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째 이문 못남겨… 급한 불이라도 끄려 150만원 지원금 신청”

김태성 기자 , 김태언 기자 , 고도예 기자

입력 2020-06-23 03:00 수정 2020-06-23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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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고용안정지원금’ 창구신청 첫날
대리운전 기사-학습지 교사 등 소득 급감 특수고용직들 긴줄
운영난 영세 자영업자들도 몰려
“나는 왜 지원금 대상 아니냐” 신청 기준-절차 놓고 곳곳서 혼란도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오프라인 신청 첫날인 22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시민들이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소득이 급감한 영세자영업자, 특수고용직 종사자 등 고용보험 사각지대 노동자들에게 1인당 150만 원씩 지원금을 제공했으나 현장 신청은 이날이 처음이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일단은 지원금 받으러 왔어요. 그런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22일 서울 노원구 서울북부고용센터.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신청 창구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오모 씨(59)는 대뜸 한숨부터 내쉬었다. 수입식품 도매점을 운영하는 오 씨는 3개월째 마진을 거의 남기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월 매출은 지난해의 20% 수준으로 떨어졌다. 오 씨는 “한 달 매출에서 건물 임차료와 세금 등을 내고 나면 남는 돈이 거의 없다”며 “일단 급한 불이라도 끄려고 지원금을 신청하러 왔다”고 했다. A 씨 뒤로는 30여 명이 대기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이날 서울의 고용복지플러스센터 3곳은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을 신청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정부는 22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득이 줄어든 특수고용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 프리랜서와 무급휴직자 등에게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지원금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서울북부고용센터에는 이날 하루만 500여 명이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을 문의하러 방문했다. 한 센터 직원은 “평소보다 5배 많은 시민들이 방문한 것 같다”며 “상담원들이 계속 문의전화에 응대하느라 (통화가 어려워) 시민들이 직접 찾아온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정부는 신청자들이 센터에 몰리는 걸 방지하려고 출생연도에 따라 ‘5부제’로 지원금을 신청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모르고 센터에 찾아왔다가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서울 중구에 있는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만난 대리운전기사 최모 씨(49)는 “요새는 밤 12시 이후엔 일감이 거의 없다”며 “택배 주문량은 늘어나고 있으니 나도 생활비를 벌기 위해 택배 업체로 이직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공예품 가게를 하는 이모 씨(34)는 “주로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했는데, 코로나19로 관광객이 확 줄어 매출이 거의 없다”며 “계속 빚만 불어나고 있어 가게를 그만둘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서울 동대문 지하상가에서 의류를 파는 임모 씨(39·여)도 “손님들이 온라인으로 의류를 사는 경우가 많아 매출이 급격히 줄었다”며 “일단 지원금 150만 원을 받아 밀린 월세부터 해결하려고 한다”고 했다.

신청자들이 “신청 대상자인 ‘특수고용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안내를 받은 뒤 소란을 피우는 일도 벌어졌다. 서울의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선 이날 오후 3시경 상담 창구에 앉아있던 주차관리원 최모 씨(49)가 “왜 지원금을 받을 수 없느냐”고 큰 소리로 항의했다. 최 씨는 지난해 12월과 올 1월 한 대기업 하청업체에서 열흘 동안 일하면서 고용보험에 가입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일했던 특수고용근로자와 프리랜서 등을 지원 대상으로 삼았다.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는 신청 서류 작성법을 몰라 헤매는 시민들도 여럿 보였다. 이 센터의 한 직원은 “여러 사업장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배달 기사들은 자신이 일하는 업장마다 소득 증빙서류를 발급받아 와야 한다”며 “이런 사람들은 지원금 신청 과정이 복잡하고 어렵다”고 했다.

김태성 kts5710@donga.com·김태언·고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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