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더딘 코로나19 ‘집단면역’… 이대로면 올가을 2차 유행 온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0-06-15 03:00 수정 2020-06-15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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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감염자 750만 명 넘었지만 항체 60% 보유한 나라 아직 없어
전파 멈추려면 ‘집단면역’ 중요… 감염자 항체 형성 패턴 연구 활발


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출국장의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입출국자들이 현저히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등을 통해 인구 상당수가 항체를 얻는 ‘집단면역’이 형성돼야 비로소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인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자가 750만 명을 훌쩍 넘어선 가운데 2차 대유행에 대한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로버트 레드필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4월 21일 올겨울 미국에서 2차 파동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주와 러시아 보건당국도 올가을 2차 파동을 예상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도 4월 언론 브리핑에서 “2차 대유행은 올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같은 날 “2차 대유행에 대한 경고는 과장이 아니라, 과학과 데이터에 근거한 진지한 충고”라고 말했다.

각국 보건당국의 이런 경고들은 대다수 국가의 코로나19 항체 형성률이 여전히 낮다는 데 근거하고 있다. 항체는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병원체가 몸속에 들어오면 면역세포들은 이를 인지하고 공격하는데 이 과정에서 항체가 생성된다. 항체는 병원체가 가진 특이 단백질(항원)에 달라붙어 이를 제거한다.

항체 형성률은 치료제와 백신과 더불어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이끌 대안으로 지목된 ‘집단면역’에선 매우 중요한 핵심 요인이다. 집단면역은 특정 지역 사회 구성원 상당수가 감염병에 대한 항체를 가진 상태를 뜻한다. 전문가들은 전 국민의 60∼70%가 항체를 보유하면 감염병의 전파가 느려지거나 멈춘다고 보고 있다. 전파력이 높은 감염병일수록 종식을 위해선 집단면역 형성이 중요하다. 공기로 전파되는 홍역은 인구의 95%가 면역력을 갖춰야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것으로 판단한다.

집단면역은 집단 내 상당수가 병원체에 대한 항체를 보유해 면역력을 갖춘 상태를 의미한다. 이때에는 면역력을 갖추지 않은 일부 사람들도 집단면역에 의해 감염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 제공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집단면역 정책을 공식적으로 내세운 나라는 정확하게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일부 외신과 국내 언론이 집단면역 정책을 펼친 나라로 지목한 스웨덴도 주한 스웨덴 대사관을 통해 확인한 결과 실제 정책을 펼친 일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의 경우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를 제외하고 전 세계적으로 항체 형성률이 낮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달 11일 북부 롬바르디아의 인구 57%가 항체를 형성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코로나19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미국 뉴욕 시민들의 항체 형성률은 25%, 영국 런던 시민의 항체 형성률은 17%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웨덴 정부는 올 4월 말까지 수도 스톡홀름에서 스웨덴 국민의 항체 형성률은 7.3%에 머문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일본도 이달 10일까지 0.43%, 스페인은 이달 4일까지 5.2%에 불과하다. 국내의 항체 형성률은 현재 분석 중이다. 과학자들은 이처럼 항체 형성률이 낮은 이유로 방역 조치로 사회 구성원들이 코로나19에 충분히 노출되지 않았다는 점과 항체 형성이 잘 안 되는 코로나19의 고유한 특성을 꼽고 있다.

전문가들의 우려는 코로나19에 대한 충분한 항체를 갖지 못한 사회일 경우 가을과 겨울에 2차 파동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확산세가 한풀 꺾인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대다수 국가에서는 여전히 소규모 감염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언제든 조건만 마련되면 작은 불씨가 큰불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과학자들은 항체 연구에 공을 더 들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항체는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까지 나온 연구 결과들을 종합하면 중증은 1, 2주 사이, 경증은 2, 3주 사이에 코로나19 항체를 검출할 수 있다. 하지만 영국 연구팀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사람의 경우 시간이 흐르며 면역력이 떨어지다가 80일 뒤 다시 감염될 수 있다는 결과를 국제학술지 ‘일반 바이러스학 저널’에 공개했다.

연구자들은 사회 구성원의 항체 형성률을 알아내면 2차 파동이 왔을 때 다시 감염될 집단 규모를 예측하는 데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된 환자 중 중화항체가 얼마나 생기고, 어느 정도의 방어력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하며 예방 효과를 내느냐가 향후 방역 전략 등을 짜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방역당국도 이런 목적을 갖고 지난달 말부터 코로나19 집단발생 지역인 대구경북 지역 주민 혈청을 이용해 항체 형성률을 조사하고 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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