제작 시간이 감소한 것은 물론이고 원가도 절감된다. 기존 절삭 가공으로 인해 생성되는 폐기물도 줄어 쓰레기 처리 비용과 환경오염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KAI는 2016년부터 3D 프린터를 도입해 비구조물 부품을 제작하고 있다. 인증을 받을 필요가 없는, 가소성 수지를 재료로 사용하는 플라스틱 전용 3D 프린터다. 이를 이용해 KF-X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부품을 개발하고 있다. 인증이 필요한 구조물에 당장 적용하기는 어려워 비구조물에 적용 중이다.

이 밖에 소형화 기술과 인체공학의 결합인 웨어러블 컴퓨터(Wearable Computer) 기술이 항공기술 분야에도 적용되고 있다. 헬멧에 고정하는 방식의 HMD가 대표적이다. 전투기와 헬기에서는 필수 장비가 된 HMD는 많은 항공 선진국들이 국산화했다. 우리나라는 외산 장비에 의존해 오는 실정인데 KAI에서 LAH(소형무장헬기)에 들어갈 국산 HMD를 개발하고 있다. 개발 과정에서 일선 조종사들의 피드백을 곁들여 개선하고 보완하는 작업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KAI는 조종사가 탑승해 실제와 같은 시야를 볼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도 개발하고 있다. KF-X 조종실 PVI(Pilot Vehicle Interface·실제 크기의 조종사 모형)에 가상현실 기술을 접목한 것으로 비행 상황 시 시야 학보에 대한 모든 상황을 점검할 수 있다. 공중급유 상황에서 수유기의 위치 식별, 편대비행 위치, 항공기 꼬리 날개 쪽의 후방 시야 범위 등 확인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조종실에 앉아 고개를 뒤로 돌리면 뒷날개가 보이고 옆 시야를 통해서는 편대비행 모습을 볼 수 있다. 움직임에 따라 모든 시야가 실감 나게 확보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조선희 기자 hee31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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