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Special Report]‘자율주행’ 로보택시-로보셔틀, 도심 도로 누빈다

방범석 베릴스코리아 대표 , 정리=이방실 기자

입력 2020-06-24 03:00 수정 2020-06-24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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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서비스, 10년 후 모습은?

모빌리티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모빌리티라는 단어를 들으면 한국의 쏘카와 같은 차량공유(car sharing) 서비스를 떠올렸다. 하지만 이후 모빌리티의 개념이 확장되면서 관련 서비스도 △택시와 유사한 차량 호출(ride hailing) 서비스 △주차공간을 찾아 주거나 주차공간을 공유하는 파킹 서비스 △최종 목적지까지 다양한 교통수단을 연계해 주는 멀티모달(multi-modal) 서비스 등으로 영역이 확대돼 왔다. 이후 2010년대 들어 자율주행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기 시작했고, 전기차의 높은 성장이 예상되면서 100여 년 역사의 자동차 산업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더 큰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 10년 후 모빌리티 서비스는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 것인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6월 1일자(298호)에서 소개했다.

○ 10년 후 모빌리티 서비스의 모습은?
몇 년 전만 해도 2020년쯤에는 자율주행 택시가 본격적으로 출현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기술 및 제도적인 측면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산적해 있어 시범 운행을 넘어선 본격적인 서비스 론칭에는 2020년 이후로도 최소 7∼8년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궁극적으로 자율주행이 모빌리티에 적용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자율주행을 활용한 대표적인 미래 모빌리티 사업 모델로는 자율주행 차량 렌트(Car2come) 사업이 꼽힌다. 자율주행 차량을 시간 단위로 대여하는 모델로 기존 차량 공유 서비스와 유사하다. 다른 점이라면, 사람이 특정 지점으로 가서 차를 픽업하는 게 아니라 자율주행 차량이 직접 사용자에게 온다는 점이다. 고객이 렌터카를 사용하듯 서비스를 이용하고 나면, 자율주행 차량이 알아서 차고지로 이동하기 때문에 반납도 간편하다.

로보택시(Robotaxi) 역시 미래에 대중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모빌리티 서비스다. 자율주행 차량이 소비자를 호출 장소에서 픽업해 목적지로 운송하는 모델이다. 자율주행이 운전자를 대체한다는 점만 빼고는 기존 택시 및 차량 호출의 모델과 동일하다. 이 밖에 기존 시내버스 서비스에서 진일보한 로보셔틀(Roboshuttle) 모델도 생각해 볼 수 있다. 7, 8명 이상을 태울 수 있는 버스가 정해진 정거장을 이동하며 승객을 태우고 다닌다는 측면에서는 기존 대중교통 서비스와 유사하지만 운행하는 순간 승객들의 수요를 파악해 이동 경로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 택시 요금, 6분의 1 수준으로 하락
현재 대부분의 도시에서 거리당 이동 요금이 가장 비싼 수단은 운전자가 같이 제공되는 택시나 차량 호출 서비스다. 하지만 자율주행이 상용화될 경우 운전자가 필요 없어지게 되므로 요금도 급격하게 떨어지게 된다. 자동차 산업 관련 전략 컨설팅 기업인 베릴스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유럽에서 택시로 1km 이동할 때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평균 1.73유로(약 2350원)지만 자율주행으로 로보택시가 상용화되면 해당 요금이 0.28유로(약 38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6분의 1 수준으로 택시 요금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물론 로보택시 기술이 구현된다 해도 실제 이렇게 낮은 가격에 택시를 마음껏 이용하는 세상이 오리라 예측하기는 어렵다. 도시의 도로 인프라가 자율주행 차량이 무한정으로 늘어나는 것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향후 자율주행 차량의 운행(로보택시뿐 아니라 일반인이 소유한 자율주행 차량이 사람을 태우지 않은 상태로 운행하는 것까지 포함)과 관련해 새로운 규제 및 세제의 신설이 필요한 이유다.

한편, 현재는 가장 저렴한 차량 공유 서비스는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면 다른 교통수단 대비 가격이 가장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주행 도입으로 원가구조가 크게 개선되는 다른 교통 서비스와 달리 차량공유 서비스는 현재 수준에 머무르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원가 구조가 열악해지게 되기 때문이다. 베릴스의 분석에 따르면 렌터카로 1km를 이동하는 데 소요되는 평균 비용은 약 0.48유로(약 652원)인데, 이 비용은 자율주행이 상용화(자율주행 차량 렌트)되더라도 약 0.49유로(약 665원)로 지금과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 로보셔틀 서비스가 교통 정체 완화
자율주행이 도입될 경우 km당 이동 비용이 가장 저렴한 수단은 로보셔틀이 될 것이다. 로보셔틀은 특히 교통 정체 완화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한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다.

기존의 시내버스들은 승객이 있건 없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노선을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공급자 중심의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미래의 대중교통 시스템에선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경로로 이동하는 소비자 중심의 운영 방식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 같은 시간대에, 같은 방향으로 가는 이용자들을 모아서 태울 수 있다면 요금은 택시보다 저렴해지고 승객들은 버스를 타고 갈 때보다 더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하게 된다. 만약 자가용 이용자들을 승차 공유 서비스가 흡수할 수 있다면 승용차 수 감소로 시내 도로 상황은 원활해지고 공기의 질 향상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현재 폴크스바겐그룹은 독일 함부르크에서 승차공유(ride pooling) 서비스인 모이아(MOIA)를 운영 중에 있으며 현대자동차 또한 최근 은평뉴타운(서울 은평구 진관동)에서 셔클(Shucle)이라는 승차 공유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 바 있다. 탑승자의 이동 니즈를 파악해 이동 최적 경로를 설정, 셔틀을 운영하는 식이다. 지금은 운전기사가 직접 운전하고 있지만 향후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과 연계한다면 로보셔틀 서비스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방범석 베릴스코리아 대표 michael.bang@berylls.com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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