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與 ‘금융 규제법’ 봇물 예고에… 금융권 “반대도 못하고 속앓이”

이건혁 기자

입력 2020-06-22 03:00 수정 2020-06-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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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자산 ‘시장 가격’으로 변경
일명 ‘삼성생명법’ 통과땐 총자산 3% 넘는 계열사株 팔아야
금융그룹감독법-이자제한법 등 20대 국회 폐기 법안 재추진
금융권 “업계 의견 반영 쉽지않아”


거대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21대 국회 출범과 함께 그동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금융 관련 법안을 대거 내놓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과도한 규제를 우려하면서도 뾰족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2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민주당 김철민 의원 등은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연 25%에서 20%로 낮추는 이자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자 총액이 원금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민주당은 20대 국회에서도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추진했으나 야당이 “금융사들의 대출 거절이 늘어 서민들이 제도권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며 반대해 무산됐다. 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서 이자제한법 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이번 국회에서 통과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 등을 관장하는 정무위원회에 배치된 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20대 국회 때 발의했던 보험업법 개정안, 일명 ‘삼성생명법’을 재추진하고 나섰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의 주식 비중이 전체 보유주식의 3%를 넘지 못하도록 하되, 주식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은 취득가격으로 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평가 기준을 시장가격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3월 말 기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보통주 지분 8.82%(약 26조4000억 원) 중 삼성생명 전체 보유주식 대비 3% 초과분은 모두 팔아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김상조 대통령정책실장이 추진해온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률’을 재차 입법예고했다. 2개 업종 이상 금융사를 보유한 자산 5조 원 이상 금융그룹에 대한 리스크를 정부가 관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삼성, 현대차, 한화, 미래에셋, 교보, DB 등 6개 그룹이 대상이 된다. 금융사 부실이 비금융사로 전이되는 걸 막겠다는 취지지만, 이미 개별 금융업에 대한 규제가 있는 만큼 과잉 규제라는 반발도 나온다.

금융위는 20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다시 발의했다. 금융사 임원이 자신을 후보로 추천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해 ‘셀프 연임 방지법’으로 불린다.

이전 국회 때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에 한 차례 폐기됐던 법안들이 21대 국회에서 재추진되자 금융권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권의 경영 환경이 악화됐는데 새로운 규제까지 추가되면 불확실성이 커지고 신사업 진출도 늦어질 수 있다는 것. 금융권 관계자는 “의석수를 감안했을 때 여당이 관련법을 당론으로 추진하면 업계 의견을 반영하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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