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생 대부분 인터넷 막힌 공신폰 쓰는데… QR코드 무슨 소용”

박종민 기자 , 신지환 기자

입력 2020-06-16 03:00 수정 2020-06-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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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PC방 전자명부 도입 첫날
대치동 학원 강의실마다 수기명부… “세부동선 파악에 훨씬 편리”
PC방 업주 “로그인 기록으로 충분”… 서울 21곳 둘러보니 1곳만 활용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PC방을 찾은 본보 신지환 기자(왼쪽)가 QR코드로 전자출입명부에 기록을 남기고 있다. 이날 본보 취재팀이 둘러본 마포구와 서대문구 일대 PC방 11곳 중 QR코드 전자출입명부를 도입한 곳은 한 곳뿐이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선생님, 여기 새 출입명부 좀 가져다주세요.”

15일 오전 11시경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한 보습학원. 이곳은 학생들을 맞을 준비로 분주했다. 학원 교사들은 수강생들이 학원에 오면 이름과 체온 등을 적을 출입명부를 새것으로 갈아 끼우고 있었다. 출입명부는 학원 입구와 4개 층에 있는 강의실 18곳에 비치됐다.

하지만 QR코드를 기반으로 한 전자출입명부 이용을 안내하는 학원 관계자는 없었다. 정부는 이날부터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 학원과 PC방에 QR코드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했다. 수도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방역 강화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다. 이 보습학원 관계자는 QR코드 전자출입명부를 이용하지 않는 데 대해 “QR코드를 찍으면 우리 학원에 왔다는 사실만 확인되고 학원 내 어느 강의실을 이용했는지는 모른다”며 “각 층 강의실마다 출입명부를 두고 기록하는 것이 방역에는 더 도움이 된다”고 했다.

15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대치동 일대 학원 10곳을 둘러본 결과 QR코드 전자출입명부를 도입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현장에서 만난 학원 관계자들은 전자출입명부를 두고 “현장 사정을 잘 모르고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대치동의 학원들은 수강생 출입 명부를 수기(手記)로 작성하고 있었다.

학원 관계자들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 일부 기능만 사용 가능한 일명 ‘공신폰’(공부의 신 휴대전화)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자출입명부 도입이 별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전자출입명부에 서명하려면 포털사이트에 접속해 QR코드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공신폰은 모바일데이터 사용이 제한돼 QR코드를 발급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학원 관계자 A 씨는 “초등학생 대부분은 스마트폰이 없고 중고교생은 공신폰을 사용한다”며 “전자출입명부를 도입하려면 학생들에게 스마트폰을 따로 개통하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방역당국의 안내가 부족해 전자출입명부를 두지 않은 곳도 많았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 B 씨는 “대형 입시학원들의 경우 강의실이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흩어져 있는 경우도 있다”며 “같은 학원이라고 해도 강의실이 서로 다른 건물에 있는데 같은 관리자 계정을 쓰면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역학조사가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소가 다르면 계정을 추가로 발급할 수 있는데 안내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PC방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팀이 서울 마포구의 홍익대 주변과 서대문구 신촌 일대 PC방 11곳을 둘러본 결과 전자출입명부를 도입한 곳은 한 곳뿐이었다. 나머지 PC방은 수기 명부나 자체 로그인 기록 명부를 활용했다. 신촌의 한 PC방 사장은 “PC방은 회원가입을 할 때 휴대전화 인증을 하기 때문에 로그인 기록만으로도 충분히 출입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방역당국은 이달 30일까지 계도기간을 거친 뒤 의무 도입 시설이 QR코드 전자출입명부를 도입하지 않을 경우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방역은 자발적 동참도 중요하기 때문에 전자출입명부 도입이 현장에 불필요한 부담이 되지 않는지 따져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종민 blick@donga.com·신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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