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를 쫓아 인간 세계에 들어온 고양이

노트펫

입력 2020-06-22 09:11 수정 2020-06-22 09:12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노트펫] 고양이는 개와 함께 인류의 친구이며 동반자인 반려동물이다. 반려동물들은 야생이 아닌 인간 세상이 고향이며 안식처다. 그러니 고양이의 고향은 사람들이 사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과 생활하기 전의 고양이는 사냥꾼이라는 직업을 가진 야생동물이었다. 고양이를 포함한 사냥꾼들의 사냥 목적은 먹잇감으로부터 자신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다.

그런데 포식자(predator)들 대부분은 자신의 체구나 능력에 맞는 주된 사냥감이 있다. 사자는 초원의 누(wildebeest)나 얼룩말, 호랑이는 숲속의 사슴이나 멧돼지 등을 사냥한다. 빠른 발의 치타는 자신에게 특화된 사냥감인 스프링벅(springbok) 같은 영양들을 사냥한다. 고양이에게는 설치류(Rodent, 齧齒類)라는 사냥감이 있다. 설치류의 설(齧)은 깨물다, 갉아먹다, 치(齒)는 이빨을 뜻한다. 생물학 용어인 류(類)는 그룹(group)이다. 그러니 설치류는 이빨로 쉼 없이 갉는 습성을 가진 혈연관계의 동물들로 보면 된다.

그런데 고양이의 주 사냥 대상을 설치류라고 하면 너무 광범위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설치류는 쥐목동물의 총칭으로 비버(beaver), 호저(porcupine), 카피바라(capybara)와 같은 거구의 동물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 동물들은 고양이가 감당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날카로운 가시로 중무장한 호저는 사자나 표범 같은 대형 포식자도 크게 다치게 한다. 고양이는 죽을 수도 있는 무서운 존재다. 중형견 크기의 비버는 물속에 살기 때문에 애당초 고양이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또한 남미의 카피바라는 최대 60kg 정도에 이르는 거구다. 도사견(土佐犬) 만한 크기의 야생동물을 고양이가 노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카피바라는 재규어(jaguar)가 나와야만 제압 가능한 동물이다.

범위를 좀 더 구체화하면 쥐과(Muridae)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쥐과도 매우 광범위한 표현이다. 모든 포유동물 증에서 쥐과의 규모의 규모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쥐과의 아래에는 속이 40개, 종이 650여개에 이른다. 하지만 쥐과에 속한 동물들은 고양이가 능히 제압할 수 있다.

쥐과에는 집쥐, 생쥐, 들쥐 같은 익숙한 동물들이 많다. 시궁쥐라고 불리는 집쥐와 작은 체구의 생쥐는 인간이 사는 곳이라면 어김없이 산다. 지금도 도시 주변에 많다. 도시의 쥐들은 먹을 것을 축내는 것은 물론 병까지 옮긴다. 공중위생에 치명적인 존재들이다.

들쥐는 논이나 밭에 둥지를 짓고 산다. 그래서 도시인들이 보기 쉽지 않다. 하지만 논과 밭이 삶의 터전인 농부들에게는 아주 성가신 존재다. 우리 조상들은 들쥐를 박멸하기 위해 매년 음력 정원 대보름이 되면 논둑에 불을 놓기도 했다. 그게 쥐불놀이의 원래 목적이었다.

쥐과동물들은 고양이가 잡기에 적당한 크기였다. 또한 개체수도 많으니 더할 나위 없는 사냥감이었다. 사냥감이 많은 곳을 포식자가 좋아한다. 좋은 사냥터를 싫어할 사냥꾼은 없기 때문이다. 창고의 농산물과 매일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원하지 않는 손님인 쥐들을 인간 세상에 초대한다. 그리고 그 쥐를 따라서 설치류 전문 사냥꾼인 고양이가 인간 세상에 나타난다.

이런 관계를 따지면 고양이라는 동물을 인간에게 소개시켜 준 것은 쥐과동물이라 할 수 있다. 고양이는 쥐과동물 특유의 냄새와 소리에 이끌려 인간 세상에 모여든 것이기 때문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