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몰고 온 ‘고졸 취업절벽’… 현장실습-채용 문 꽉 닫혔다

김수연 기자

입력 2020-06-18 03:00 수정 2020-06-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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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계고 학생들 구직활동 난항


특성화고 3학년 김재원(가명·18) 군은 최근 취업이 예정됐던 한 회사가 폐업하는 바람에 갈 곳을 잃었다. 그는 2학년 2학기부터 졸업 때까지 학교와 특정 기업에서 진행되는 직업교육을 받고 졸업 후 곧장 해당 기업에 채용되는 ‘도제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운영난에 빠진 회사가 갑자기 문을 닫아 새 회사를 찾아야 하는 처지다. 올해는 현장실습 기회를 잡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다.

○코로나19가 몰고온 ‘고졸 취업절벽’

국내외 경제가 코로나19로 곤두박질을 치면서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바람에 직업계고(특성화고 및 마이스터고교) 3학년들의 취업에도 불똥이 튀었다. 알짜 중견·중소기업 취업을 꿈꾸며 열심히 달려왔건만 회사들이 저마다 운영난을 이유로 채용을 아예 하지 않거나 채용인원을 크게 줄인 것이다. 김 군의 사례처럼 이미 취업이 예정된 회사가 문을 닫아 다시 힘겹게 구직활동을 해야 하는 경우도 벌어지고 있다.


영상·정보기술(IT) 분야에 특화된 A특성화고 교장은 “매년 20개 기업과 채용 업무협약을 맺는데, 요즘은 그 협약 맺을 회사 찾기도 어렵다”며 “취업 담당 교사들이 지방 출장을 수차례 다니며 채용 여력이 있는 회사들을 발굴하고 있지만 올해는 5곳도 못 찾을 듯하다”고 푸념했다. 이 학교 학생들이 주로 취업하는 IT 회사들은 대체로 소규모라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곳이 많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산업수요에 맞춰 고졸 인력을 양성하는 마이스터고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에너지 분야에 특화된 커리큘럼으로 다수의 학생을 대기업에 보냈던 서울의 한 마이스터고 교장은 “올해는 대기업들이 채용을 줄이고 있고, 그나마 공공기관 쪽 자리만 약간 남은 정도”라고 말했다.

취업 요건으로 ‘기능사 자격증’을 요구하는 곳이 많은데 올해는 코로나19로 등교가 수차례 연기되면서 자격증 준비에 필요한 실습 기회를 가지기도 힘들었다. 상당수 학생은 필수 자격증도 갖추지 못한 상태로 구직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위기다.

학생들이 느끼는 불안은 상당하다. 특성화고 재학생 임모 양(18)은 “공공기관 채용공고도 지난해만큼 뜨지 않고 있다”며 “올해 취업하지 못하면 내년 고3들과 취업경쟁을 해야 할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1, 2학년들 중에선 일반고로의 전학을 고려하는 이들도 있다.

앞서 3월 말엔 ‘특성화고 마이스터고에 재학 중인 고3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주세요’라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 약 3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교육부 대책, 실효성은 ‘글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는 지난달 2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2020년 직업계고 지원 및 취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일자리 발굴을 위해 ‘고졸 9급 행정직군 선발제도’ 신설을 추진한다. ‘중앙취업지원센터’를 열어 중소·중견기업과 학생들을 연결한다. 고졸 취업 선도기업으로 인증받은 회사에는 은행 금리 우대 및 공공입찰 가점 부여 등 최대 10개 인센티브를 패키지로 부여하는 방안도 담겼다. 이와 더불어 현장실습에 대해 교육부와 교육청이 연 2회 합동 점검을 하는 등 학생 안전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우선 ‘고졸 공무원 선발 TO’를 더 늘리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각 직업계고의 커리큘럼에 맞춰 3년간 배운 전공을 살릴 양질의 일자리를 발굴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지난달 발표된 이 대책들은 행정안전부 등 타 부처의 협조를 통해야 하는 사안이 대부분이라 당장 취업이 급한 올해 고3들의 구제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B마이스터고 교장은 “학력 인플레이션 현상을 해소하고 진로를 다양화한다는 취지에 동감하며 직업계고를 택한 학생들에게 정부가 최소한의 신뢰를 보여줘야 할 때”라며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이들을 채용하고 현장실습 기회를 주는 회사들에는 강력한 세제 혜택 등 적극적인 유인책을 제공해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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