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네이버, 통장 이어 대출-보험까지 넘본다

곽도영 기자

입력 2020-06-23 03:00 수정 2020-06-23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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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네이버가 이달 초 화제를 모았던 네이버 통장 출시에 이어 대출 서비스와 보험법인 설립 추진까지 나서면서 금융 비즈니스를 향한 거침없는 진격에 나섰다. 미국의 아마존, 중국의 알리바바와 같은 공룡 테크 기업들이 각각 아마존 렌딩(입점업체 대출), 앤트파이낸셜(금융 자회사)을 통해 금융 시장에 속속 진출한 것과 마찬가지 행보다.


○ 네이버의 ‘금융본색’
2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금융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페이 후불 결제 서비스’ 출시를 검토 중이다. 네이버 쇼핑을 통해 구입한 물건의 결제를 사후에 할 수 있는 서비스로 사실상 소액 신용카드 서비스인 셈이다.

네이버는 신용카드업 면허가 있는 카드사는 아니지만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해 통과될 경우 최대 4년간은 관련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형식이나 금융위 신청 일정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는 별도로 네이버파이낸셜은 이달 4일 금융위로부터 ‘지정대리인’으로 선정됐다.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일환인 지정대리인은 기업이 금융사와 계약을 맺고 예금·대출 심사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를 통해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 쇼핑 입점 업체의 판매 실적과 반품률, 소비자 평점 등으로 신용을 평가하고 미래에셋캐피탈을 통해 연 10%대의 중금리 신용대출 서비스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저금리 대출 위주인 1금융권과 고금리 대출을 취급하는 2금융권 중간에서 중금리 대출 시장은 아직 상대적인 블루오션이다.

하반기(7∼12월)에는 보험 상품 관련 상담과 보험설계를 주 업무로 하는 보험서비스 법인 설립도 앞두고 있다. 3월 열린 네이버파이낸셜 이사회에서 ‘NF보험서비스’(가칭)라는 명칭의 법인 설립을 의결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파이낸셜 주주 중 하나인 미래에셋생명과의 제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네이버는 기존 금융업계가 주목하지 않았던 금융 소외계층인 이른바 ‘중금리 고객’을 눈여겨보고 있다. 카카오처럼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는 대신 금융 샌드박스 제도나 기존 금융사(미래에셋금융그룹)와의 동맹을 통해 우회로를 찾았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가 보유한 정보기술을 금융 서비스와 융합해 그동안 금융 사각지대에 머물렀던 사회초년생, 소상공인, 전업주부 등을 위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 아마존·알리바바도 ‘알짜 사업’ 금융 진출
업계에서는 국내 중소상공인 입점 업체들을 거느린 네이버가 결국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의 사업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의 결제, 판매자 입장에서의 대출을 포괄하는 금융 서비스는 기존 검색-쇼핑 비즈니스를 더욱 키울 수 있는 거대 IT 플랫폼의 마지막 퍼즐인 동시에 예대 마진 등 명확한 수익이 발생하는 창구이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2011년 일찌감치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한 대출 서비스 ‘아마존 렌딩’을 공개했다. 쇼핑몰과 아마존웹서비스(AWS)에서 벌어들이는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중소상공인들에게 대출을 통한 입점 확대를 지원해 온 것이다. 지난해 KB금융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 렌딩은 2018년 말 누적 기준 취급액 50억 달러(약 6조 원)를 넘어섰다.

알리바바는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을 통해 대출, 보험, 신용평가 시장으로 거침없이 진출하고 있다. 알리바바 입점 업체 정보 및 개인들의 알리페이 결제 내역과 연체 이력 등으로 기존 금융권이 갖지 못한 중금리 대출 평가 모델을 앞장서서 실현 중이다.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금융은 전자상거래의 기본 인프라인 동시에 그 자체로 큰 수익을 가져올 수 있어 IT 기업들의 금융 진입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특히 기존 금융 서비스를 제대로 누릴 수 없었던 이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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