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들이 생계 걱정없이 무대에 오를 수 있었으면…”

임희윤 기자

입력 2020-06-16 03:00 수정 2020-06-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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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문화재단 이사장 취임 김명곤 씨
감염병 사태로 예술 무대 줄어… 예술인 복지 문제에 관심 필요
10월 연극주연으로 무대 서는 등 공직자-예술가로 활발한 활동


12일 만난 김명곤 마포문화재단 이사장은 ‘서편제’를 돌아보면 어떠냐는 질문에 “각색하며 연극을 향한 나의 광기를 담았다. 나도 어떤 면에서 보면 좀 미친 놈”이라며 웃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누가 공장을 해서 돈을 많이 벌었는지보다 누군가의 시 한 편이 남아 100년, 200년 뒤 인간의 마음을 울립니다. 그것이 문화의 힘이죠.”

마포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이달 1일 임명된 배우 겸 연출가 김명곤 씨(68)를 12일 만났다. 국내 문화예술 경영의 정점인 국립극장장,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그가 지역 기초문화재단에 둥지를 튼 것이 이례적이다.

김 이사장은 “수년 전 연극 ‘아버지’를 마포아트센터 무대에 올리며 직원들의 열정, 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모습에 반했다. 마포 주민들께는 재단이 국가기관과 다름없는 역할을 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나아갈 방향을 열심히 제언하겠다”고 했다.

주연과 각색을 맡은 영화 ‘서편제’(1993년)로 대중의 조명을 받기 전까지 그는 가난한 연극인이었다. 지역예술인들의 어려움이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예술인들의 기초생계와 복지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가 됐으면 합니다. 코로나19로 무대가 사라지며 근 반년간 생계가 끊어진 예술인들은 그야말로 재난 상황을 버티고 있지요.”

김 이사장은 “셰익스피어의 연극, 베토벤의 음악을 보고 듣지 않아도 생존할 수 있지만 그와 별개로 한 시대를 규정하는 인류의 무형유산이라는 점에서 소중하다. 경제적 가치, 현실적 계산에 매몰돼 문화의 정신적 가치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마포는 대중음악이 꽃피는 홍익대 앞, 방송 관계자들이 많은 상암동 등 다양한 기반을 갖고 있죠. 보헤미안지수가 높은 곳입니다. 이를 더 높이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본인에게도 예술은 평생의 과업이다. 공직을 맡으며 현장에서 떨어져 보낸 기간만큼 예술인으로서는 뒤처졌다고 자평한다. 이제라도 예술가로서 평가를 받고 싶다는 생각도 크다고 했다. 그는 10월 서울공연예술제에 출품할 피터 셰퍼 원작의 연극 ‘요나답’에서 주연을 맡는다. 박초월 명창(1917∼1983)을 사사한 아마추어 소리꾼이지만 4년 전부터는 서양 성악에도 빠져 오페라 아리아, 이탈리아 칸초네를 익히고 있다.

“영화 ‘동편제’의 시나리오도 쓰고 있습니다. 적벽가, 수궁가의 씩씩한 소리를 스크린에 펼쳐 판소리의 또 다른 세계를 대중에 알리는 것이 평생의 꿈입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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